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안재홍 "콜라 마시는 북극곰, 짜릿했죠"
부수정 기자
입력 2020.01.07 08:57
수정 2020.01.10 08:53
입력 2020.01.07 08:57
수정 2020.01.10 08:53
영화 '해치지 않아'서 변호사 태수 역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끌려 선택
영화 '해치지 않아'서 변호사 태수 역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에 끌려 선택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입니다."
코믹 연기에 능한 안재홍(30)이 동물 탈을 쓰고 스크린에 돌아왔다.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이 어려운 일을 영화 '해치지 않아'는 해냈다.
영화 '해치지 않아'(감독 손재곤·1월 15일 개봉)망하기 일보 직전의 동물원 '동산파크'에 야심차게 원장으로 부임하게 된 변호사 태수(안재홍)와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이야기다.
안재홍은 생계형 수습 변호사 태수 역을 맡았다.
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홍은 "시나리오를 재밌게 읽었다"며 "동물탈의 완성도가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이 정도 동물 탈이라면 영화 속 관람객뿐만 아니라 관객들을 설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감독님이 동물 탈이 주는 비현실성과 현실성의 느낌의 선을 잘 지켰다"고 덧붙였다.
작가 HUN의 웹툰 원작으로 한 '해치지 않아'는 근래 보기 드문, 신선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동물원 직원들이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설정이 코믹하게 담겼다.
안재홍은 "기분까지 좋아지는 코미디물이라는 느낌이 들었다"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걱정했지만 완성된 고릴라 탈을 보고 안심했다"고 전했다. "그 탈을 처음 본 순간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거라 판단했죠. 동물 나올 때 기분 좋아지는 작품이랍니다."
영화 촬영 후에 웹툰을 봤다는 그는 태수를 목표 의식이 뚜렷한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불안감, 열등감도 느끼는 변호사다. 로펌 안에서 눈에 띄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단다.
로펌에서는 정장, 동물원에서는 캐쥬얼한 복장을 입고 캐릭터를 표현했다. 복장뿐만 아니라 기분을 다르게 연기하려고 신경 썼다. "태수가 그토록 갈망하던 직업을 얻었을 때 공허해진 기분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정직원이 되도 동물원 식구들을 그리워하는 장면이 참 좋았죠."
태수는 동물 탈을 쓰고 동물 흉내를 내는,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한다. 성공에 대한 갈증이 컸던 것이다. 변호사 지인의 도움을 얻고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는 태수의 모험극 같았어요. 모험을 하고 이 인물이 변하는 모습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갈증이 큰 인물이 목표 세우고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태수와 비슷한 점이요? 꿋꿋하게 사는 거죠(웃음)."
영화에서 안재홍을 비롯해 강소라, 김성오, 전여빈, 박영규 등 배우들은 원래 캐릭터 외에 동물 역을 맡아 1인 2역을 소화했다.
모션 디렉터가 동물 연기를 지도했고, 배우들은 각자 맡은 동물의 동작에 대해 숙지하고 연습했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동물 탈'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약 10kg에 달하는 동물 탈을 쓰고 동물과 사람을 넘나드는 열연을 펼쳐야 했다.
영화에 담긴 '가짜 동물'들은 실제 동물이라고 믿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한 수준이다. 특수분장 팀은 다양한 동물털을 총동원한 데 이어 수의사의 자문을 받아 털 슈트를 제작했다. 캐릭터당 4~5개월에 걸쳐 제작된 동물 탈은 '리얼' 그 자체다.
안재홍은 "애절한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며 "다큐멘터리, 유튜브, 북극곰 짤들을 참고했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동물 탈이 정교했다"고 강조했다.
어려운 점을 묻자 "시야 때문에 연기하기가 힘들었다"며 "슈트의 규모 감을 익히는 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북극곰의 표정을 잘 담고 싶었어요. 시선에 따라 다양한 표정이 있거든요. 무언가 재밌게 하려는 욕심보다는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연기하려고 했죠."
북극곰의 특징에 대해선 "북극곰 탈을 쓴 태수의 절박함"이라며 "여러 음료수 중에 콜라를 집어내고 마실 때 기분을 생각했다. 북극곰이라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콜라를 마시고 관객들의 환호를 얻었을 때 정말 짜릿하고 기뻤다"고 웃었다.
콜라 마시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였다. 안재홍은 "콜라를 직접 마시진 않았다"며 "털 안에 라텍스 주머니가 있다.
CG로 완성된 까만코는 언론 시사를 통해 처음 접했다. 배우는 "이 영화가 인간들이 동물에 대한 태도와 시선을 다룬 점이 좋았다"며 "까만코가 그 부분을 담당한다"고 했다. "까만코가 화면에 등장할 때마다 다양한 감정이 들었어요. 마음도 이상했죠. 영화의 질문이자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손재곤 감독의 팬이라는 그는 "감독님이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하셨는데 더 많은 작품을 찍으셨으면 한다"며 "감독님을 믿고 참여하게 됐는데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런닝맨'을 통해 버라이어티에 첫 도전한 안재홍은 "너무 재밌었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달에는 '해치지 않아' 외에 '미스터 주', '닥터 두리틀' 등 동물 소재 영화가 잇달아 개봉한다. 배우는 "다 잘 됐으면 한다"며 "동물원에 동물이 없고, 사람이 있다. 패기가 넘친다"고 했다. "예고편에 '괜찮아 사람이야'라는 문구가 나오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하하. 억지로 웃기려고 하는 유머가 포인트예요. 관객들이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합니다."
2009년 영화 '구경'으로 데뷔한 안재홍은 영화 '족구왕'(2014)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정봉이로 분해 사랑받았다. 이후 '쌈, 마이웨이'(2017), '임금님의 사건수첩'(2017), '소공녀'(2018), '멜로가 체질'(2019)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안재홍은 "이야기를 1순위로 본다"며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다양한 결의 작품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조만간 영화 '사냥의 시간'으로도 관객과 만난다. 2월 중순에는 JTBC '트래블러- 아르헨티나'에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여행을 마치고 온 그는 "15일 정도 갔다왔는데 더 있다 오고 싶을 만큼 좋았다. 강하늘, 옹성우와도 잘 맞았다"고 귀띔했다.
"'해치지 않아', '사냥의 시간'은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이에요. '트래블러'에서는 자연인 안재홍을 선보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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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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