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당권 완전 장악… 앞날 순조로울까
정도원 기자
입력 2018.08.05 22:45
수정 2018.08.06 06:03
입력 2018.08.05 22:45
수정 2018.08.06 06:03
8·5 전당대회 압승… DY계, 최고위 과반 확보
좌클릭 현장행보로 당 지지율 오를지가 관건
장병완 원내대표 첫날 행보 불참… 엇박자 가능성도
DY계, 8·5 전당대회 압승… 지도부 석권, 최고위 과반 확보
민주평화당 8·5 전당대회가 DY(정동영)계의 완승으로 끝났다. DY계가 당무 최고집행기관인 최고위원회의 과반을 석권하면서, 평화당 창당 때부터 이어진 천·정·박(천정배·정동영·박지원) '삼두정치'는 막을 내렸다.
평화당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당대표에 정동영 의원, 최고위원에 유성엽·최경환 의원과 허영 인천시당위원장, 민영삼 전 최고위원을 선출했다. 당연직 최고위원인 전국청년위원장과 전국여성위원장에는 각각 서진희 대전시당위원장과 양미강 현 여성위원장이 선출됐다.
이같은 결과는 DY계의 압승으로 평가된다. 1인 2표제로 치러진 당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정 대표는 68.6%를 득표해, 차점자인 유성엽 의원(41.5%)을 압도했다.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허영 인천시당위원장과 민영삼 전 최고위원도 둘 다 DY계로 분류된다. 역시 DY계인 서진희 위원장도 중립 성향의 김병운 경기 남양주병 지역위원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여기에 정 대표는 최고위원 1인을 추가 지명할 수 있다. 자신과 허영·민영삼·서진희 최고위원에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DY계가 9인 정원의 최고위원회에 5인 포진하게 됐다. 과반을 장악한 것이다.
반대로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천정배·박지원 전 대표는 완패했다. 유성엽·최경환 의원 사이의 이른바 '유채꽃 연대' 결성을 지원하며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의미가 없었다. 박지원 전 대표의 최측근이며 재선 의원 경력의 이윤석 전 의원도 인지도가 훨씬 떨어지는 허영·민영삼 최고위원에 밀리며 지도부 입성에 실패했다.
'좌클릭' 현장행보로 지지율 오를까… 횡보시 '흔들기' 우려
당권을 완전 장악한 정 대표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평화당의 지지율 상승 여부에 달려 있다.
정 대표는 이날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 가는 게 민주평화당의 목표"라고 천명했다.
데일리안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달 23~24일 설문·보도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5석의 정의당이 지지율 10.6%를 기록하는 등 고공 행진을 하는 모습에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조사에서 평화당의 지지율은 3.5%였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여의도에는 희망이 없다. 현장으로 가겠다"며, 첫 최고위원회의를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정 대표가 노회찬 정의당 전 원내대표와 함께 '희망버스'를 진행했던 곳이다. 대한문 앞 쌍용차 분향소를 찾겠다고도 했다.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서 공간을 찾겠다는 뜻이다.
의도대로 풀린다면 좋지만 '민주당보다 더 왼쪽' 진보 공간은 이미 정치적 포화 상태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취지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당 지지율이 순조롭게 올라가면 최고위 내외에 포진한 비DY계도 당을 '흔들' 명분이 없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금 민주평화당을 가지고 대선 운운하는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우선은 민주평화당을 당으로 만들겠다"고 유보했던 '대권 가도'도 열릴 수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횡보한다면, '정치9단' 박·천 전 대표가 '흔들기'로 반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고위 내에 비주류로 포진하게 된 유성엽·최경환 최고위원도 적극적인 '쓴소리'로 나올 수 있다.
장병완 원내대표 첫날 행보 불참… '엇박자' 가능성도
이날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5당 연대' 추진과,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개혁입법연대' 추진 의사를 밝혔는데, 이 두 목표가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 논의와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헌저지선을 확보하고 있는 자유한국당까지 끌어들이는 '5당 연대'가 필수적이지만, '개혁입법연대'는 보수정당인 한국당 배제가 본질이다. 모순된 두 개의 목표를 어떻게 동시에 추진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원내 전략이 분명히 서지 않으면, 손발을 맞춰야 할 장병완 원내대표와의 호흡에 물음표가 달리게 된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임차인의 임대차갱신권을 보장하는 '백년가게 특별법' ▲간이과세를 적용받는 소상공인의 범위 확대 ▲연 이윤 1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인 법인세 5%로 인하 등을 제안했다.
모두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소상공인·자영업자·중소기업인을 돕는다는 원론에는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지만, 정 대표가 경제현실을 도외시한 급진 입법을 시도한다면 장 원내대표와의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장 원내대표는 경제부처 장관 출신의 3선 의원이다. 개혁 성향이지만 경제현실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정 대표와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정 대표가 야심차게 내세운 첫날 부산 한진중공업 현장최고위원회의와 쌍용차 분향소 방문에도 장 원내대표는 동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내대표이기 때문에 전당대회에서는 표면상 중립을 지켰지만, 장병완 원내대표가 같은 광주 국회의원인 최경환 의원을 뭍밑에서 지원했다는 말도 있다"며 "분류하자면 비DY계이며, 경제에 대한 관점이 정 대표와 미묘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향후 '투톱' 사이에 엇박자가 날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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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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