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화장품 성분 못 믿어, 직접 분석하자"…전문가 뺨치는 소비자들

손현진 기자
입력 2017.08.28 06:00
수정 2017.08.28 05:53

시중 생리대 일일이 검증하고…화장품 성분 분석 앱 찾아

'옥시 사태' 이후 화평법 개정됐지만 "안심할 수 없다" 분위기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제품. ⓒ깨끗한나라

위생용품 업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생리대' 부작용 논란이 커지면서, 몸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유해성 여부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생리대뿐 아니라 화장품·생활용품 등 화학제품의 유해성을 직접 알아보고 피해를 예방하려는 '똑똑한 소비' 경향이 짙어지는 추세다.

28일 회원 수가 180만 명에 달하는 한 화장품 커뮤니티에서는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총 15개 생리대 제품에 대한 분석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쓴 누리꾼은 "정확한 과학적 검증까지 해본 건 아니지만 릴리안 사태를 겪으면서 각종 인터넷 포털을 모조리 뒤져서 찝찝한 생리대와 그나마 믿고 쓸 수 있을만한 생리대로 나눠 정리해봤다. 피드백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생리대에는 최종 제품이 생산된 '원산지'만 기재돼 있는데 인체 유해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사용된 면, 향료, 원료에 대한 세부적인 부분까지 복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며 "사실 이 모든 정보를 알려면 회사에 직접 문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피해 예방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문제가 있는 제품이 릴리안 뿐이겠느냐'는 의구심이 불거져서다. 부작용 논란이 확산되며 '업체 말만 믿고 제품을 쓸 수 없다'는 분위기도 높아졌다.

릴리안 제품을 만든 깨끗한나라는 부작용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21일 '식약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 측이 언급한 식약처 품질 검사에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과 관련된 조사가 포함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러한 탓에 식약처 품질 검사를 통과한 다른 브랜드 제품들도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릴리안 등 생리대 부작용 피해자 집단소송 카페 화면 캡처. ⓒ데일리안

깨끗한나라 측은 릴리안 전 제품에 대한 환불 조치를 시행한다고 지난 23일 밝혔고, 그 다음날엔 릴리안 제품에 대한 판매와 생산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릴리안 제품을 쓰고 부작용을 겪은 소비자들은 업체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일 예정이다.

소비자들은 생리대뿐 아니라 다른 화학제품에 대한 경계의 끈도 바짝 죄고 있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이 있는데 이마저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인 '화해'의 인기는 이같은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현재 '화해' 회원 수는 500만 명에 달하고 월평균 1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화해에는 8만 개가 넘는 제품의 전 성분명과 각 성분에 대한 위험성 평가가 게시돼 있다.

'화해'와 인터넷 검색 등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지면서 전문적인 영역까지 파악하는 화장품 소비자도 늘고 있다.

한 자연주의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고객센터에 들어오는 고객들의 문의 글부터가 예전에 비해 크게 다르다. 굉장히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졌는데 예컨대 계면활성제가 들어갔다면 '어떤 계면활성제가 들어갔고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물어보는 식"이라며 "이때문에 고객 응대가 까다로워졌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옥시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지원 및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부는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던 가습기 살균제 사고에 따른 조치로 최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위해성 관리대상 범위를 넓혔다.

국내에 연간 1톤 이상 제조 및 수입되는 기존 화학물질에 대해 등록대상 물질을 3년마다 지정·고시하는 기존 체계에서, 앞으로는 모든 기존 화학물질이 등록되도록 등록기한을 유통량에 따라 단계적으로 규정하게 변경한 것이다.

그렇지만 소비자들은 이같은 시스템의 개선과는 별개로 안전성을 자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 않을 태세다.

자연 성분 100% 제품만 고집한다는 주부 A씨는 "옥시 사태 이후 생활용품 겉면에 적힌 복잡한 성분명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특히 유해 물질을 규정하는 기준이 국내외로 달라서 공공기관에서 안전성 검증을 받았더라도 믿고 쓸 수만은 없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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