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MVP? 제2의 오지환 사태 불러올까

김윤일 기자
입력 2018.10.18 00:06
수정 2018.10.17 17:36

성적만 놓고 보면 압도적 기록 남긴 김재환

MVP 수상 성공한다면 엄청난 후폭풍 예상

올 시즌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남긴 김재환. ⓒ 연합뉴스

2018 KBO리그 최고 선수를 가리는 MVP 투표가 끝났다.

KBO는 정규시즌 종료 다음 날인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MVP 및 신인왕 투표를 실시했다.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와 각 지역 언론사의 KBO 리그 취재기자들이 투표인단이었으며, MVP는 5명, 신인상은 3명에게 차등 투표하는 방식이었다.

MVP는 순위 별로 1위에게 8점이 부여되고 2위부터 5위까지는 순차적으로 4, 3, 2, 1점이 주어진다. 신인상은 1위 5점, 2위 3점, 3위는 1점의 점수를 얻게 되며, 선수 별로 받은 점수를 합산해 최고 점수를 얻은 선수가 MVP와 신인상의 주인공으로 선정된다.

성적만 놓고 볼 때 MVP는 두산 김재환으로 쏠린다. 압도적인 성적이 그의 올 시즌 활약을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김재환은 올 시즌 139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4 44홈런 133타점이라는 괴물급 성적표를 받았다. 특히 MVP 수상의 지름길로 불리는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어 김재환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김재환에게는 따라붙는 꼬리표가 있다. 바로 금지약물 복용 전력이다. 때문에 김재환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성적을 올리고도 타 팀 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맘고생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는 이번 MVP 투표서 중요한 시험대에 놓이게 됐다. 수상 여부가 김재환은 물론 다른 약물복용 전과가 있는 선수들에까지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지 약물 스캔들로 수차례 곤욕을 치른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특히 역대급 선수로 추앙받았던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 등 투, 타 레전드들은 아직까지도 명예의 전당 입회를 허락받지 못하고 있다.

현역 선수들 역시 적발될 경우 중징계를 피할 수 없으며 아무리 좋은 성적을 올리더라도 MVP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밀워키의 라이언 브론의 경우 2011년 MVP를 받은 뒤 두 달 만에 도핑 테스트 양성반응이 나와 부와 명예, 모두를 잃은 케이스다.

선동열 감독은 오지환 발탁 후 거센 논란을 예상했다면 뽑지 않았을 것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LG 오지환을 대표팀에 발탁했고,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국정감사 증언대까지 섰다. 선 감독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이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대표팀에 어울릴 만한 성적인가를 떠나, 발탁 시 논란이 될 것을 예상했다면 뽑지 않았을 것을 우회적으로 시인한 셈이었다.

김재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만약 그가 수상에 성공한다면 MVP라는 가치와 명예에도 흠집이 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금지약물이라는 반칙을 저지르고도 부와 명예를 다 가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이미 투표는 끝났고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인 다음달 19일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시상식’에서 결과가 공개된다. 과연 가장 ‘가치 있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MVP의 명예는 지켜질 수 있을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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