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선 안 될, 아픈 역사 마주한 스크린

부수정 기자
입력 2017.10.05 07:36
수정 2017.10.05 08:01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아이 캔 스피크'

정공법·우회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뤄

나문희, 이제훈 주연의 영화 '아이캔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과 용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리틀빅픽처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아이 캔 스피크'
정공법·우회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다뤄


"당신은 외면하고 있지 않나요?"

잊어서는 안 될 아픈 역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가 올 가을 스크린에 걸렸다. '아이캔스피크'(감독 김현석)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감독 조정래)다. 두 영화는 묻는다. 가슴 아픈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진 않았는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전작 '귀향'에 다 담지 못한 영상들에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든 후속작이다. 전작은 350만 관객을 동원하며 '기적의 흥행'을 일궈냈다.

'귀향2'는 본편보다 러닝타임이 30분가량 줄었다. 본편이 진도 씻김굿으로 할머니들의 상처받은 넋을 위로했다면, 이번엔 현실에 환생한 위안부 소녀들이 모여 '아리랑'을 함께 부른다.

이번 편에선 위안부 소녀들의 가슴 아픈 피해 장면이 현실에서 환생한 소녀들 이야기와 교차된다. 중간중간 생존자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이 실리는 방식이다.

올해에만 5명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239명 중 생존자는 35명으로 줄었다.

마음이 급하다는 조 감독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가 필요하다"며 "이 문제는 끝까지 알려야 한다. 내 생이 다할 때까지 위안부 문제를 알리려 뛰겠다"고 다짐했다.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를 순회하면서 1300회에 걸쳐 '귀향'을 상영한 조 감독은 이번에도 전 세계에서 상영회를 열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데 나설 계획이다.

차기작도 위안부 소재 다큐멘터리다. 조 감독은 "연말 개봉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세계영화제에 출품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전작 '귀향'에 다 담지 못한 영상들에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든 후속작이다.ⓒ커넥트픽쳐스

'귀향'이 위안부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뤘다면 '아이캔스피크'는 휴먼 스토리로 위안부 문제를 풀어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CJ문화재단이 주관하고 여성가족부가 후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75:1의 경쟁률을 뚫고 당선됐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고 김군자 할머니의 증언을 계기로 2007년 미 하원이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채택했던 것을 모티브로 했다.

초반부는 옥분 할머니(나문희)가 영어를 배우려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담았다. 하지만 옥분이 영어를 배우려는 '진짜 이유'가 밝혀지면서 감동과 눈물이 뒤엉킨다. '진짜 이유'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겪은 상처와 고통에서 나온다.

영화는 아픔 있는 옥분과 그런 옥분을 도와주려는 사람들을 찬찬히 비춘다. 인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김현석 감독은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김 감독은 "위안부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두려웠다 "영화엔 나옥분 할머니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할머니의 고통을 몰랐던 우리와 비슷한 존재들이다. 나 역시 이 가슴 아픈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정확히 몰랐다. 그런 우리의 모습도 함께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문제를) 모르고 살아서 죄송하다는 표현을 옥분 할머니 주변 사람들을 통해 전했다"고 말했다.

두 영화 외에 제작사 외유내강이 '환향'을 준비 중이고, 김해숙·김희애 주연의 '허스토리'도 촬영을 앞두고 있다.

'허스토리'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수많은 법정투쟁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 승소를 받아낸 판결인 '관부 재판'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23회에 걸쳐 일본 시모노세키를 오가며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10명의 원고단과 이들의 승소를 위해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부수정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