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G’ 골로프킨 앞에서 알바레즈 ‘gg?’

김태훈 기자
입력 2017.09.17 00:10
수정 2017.09.17 09:56

17일 라스베이거스서 4대 단체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

최고 기량의 골로프킨, 최정상 인기 알바레즈 맞대결

골로프킨이 알바레즈에 TKO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HBO 영상 캡처

'트리플G'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6·멕시코)가 진정한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골로프킨과 알바레즈는 17일(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서 세계복싱평의회(WBC), 세계복싱협회(WBA), 국제복싱연맹(IBF), 국제복싱기구(IBO) 4대 단체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을 치른다(SBS TV 생중계).

오래 전부터 복싱팬들이 바라왔던 매치업이다. 복싱 팬들은 “누가 이겨도 진짜 세기의 대결이다”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8체급 석권의 살아있는 전설 파퀴아오도 지난달 “메이웨더-맥그리거전? 진짜 세기의 대결은 골로프킨-알바레즈전”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뒤 연해주를 거쳐 강제 이주된 것으로 알려진 외할아버지를 둔 골로프킨은 한국계 복서로도 알려져 있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카자흐스탄 국적을 가진 골로프킨은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등 화려한 전적을 쌓은 뒤 프로로 전향했다.

프로에서는 37전 전승이다. 33차례나 KO승을 따낼 만큼 화끈한 돌주먹을 자랑하는 하드펀처다. 이번에 알바레즈를 제압할 경우 무려 미들급 19차 방어에 성공한다.

피하는 법이 없다. 상대가 공격을 하면 더 강한 공격으로 응수, 전의를 상실케 한다. 펀치의 파워와 맷집 모두 최정상급이 아니라면 추구할 수 없는 패턴이다. 다니엘 제이콥스, 데이비드 르뮤, 다니엘 길 등 기라성 같은 강자들도 골로프킨 펀치는 견디지 못했다.

골로프킨과 같은 인파이터인 알바레즈 역시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통산 51전 49승(34KO) 1무1패의 전적을 자랑한다. 1패는 지난 2013년 9월 메이웨더와 판정 끝에 당한 것. 골로프킨 유형의 하드펀처는 아니지만 빠른 연타를 앞세운 공격적 성향의 테크니션으로 힘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상대를 압박하면서 빈틈을 찾아 카운터를 꽂는다.

상품성은 골로프킨 보다 훨씬 높다. 오스카 델 라 호야 이후 히스패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알바레스는 수려한 외모와 화끈한 경기로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알바레즈 VS 골로프킨 ⓒ WBC

PPV 판매만 봐도 그렇다. 알바레즈가 메이웨더와 슈퍼웰터급 통합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를 때 유료 TV 시청(PPV) 결제가 200만개를 초과했다. 반면 골로프킨이 지난 3월 제이콥스와 싸울 때 PPV 결제는 15만도 채우지 못했다. 다른 상대라고 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

실력만 보면 골로프킨이 앞선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알바레즈는 지난해도 골로프킨과의 WBC 미들급 타이틀전에 대한 압박이 들어오자 피하듯 벨트를 반납했다. 조금이라도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시점에 골로프킨과 링에서 만나길 원했다.

메이웨더에 진 것은 ‘어릴 때’인 지난 2013년의 것이라 변명할 수 있지만 골로프킨에 진다면 상품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레즈는 데이비드 르뮤,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를 완파하며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나이도 9살이나 어리다.

제이콥스를 맞이해 예상 밖 고전을 한 것은 맞다. 골로프킨의 23연속 KO 행진도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제이콥스에 비해 신장과 리치에서 열세였다. 계체량 다음날 접한 둘의 체격은 더 큰 차이가 났다. 게다가 오소독스인 선수가 갑자기 사우스포로 바꾸는 변칙적 아웃복싱을 하다 보니 흔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도 승리했다. 하지만 알바레즈는 신체적 우위나 변칙적 아웃복싱을 구사할 확률이 없다.

젊은 선수라 상대적으로 체력의 우위는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꾸준한 골로프킨의 잽을 맞으면 맷집 좋은 선수라도 결국은 쓰러진다. 더군다나 골로프킨의 주 체급이 미들급인 것과 달리 알바레즈는 미들급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도 대부분의 경기를 계약 체중이나 슈퍼웰터급에서 치렀다.

골로프킨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냉정한 승부사 기질 때문이다. 알바레즈전을 앞두고 여러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만하지만 크게 드러내지 않는다. 오히려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복싱이다. 난 신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며 “알바레즈전 결과는 50:50으로 본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승부사 기질과 실력, 그리고 막강한 펀치를 장착까지 두루 갖춘 골로프킨이 알바레즈를 눕히고 ‘gg’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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