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패션 비켜'…진화하는 토종 SPA

손현진 기자
입력 2018.04.16 06:00 수정 2018.04.16 05:59

국내 SPA 시장서 일본 유니클로 부동의 1위…토종 브랜드도 '약진'

"성장세 높은 SPA 시장 잡아라"…BI 교체·제품 라인 강화하며 성장 모색

유니클로와 자라·H&M 등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영향력이 높은 국내 SPA(제조·유통일괄)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유니클로 명동 중앙점 매장. ⓒ유니클로

유니클로와 자라·H&M 등 글로벌 패션업체들의 영향력이 큰 국내 SPA(제조·유통일괄) 시장에서 토종 브랜드들이 진화를 거듭하며 적극 대항하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가 한국 시장에서 1조2300억원의 사상 최대치 매출을 거두며 업계 1위를 수성했다. 국내 SPA 중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마트 자체 브랜드 '데이즈'는 지난해 약 4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이는 론칭 첫 해인 2009년 매출이 2002억원이었던 데 비하면 7년새 약 2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이랜드의 '스파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신성통상의 '탑텐' 등 브랜드도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스파오는 지난해 약 3200억원, 에잇세컨즈는 1800억원, 탑텐은 20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또 다른 SPA 브랜드인 미쏘·슈펜도 각각 1100억원, 18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메가브랜드에 안착했다.

국내 패션기업들은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면서 SPA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데이즈는 올해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BI(브랜드 아이덴티티) 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에 나섰다. 우선 베이직 상품의 원단을 비축해 원가를 줄이고, 전체 상품 디자인 수를 70% 가량 줄여 운영 효율화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한 방편이다.

데이즈는 또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1020세대 젊은 층을 겨냥한 '데이즈 블루'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데이즈 블루는 데님 소재 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영캐주얼 라인이 될 전망이다.

박정례 데이즈 담당 매니저는 “데이즈는 마트 자체브랜드로 출발해 단기간에 토종 SPA 브랜드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며 "지난 10년의 성장을 발판으로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데이즈의 상품 개발 방향에도 가성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오 강남 가로수길점. ⓒ이랜드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4분기 1300억원, 올해 1분기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이 순항하고 있는 것은 콘텐츠(브랜드) 역량 덕분인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티니위니와 모던하우스를 매각하면서 영업이익이 1000억 이상 빠지기도 했지만, 이같은 비수익 브랜드와 비효율 매장을 철수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3분기부터 실적 반등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토종 브랜드로선 처음으로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이 예상되는 스파오 등 SPA 사업과, 뉴코아아울렛 등 5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매년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랜드리테일을 강력한 성장동력으로 보고 있다.

이랜드 측은 스파오의 핵심 전략 키워드인 '온라인 소통 강화'를 내세우며 온라인 영향력을 키워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V-커머스(VIDEO COMMERCE) 콘텐츠를 제작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고, SNS채널에서 이뤄지는 고객 설문 조사와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더 활발히 진행해 상품화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스파오 관계자는 “고객과의 소통의 폭이 넓어지면서 콜라보레이션 상품 라인도 눈에 띄게 다양해졌다”며 “포켓몬과 마블 캐릭터에 집중됐던 캐릭터 콜라보레이션이 짱구, 빙그레, 어드벤쳐타임, 위 베어 베어스, 라인프렌즈 등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탄생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에잇세컨즈는 스포츠 의류 수요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애슬레저 라인 '액티브 에잇'을 신규 출시했다. 봉제선으로 인한 피부 쏠림을 방지하는 오프람프 봉제법과 흡습속건·냉감 등 기능성 소재를 사용했지만 가격은 1만5900원에서 7만9900원 사이의 합리적인 수준에서 책정된 게 특징이다.

허준석 에잇세컨즈 팀장은 “워라밸(일과 일상의 균형)을 추구하는 젊은 고객들은 실용성과 편리함을 중요시하게 생각한다”며 “어디서나 운동과 레저를 즐길 수 있고,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내기 원하는 소비심리를 반영해 ‘액티브 에잇’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브랜드들이 각축전을 벌이면서 SPA 시장은 국내 전체 패션시장이 연간 1~2%대 저성장에 빠져있는 데 비하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국내 SPA브랜드 시장의 규모와 전망'을 보면 SPA시장 규모는 2010년 1조2000억원에서 2014년 3조4000억원으로 4년새 약 3배 가까이 커졌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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