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 넘긴 FA 협상, 1월 대박 없다?

김윤일 기자
입력 2020.01.02 11:50
수정 2020.01.02 11:14

전준우, 안치홍 평행선 달리며 협상 난항

1월 계약자 40억 원 넘긴 경우 없어

가장 뛰어난 기량을 가진 FA임에도 적지 않은 나이가 약점인 FA 전준우. ⓒ 뉴시스

특급이 아니라면 협상의 주도권도 쥘 수 없고, 대박 계약도 따낼 수 없는 흐름이 여전한 FA 시장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해 11월 4일 FA 선수 명단을 공시한 뒤 두 달 가까이 흘렀고, 지금까지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19명 중 고작 6명에 그친다.

그나마 A급으로 불렸던 한화 정우람(4년 39억 원)과 LG 오지환(4년 40억 원)이 원소속팀에 잔류했고, 1차 FA 당시 성공적인 4년을 보냈던 베테랑 유한준도 2년 계약을 맺으며 KT의 레전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외 선수들은 여전히 소식이 깜깜하기만 하다. 또 다른 A급인 전준우와 안치홍, 김선빈은 사실상 타 팀 이적이 어려운 상황이며 원소속팀과의 협상에서도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값이 상당하지만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로 가치가 떨어진 김태균, 손승락, 이성열 등의 베테랑들도 FA 한파의 직격탄을 맞아 목돈을 손에 쥐기 어렵게 됐다.

그동안 KBO리그 FA 시장은 협상을 빨리 진행할수록 선수에게 유리한 구도로 진행됐다. 실제로 60억 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선수들은 해를 넘기지 않았고, 심지어 대부분이 자격 공시 한 달 이내인 11월에 도장을 찍었다.

즉, 이적이든 잔류든 전력에 반드시 필요하고 구단 측이 붙잡겠다는 의지만 보였다면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

문제는 특급이 아닌 선수들이다. 이들은 주전 또는 백업 자원으로 활용하기 매우 좋으나 보상금과 보상 선수까지 줘가며 영입하기에는 모호하다고 판단, 사실상 원소속팀 잔류 외에 선택지가 없다.

이를 감안한 원소속팀도 최대한 계약 진행을 엿가락처럼 늘리며 사실상 선수를 고사시키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결국 답답함을 느낀 선수들은 대폭 줄어든 계약서에 사인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FA 미아가 되는 방식이 반복되는 KBO리그의 현실이다.

지난 3년간 1월에 이뤄진 FA 계약. ⓒ 데일리안 스포츠

실제로 해를 넘겨 1월 이후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선수들은 대박 계약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 3년간 1월 이후 FA 계약을 맺은 선수들 중 최고액은 국내로 유턴한 이대호로 롯데와 4년 150억 원 계약을 맺었다. 이대호의 경우 해외 생활을 유지할지의 여부에 대한 고민이 있었기에 논외로 해야 한다.

이대호를 제외한 최고 금액은 2018년 1월 24일에 가서야 합의에 이룬 한화 정근우다. 당초 정근우는 1차 FA 기간 내내 특급 기량을 과시했으나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구단 측과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3년 보장도 아닌 2+1년에, 계약 총액 35억 원으로 협상을 마쳤다.

즉, 협상이 1월에 접어들 경우 중형급의 기준이라 볼 수 있는 40억 원 이상의 금액은 나오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준우, 안치홍이 오지환(40억 원)을 뛰어넘어 이번 겨울 최고액을 찍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낮은 액수에 계약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이미 협상의 주도권은 선수가 아닌 구단 측으로 넘어간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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