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부쩍 늘어난 치아보험…민원 '시한폭탄'

부광우 기자
입력 2020.01.04 06:00
수정 2020.01.04 15:32

가입 400만건 돌파…2년 반 만에 1.5배 이상 늘어

보험금 수령 가능 시점 도래…과열 경쟁 역풍 조짐

가입 400만건 돌파…2년 반 만에 1.5배 이상 늘어
보험금 수령 가능 시점 도래…과열 경쟁 역풍 조짐


국내 치아보험 가입 건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치아보험 가입자 수가 2년 반 만에 1.5배 넘게 불어나면서 400만건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와 관련된 시술이 여전히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치아보험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관련 상품 판매가 집중됐던 시기의 가입자들이 본격적으로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시점이 다가오면서, 보험사들이 과열 경쟁의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일 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치아보험 가입 건수는 444만건으로 2016년 말(335만건) 대비 49.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18년 상반기 이후 상품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치아보험 가입이 집중적으로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치아보험은 충치·잇몸질환 등 질병이나 상해로 치아에 보존치료나 보철치료 등을 받을 경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 비급여항목에 해당하는 주요 보존, 보철치료를 종합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어 치과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사도 수익성 개선과 보장성 상품 확대 등을 위해 치아보험을 잇달아 출시했다.

치아보험 가입자 중에서는 40대가 2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50대(21.3%)와 30대(20.1%), 20대(14.5%) 등 순이었다. 또 치아보험 가입자 중 여성은 49.3%, 남성은 50.7%로, 성별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만 30대 이하에서는 남성의, 50대 이상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다소 높았다.

반면 치과치료 보험금을 주로 수령하는 연령대는 50대(24.1%), 40대(22.8%) 30대(19.0%) 순으로 조사됐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임플란트 등 상대적으로 고액의 치과치료를 받는 비중이 커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치아보험 가입자 중 5.0%는 2개 보험사 이상의 치아보험에 중복 가입해 있었다. 이들은 1건 가입자에 비해 치과치료 보험금 수령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치아보험은 실손의료비 보험과는 달리 중복 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2개 이상의 치아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보험금을 각각 지급한다. 다만 치아보험 가입 시 보험사는 이미 가입된 다른 보험사의 치아보험 가입 금액을 감안해 일정 한도 이상은 인수하지 않고 있다.

치아보험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 수가 2014년 1290만명에서 2018년 1561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치아질환 발생과 임플란트 시술 빈도 등이 늘어나는 추세여서다. 또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 중 18.1%가 향후 치아보험에 가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치아보험 판매가 쏠렸던 2018년 가입자의 감액·면책기간이 끝나가면서 손해율과 민원이 증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보험사들은 이미 치아질환을 보유한 사람이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면책·감액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질병으로 인한 치료에 대해 면책기간 180일인 치아보험에 가입할 경우 가입 후 해당 기간 이내에 치료받은 치아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치아보험 보험금 지급 건수는 39만9000건으로 직전 반기(33만5000건) 대비 19.1%나 늘어나는 등 2018년 하반기부터 치아치료 보험금 지급 빈도는 잦아지는 추세다. 이와 함께 지난해 상반기 중 치아보험의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도 356건으로 전년 동기(230건) 대비 54.8%(126건) 급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치아보험 등을 중심으로 보험금 산정이나 지급과 관련된 중심 민원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치아보험은 과거 집중 판매 후 면책 기간이 경과하면서 보험금 청구 증가와 함께 민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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