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D·3D·4K 이어 8K에서도 삼성-LG '빅뱅'

이홍석 기자
입력 2019.09.14 10:00
수정 2019.09.18 15:54

8K 논란으로 본 삼성-LG TV 격돌의 역사

50년 경쟁 속 2000년대 기술 우위 논쟁 치열

8K 논란으로 본 삼성-LG TV 격돌의 역사
50년 경쟁 속 2000년대 기술 우위 논쟁 치열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9' 자사 전시부스에서 나노셀 8K TV와 경쟁사 제품을 비교한 전시물.ⓒ데일리안 이홍석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8K(해상도 7680x4320) TV의 해상도를 놓고 전면전을 펼치고 있다. LG전자가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에서 8K TV 비교 전시를 통해 삼성전자를 정조준한 것으로 양사의 TV 전쟁이 다시 발발할 태세다.

LG전자는 삼성전자 8K TV가 화질선명도(CM)가 크게 떨어져 국제기준에 못 미친다는 점을 내세워 공세를 펼쳤다. 자사의 나노셀 8K TV와 삼성의 QLED 8K TV를 나란히 전시하고 화질선명도가 자사 제품은 90%인데 반해 삼성 제품은 1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International Committee for Display Metrology)가 제시한 국제 기준에도 충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ICDM은 지난 1962년 설립된 디스플레이 전문기구 SID(Society for Information Display)의 산하 위원회로 디스플레이 관련 성능 측정 기준과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을 제공한다. ICDM이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표기할 때 화질선명도도 함께 명시하도록 한 만큼 픽셀수 뿐만 아니라 화질 선명도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LG의 주장이다.

LG전자가 주로 공격하고 삼성전자가 방어에 나서는 모습은 3년전 4K TV 논란 때와는 공수가 달라진 모습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쟁...지난 10년간 치열

양사는 과거 50여년간 국내외에서 TV 시장과 기술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 왔는데 최근 10년간만 놓고 보더라도 발광다이오드(LED) TV와 3D TV 방식, RGBW(적록청백) 방식 OLED TV의 4K 논란 등에서 전쟁에 가까운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1960년대 이후 50여년간 TV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을 펼쳐 온 양사는 2000년대 들어 TV에 첨단 신기술들이 도입되면서 더욱 치열해진다. 과거 흑백TV 부터 컬러TV 시절까지는 시장에서 판매 경쟁이 주를 이뤘다면 2000년대 들어서는 기술력에 대한 경쟁 우위 논쟁이 펼쳐진 것이다.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걸쳐 펼쳐진 LED TV 방식을 놓고 펼쳐진 기술력 논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엣지방식과 직하방식을 놓고 기술적 논쟁이 펼쳐졌는데 삼성과 LG는 각각 자신의 방식이 경쟁 우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직하형은 백라이트 전체에 골고루 LED를 배치하는 방식인 반면 엣지형은 TV의 테두리에만 LED를 탑재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직하형에 LED가 더 많이 들어가게 돼 밝은 화면을 보여주는데 유리하고 LED가 화면 뒤 전체에 촘촘하게 들어가서 전체적인 화질의 균일성도 유지하는데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높은 LED 가격을 감안하면 TV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고 제품의 두께도 두꺼워질 수 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비해 엣지형은 상대적으로 LED 개수가 적어 가격이 저렴해지고 두께도 직하형보다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화면 밝기는 직하형보다 어둡지만 전력소비도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유리했다.

이 때문에 TV와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엣지형을 선호했고 초반에 직하형을 주로 사용했던 LG전자도 나중에는 엣지형과 직하형을 혼용해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논쟁은 잠잠해졌다.

지난 2009년 영화 ‘아바타’의 인기로 부상한 3D TV도 양사가 치열한 논쟁을 펼친 제품이었다. 지난 2010년 나란히 3D TV 제품을 내놓은 양사는 이듬해인 2011년 기술적 논쟁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TV와 안경에 3D 신호처리 칩을 내장한 셔터글라스(SG) 방식을, LG전자는 화면에 편광필름을 부착한 필름패턴 편광안경(FPR) 방식을 채택했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기술에 3D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치열한 기술력 논쟁을 펼쳤지만 3D 콘텐츠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하면서 제품의 인기가 식자 이러한 논쟁은 자연스레 사그라들었다.

RGBW방식과 RGB방식 비교.(자료사진)ⓒ삼성전자 유튜브 채널
3년전과 공수 정반대 된 삼성-LG, 최후의 승자는

3년전 4K(해상도 3840x2160) TV 논란은 공수만 바뀌었을뿐 지금과 상당히 비슷했다. 당시 초고화질(UHD·4K)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다. 삼성전자는 당시 LG전자의 RGBW 방식이 진정한 4K가 아니라며 화질이 떨어진다고 공격했다.

LG전자가 채택한 RGBW 방식의 TV는 빛의 삼원색인 적(R)·녹(G)·청(B)에 백색(W) 소자를 추가해 4개가 하나의 서브픽셀을 이루는 구조를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당시 삼성은 백색 소자는 광원으로 사용하고 있어 백색 픽셀을 해상도에 영향을 주는 화소로 인정할 수 없다며 4K가 아닌 3K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LG는 이에대해 RGBW가 서브픽셀 일부를 흰색(화이트·W)으로 바꿔 RGB 화소는 줄이는 대신 밝기를 개선했고 화소에 백색 픽셀이 들어가며 일부 색이 빠지는 문제는 빠지는 픽셀은 바로 옆 화소에서 빌리는 알고리즘으로 해결했다며 반박한 것이다.

예를 들면 RGBW 방식은 'RGB-WRG-BWR-GBW' 등의 순으로 이뤄지는데 ‘WRG’로 구성되는 화소에 없는 B(청색)는 바로 옆 RGB 화소에서 빌려오는 식이다.

이러한 논쟁은 이번 8K 논란때도 등장한 ICDM이 RGBW 방식의 디스플레이를 4K UHD로 인정하면서 일단락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8K 논란을 주목하면서 양사의 기술적 논쟁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뤄져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을 모색하기를 기대하면서 감정싸움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기술적 논쟁이 서로의 장단점을 파악해 약점을 메우고 강점을 강하게 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만큼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많은데 국내 업체들간 소모적인 감정 싸움은 최대한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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