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손흥민, 자극 못주는 신태용 감독

김평호 기자
입력 2017.10.11 00:23
수정 2017.10.11 00:23

PK골로 체면치레, A매치 9G서 필드골 없어

모로코전서 결정적인 찬스 잇따라 놓쳐

모로코를 상대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는 손흥민. ⓒ 연합뉴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 또 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한 번쯤 자극을 줄만도 한데 아직까지는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각) 스위스 빌 비엔느 티쏘 아레나에서 열린 모로코와 두 번째 유럽 원정 평가전에서 전반 10분 만에 2골을 허용하는 등 경기 내내 고전 끝에 1-3으로 패했다.

모로코전에서도 주포 손흥민의 부진은 계속됐다. 후반 21분 구자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A매치 9경기 연속 득점 침묵에서는 벗어났지만 이날 손흥민의 경기력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아시아권 팀들과 붙을 때는 상대의 밀짚수비로 슈팅 기회마저 얻지 못했던 손흥민이지만 모로코를 상대로는 간간이 찬스를 잡았다.

전반 25분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남태희의 절묘한 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되면서 골키퍼와 노마크 찬스를 맞이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왼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다. 한국은 이날 경기의 가장 완벽한 찬스가 손흥민에게 걸렸지만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33분에도 구자철의 절묘한 패스가 손흥민에게 연결됐지만 이번에는 볼 트래핑이 좋지 않아 찬스가 날아갔다.

이후에는 결정력이 아쉬웠다. 전반 41분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 날린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후반 8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날린 강한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대표팀의 졸전은 에이스의 부진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A매치 9경기에서 필드골이 없는 부분은 손흥민 스스로도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이날 전반적으로 볼 터치도 길어지면서 수비수들에게 공도 많이 빼앗기는 모습을 보였다.

신태용 감독. ⓒ 데일리안DB

이때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리 에이스라도 자극을 통해 분발을 촉구하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이 노마크 슈팅을 놓친 뒤 절묘한 패스를 건넨 남태희를 교체아웃 시켰다. 물론 전반 초반 아쉬운 수비 가담과 수차례 상대에 공을 빼앗긴 부분에 대한 문책성 교체의 성격이 강했지만, 노마크 찬스를 놓친 손흥민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과거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안정환과 설기현을 끊임없이 자극하며 선수들의 분발을 이끌어 냈다. 설기현의 경우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교체투입 돼 그라운드를 밟자마자 경기가 끝난 적도 있었다.

자존심이 상한 선수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맹활약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최대로 이끌어 냈다.

지금 신태용 감독이 손흥민에게 전해야 하는 것은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이 아닌 긴장감과 자극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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