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수 "DLF 사태로 은행 신뢰 실추…전화위복 삼아야"

부광우 기자
입력 2019.12.12 08:32
수정 2019.12.12 08:32

"제한된 국내 시장서 은행 간 출혈 경쟁 안타까워"

"창업·벤처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급공급 고민해야"

"제한된 국내 시장서 은행 간 출혈 경쟁 안타까워"
"창업·벤처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급공급 고민해야"


은성수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서 불거진 대규모 원금 손실로 은행들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하며,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 금융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발생한 DLF 사태로 인해 은행권에 대한 신뢰가 실추됐지만, 오히려 이를 변화와 도약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선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은 해외금리 연계 DLF로 손실을 입은 6건의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판매 금융사들이 투자 손실의 40~80%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금감원은 이날 분조위에 회부된 케이스 모두를 불완전판매로 판단했다. 해당 건들은 현재 금감원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276건을 가장 대표적인 유형으로 나눈 경우들이다.

이에 해당 상품을 주로 판매했던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금감원의 의견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아울러 은행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상품 판매와 자산관리 방식은 물론 영업 문화를 바꾸는 개선 작업에도 속속 돌입하고 있다.

아울러 은 위원장은 은행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 경쟁에서 벗어나 사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은 위원장은 "현재 국내 은행들이 제한된 국내시장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천편일률적인 상품과 서비스, 출연금 제공 등을 바탕으로 은행 간 소모적 경쟁을 벌이는 대신, 은행 산업의 수익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생산적 경쟁에 역량을 집중해 달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은행들이 더욱 힘을 더해 달라고 당부했다.

은 위원장은 "여전히 은행은 담보 및 보증대출 등 이자수익 중심의 전통적 영업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물론 최근 들어 은행들도 아이디어와 기술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술금융과 동산금융 비중을 확대하고는 있으나, 새로운 여신평가 모델이 아직 은행권의 여신시스템에 내재화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평가했다.

이어 "혁신·창업기업의 성장성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은행의 여신심사 모델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기술금융 및 기업금융 분야의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등 창업·벤처 기업 등 생산적 분야로의 자급공급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