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이 감정 진짜일까…영화 '메소드'
부수정 기자
입력 2017.10.24 09:18
수정 2017.10.24 17:19
입력 2017.10.24 09:18
수정 2017.10.24 17:19
박성웅· 오승훈· 윤승아 주연
'오로라공주' 방은진 감독 연출
박성웅· 오승훈 주연 영화 '메소드' 리뷰
'오로라공주' 방은진 감독 연출
배우가 극 중 배역에 몰입해 그 인물 자체가 돼 연기하는 방법을 '메소드'라고 한다.
방은진 감독이 연출한 영화 '메소드'는 메소드를 소재로 내세운 영화이다. 감독뿐만 아니라 배우로도 활동한 방 감독은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고 했다.
재하(박성웅)는 대학로에서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다. 그는 화제의 연극 '언체인'의 주인공 마크이자 월터 역에 캐스팅된다. 상대 역은 아이돌스타 영우(오승훈). 영우는 일거수일투족 모든 생활이 노출되는 최고의 인기 아이돌이다. 작품을 향한 열정으로 몰입하는 재하와 달리 영우는 불성실한 태도로 첫날부터 분위기를 망친다.
삐걱거릴 것만 같았던 둘은 연극을 통해 친해진다. 재하는 섬세하고 여린 영우의 내면을 알게 되고, 영우는 선배 재하를 따른다.
배역에 몰입할수록 둘은 가까워진다. 재하는 영우를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영우 역시 재하와 친해지며 '동경' 그 이상의 감정을 품는다. 재하의 오랜 연인 희원(윤승아)은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흐르는 걸 눈치챈다.
혼란스러워하던 재하는 영우를 낯설게 대하고 영우는 그런 재하가 못내 서운하다. 연극으로 만난 두 사람의 감정은 연기일까, 진짜일까.
'메소드'는 연극 '언체인' 속 캐릭터로 만난 재하와 영우의 감정을 다룬다. 죽은 월터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원수인 마크마저 월터라고 착각하는 싱어 역의 영우, 싱어의 사랑을 받아들이지만 싱어를 죽여야만 하는 마크 역의 재하를 그린다.
영화는 현실과 무대의 경계의 모호해질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한 두 인물에 집중한다. 캐릭터에 몰입한 나머지 이게 실제 나인지, 아니면 극 속 캐릭터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건드렸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한 작품이다.
'메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혼란스러운 영화이다. 극 중 캐릭터가 연기인지, 실제인지 혼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동성애 소재를 내세웠으나 '퀴어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이유다.
하지만 82분이라는 짧은 상영시간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담기에 부족했다. 재하와 영우가 서로에게 끌리는 과정이 너무 빠른 탓에 둘의 감정 변화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결말도 아쉽다. 빠르게 달리던 둘의 감정이 갑자기 마무리되는 듯한 느낌이다.
어려운 캐릭터를 소화한 박성웅, 오승훈 두 배우는 준수한 연기를 펼쳤다.
박성웅은 "짧지만 섬광 같은 영화"라며 "남자 배우와 키스신을 소화하는 것 자체가 내겐 도전이었다"고 털어놨다.
오승훈은 "영우의 예민하고 충동적인 면모를 표현하려고 애썼다"며 "영우는 유혹을 당하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혼란스러운 감정을 연기하는 게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방 감독은 "재하와 영우의 사랑을 첫사랑을 만났을 때 두근거리고 설레는 감정으로 담으려고 했다"며 "두 사람의 감정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오래된 연인의 이야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랑이 시작되고, 변질되고 깨지는 여러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소드'라는 연기 방식 때문에 파괴되는 관계를 담았다"며 "연기 방식을 넘어 인물들이 사랑하고, 사랑하는 방식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11월 2일 개봉. 82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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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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