강경화 "남북협력 미국도 충분히 이해했다"더니…해리스 '경고카드'
입력 2020.01.17 10:26
수정 2020.01.17 10:27
북한 개별관광 추진에 美경고신호 잇따라…세컨더리보이콧 가능성까지
'지소미아 파기' 한미 엇박자, 또 재현되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우리 정부의 남북협력 의지에 대해 "미측에서도 충분히 이해를 하고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에서는 우리 정부의 북한 개별 관광 추진 움직임에 대해 잇따라 경고를 내놓고 있다.
한미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강 장관이 미측의 입장을 입맛에 맞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강 장관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팰로앨토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한반도 정세 및 동맹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협력 구상을 설명했다.
강 장관은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그 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며 "이런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고 미측 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 장관이 이같이 발언한지 이틀도 안 돼 미측에서는 굳건한 대북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경고신호가 잇따르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한미는 나중에 제재를 촉발할 수 있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실무 그룹을 통해 남북협력 사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개별 관광을 추진할 경우 미국의 대 한국 제재(세컨더리 보이콧)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해리스 대사는 이어 "한국은 주권국가이고 국익을 위해 최선이라고 여기는 것을 할 것"이라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속적인 낙관주의는 고무적이나, 낙관론을 행동에 옮길 때는 미국과 협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 국무부 관계자들은 15일(현지시각) '미국의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의 남북협력 구상과 관련해 '한미공조'와 '안보리 결의 이행'의 원론적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남북협력 때문에 안보리 대북제재의 틀이 흔들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지난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과정에서도 미국과 엇박자를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발표하면서 '미국이 한국 정부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즉각 "실망했다"고 언급하고 미 국방부는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고 발표해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 대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 관련 핵심 현안들을 두고 한미 양국의 이해가 지속적으로 정면충돌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강력한 거부반응을 연이어 보이고 있지만 정부는 이를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사는 이어 "워싱턴 조야에서는 한국의 동맹 이탈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에 대한 경시 풍조까지 맞물려 한미동맹 위기가 더욱 가속화되는 실정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