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 중용·외질 외면? 아스날 에메리의 마이웨이

박시인 객원기자
입력 2019.11.01 07:39
수정 2019.11.01 08:49

이해와 공감 어려운 선수 기용에 팬들도 의아

아스날에서 외질보다 창조성과 어시스트 능력이 뛰어난 2선 자원은 전무하다. ⓒ 뉴시스

아스날 우나이 에메리 감독의 '마이 웨이'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아스날은 최근 잇따른 부진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프리미어리그 9라운드에서는 승격팀 셰필드에 덜미를 잡힌 데 이어 10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도 2골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2 무승부에 그쳤다.

에메리 감독은 지난 시즌 다양한 변화와 능동적인 대응으로 호평을 이끌면서도 한편으로는 고집스런 전술과 선수 기용으로 인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포스트 아르센 벵거 시대를 이끌 후임자로 낙점된 에메리 감독이 혹독한 적응기를 거쳤다면, 2년차로 접어든 올 시즌이야말로 성적으로 평가를 받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발전은커녕 퇴보에 가까운 행보다.

선발 라인업부터 아쉬움이 남는다. 메수트 외질을 활용하는 빈도가 매우 낮다. 에메리 감독은 2선에서 수비 가담이 좋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호한다. 지난 시즌 외질보다 아론 램지를 기용한 것이 단적이 예다.

물론 외질은 강팀에 매우 약한 면모를 보이지만 적어도 약팀을 상대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클래스를 보여준다. 현재 아스날에서 외질보다 창조성과 어시스트 능력이 뛰어난 2선 자원은 전무하다. 답답한 공격에 활로를 열어줄 수 있는 카드로 외질이 첫 손에 꼽히는 이유다.

창조성이 뛰어난 외질을 철저하게 외면하면서도 경기력이 좋지 않은 그라니트 자카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중요한 경기마다 자카의 선발 출전은 의문부호가 따른다. 떨어지는 스피드, 형편없는 수비력, 적은 활동량, 카드 수집에 이르기까지 공수에 걸쳐 이렇다 할 기여도가 없다. 제 아무리 왼발 킥력이 뛰어나더라도 상대의 압박이 느슨할 때만 위력을 발휘할 뿐이다.

에메리 감독은 자카를 후방 빌드업의 핵심 자원으로 간주하며 중용하고 있지만 정작 3선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선수는 마테오 귀엥두지다. 자카 대신 다니 세바요스, 루카스 토레이라 등을 귀엥두지의 파트너로 기용하는 방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에메리 감독은 자카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주장이라면 응당 월등한 실력, 리더십, 성숙함을 두루 겸비해야 한다. 하지만 드레싱룸에서 가장 인기가 좋고, 선수단 투표를 통해 주장으로 임명된 자카가 과연 아스날의 리더로 어울리는지 의문의 목소리가 높았다.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보여준 자카의 행동은 주장으로서의 자질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에메리 감독은 후반 16분 자카를 불러들였다. 이에 자카는 불만을 품고, 주장 완장을 그라운드에 내팽개쳤다. 이후 홈팬들의 야유가 거세지자 양 팔을 크게 휘저었고, 한쪽 귀에 손을 갖다 대며 팬들 앞에서 도발했다.

에메리 감독은 자카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 뉴시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모두 자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30일 영국 언론 '더 타임즈'는 "에메리 감독이 자카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지만 어떠한 반응도 나오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가 터진 것은 이뿐만 아니다. 영국 언론 '더 선'은 "에메리 감독이 자카의 주장을 박탈할 경우 선수들로부터 반발이 일어날까봐 두려워한다"고 보도했다. 에메리 감독의 선수단 장악 문제는 과거 파리 생제르맹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네이마르를 비롯해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2시즌 만에 지휘봉을 내려놨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아스날은 지난달 31일 열린 2019-20 카라바오컵 리버풀과의 16강전에서 5-5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이날 에메리 감독은 외질을 선발로 기용했다. 대부분 2진급 선수들로 구성된 라인업을 내세웠는데, 여기에 외질이 포함됐다. 무려 36일 만에 출전한 외질은 1도움을 비롯해 감각적인 패스와 볼 키핑 능력으로 빼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그런데 에메리 감독은 65분 만에 교체 아웃시키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외질의 활약상을 칭찬하며, 리그 경기 활용 여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답했지만 과연 자신의 고집을 완전히 꺾을지는 미지수다.

박시인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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