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윤계상 "악역, 혼신 다해…독하게 밀어붙였다"
부수정 기자
입력 2017.09.29 08:57
수정 2017.10.01 00:18
입력 2017.09.29 08:57
수정 2017.10.01 00:18
영화 '범죄도시'서 극악무도 캐릭터 장첸 역
"연기는 내 삶의 전부…머무르고 싶지 않아"
영화 '범죄도시'서 극악무도 캐릭터 장첸 역
"연기는 내 삶의 전부…머무르고 싶지 않아"
윤계상(38)은 기대 반, 우려 반의 얼굴이었다.
영화 '범죄도시'(감독 강윤성)에서 첫 악역을 소화한 그는 언론시사회 이후 '윤계상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호평을 얻었다.
'범죄도시'는 2004년 하얼빈에서 넘어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의 조폭소탕작전을 그린 영화다. 윤계상은 극악무도한 악역 장첸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수염과 머리를 기른 그의 얼굴에선 특유의 '순둥이'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존재감만큼은 빛난다.
26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그는 개봉을 앞둔 탓인지 다소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올 추석 연휴에 개봉하는 '범죄도시'는 '킹스맨: 골든서클', '아이캔스피크', '남한산성' 등 다양한 작품과 맞붙는다.
윤계상은 "명절에 선보이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호평도 나오고, 기대치고 높아져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영화 자체는 자신 있다"고 밝혔다.
영화는 2004년과 2007년 가리봉에서 벌어진 금천경찰서의 조폭 소탕작전을 모티브로 했다. 강윤성 감독은 실제 사건에 상상력을 입혀 매끈한 범죄물로 요리했다.
윤계상은 "실화라고 들으니 진짜 살벌했다고 느꼈다. 영화 속 모든 장면이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것"이라며 "강력계 형사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목숨을 내놓고 범죄자들을 잡으러 다닌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사회 직후 윤계상은 "숨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내 연기가 창피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유가 궁금해졌다. "제 입으로 잘했다고 하기가 좀 그렇잖아요. 하하. 더 겸손해지고 잘 해야겠다는 뜻에서 말 한 겁니다. 개봉을 앞둔 지금, 기분 좋은 떨림을 느껴요."
VIP 시사 직후 주변 지인들의 칭찬도 이어졌다. '풍산개'를 보고 윤계상을 캐스팅했다는 강 감독은 윤계상에게 사이코패스처럼 연기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장첸은 그야말로 '미친놈' 같았죠. 나쁜 짓을 하도 해서 혐오스러웠어요. 너무 잔인한 장면은 많이 삭제됐지요. 적당한 선에서 잘 편집된 것 같아요."
머리 연장술로 긴 머리를 달고 다닌 탓에 촬영 내내 불편했다. 긴 머리와 수염은 윤계상의 아이디어다. "남자다운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많지 않은 신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너무 험악하기만 한 악역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마지막 화장실 액션에선 긴 머리를 풀어헤치며 공포감을 준다. 실제로 무서웠다는 그는 "6개월 동안 밖에 돌아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촬영이 끝난 후 '단발머리 공항패션'으로 화제가 됐다.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요. 하하. 처음 길러 본 머리였는데 다들 괜찮다고 해서 진짜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근데 반응이 안 좋았지요. 바로 잘랐습니다(웃음)."
윤계상은 머리, 수염에 변화를 줬을 뿐만 아니라 운동을 통해 체중 10kg을 늘렸다. "독하게 밀어붙였습니다.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렸죠.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했어요. 장첸 특유의 '아우라'에 신경 썼어요. 연기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표현했습니다."
조선족 말투는 두 달 정도 연습했다. 표준말을 섞어 부드럽게 순화했다. '윤계상만의 장첸'으로 보이기 위한 작업이었다.
순한 이미지의 그는 그간 악역을 만나지 못했다. 갈증을 느끼던 찰나 장첸을 만나 원 없이 판을 뒤집었다. 그는 "연기는 경험하지 못하는 걸 표현하는 작업이라 너무 재밌다"고 미소 지었다.
마석도 역의 마동석과는 '비스티 보이즈' 이후 9년 만에 만났다. "동석 형은 사람들을 언니 같이 챙겨줘서 '마언니'라고 불립니다. 인품이나 연기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훌륭해요. 현장을 부드럽고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멋진 선배랍니다."
엔딩에 대해선 "그게 우리 영화의 묘미"라며 "통쾌한 한 방"이라고 자신했다.
지오디 출신 윤계상은 2004년 '발레교습소'로 데뷔해 '6년째 연애 중'(2007), '비스티 보이즈'(2008), '집행자'(2009)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4), '소수의견'(2015), '극적인 하룻밤'(2015), '죽여주는 여자'(2016), '굿 와이프'(2016)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흥행과 상관없이 작품을 택했던 윤계상은 '굿와이프' 전 지독한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바로 '흥행' 때문이다. 좋아하는 작품만 하다 보니 대중의 고관심을 외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목숨 걸고 했는데 좋은 반응이 없어서 속이 상하기도 했다. 그러다 '굿와이프'를 통해 흥행의 목마름이 싹 날아갔다. 시원한 냉수 한 잔을 마신 느낌이란다.
'범죄도시'도 '굿와이프' 같은 작품이 됐으면 한다고. "제 필모그래피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
그러면서 윤계상은 "연기는 내 삶의 전부"라고 강조했다.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연기하는 순간이라고.
"가수에서 배우의 삶을 선택했고, 지금도 그 길을 걸어가는 중이에요. 사랑도 얻어야 하고 평가도 받아야 하지요. 근데 이제는 이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요. 아무 이유 없이 연기가 '진짜' 좋거든요.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님을 만날 때부터 좋았어요. 제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고, 선택해주신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널 응원해'라고 하는 게 좋아요. 그러다 보니 벌써 10년이 넘었네요. '잘한다'는 한마디 들으면 날아갈 정도로 좋아요. 이젠 연기가 제 삶 자체 됐답니다. 항상 열심히 하면서 머물러 있지 않으려고요."
영화는 10월 13일 미국 5~6개 도시에서 개봉한다. 국내 흥행을 걱정하는 윤계상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해외에선 먹힐 것 같다"고 말했다. "당연하죠! 재밌잖아요.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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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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