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기죽이고, 쿠보 띄우고…한일 축구 온도차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7.06.29 00:31
수정 2017.06.29 14:17

바르셀로나B 승격 불가 통보 보도하며 흠집 내기

무분별한 비난보다는 격려과 응원 필요할 때

한일 축구의 미래 에이스 이승우와 쿠보 다케후사. ⓒ 게티이미지

한일 축구계가 두 천재를 놓고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이승우(19·바르셀로나 후베닐A) 평가절하에 나섰고 일본은 쿠보 다케후사(15·FC도쿄 U-18)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이승우는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소속팀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돌아갔다.

출국에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이승우가 바르셀로나B 승격 불가 통보를 받았다”며 연일 흠집 내기에 나섰다. 참다못한 이승우가 SNS 계정을 통해 “나도 모르는 것들을 아는 형님들”이라며 추측성 보도에 아쉬움을 토해냈다.

이승우의 매니지먼트사 팀 트웰브도 지난 21일 “이승우가 바르사B로 승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스페인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라며 “어떤 의도로 그런 보도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구단과 승격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승우는 바르셀로나와 2019년까지 계약이 돼 있다. 바이아웃은 후베닐A(U-19)에서 300만 유로(38억1432만 원), B팀으로 승격하면 1200만 유로(152억5728만 원)까지 뛰어 오른다.

유럽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바르셀로나가 악수를 둘 확률은 낮다. 일단 바르셀로나는 이승우를 B팀에 포함시키면 몸값이 배 이상 올라간다. 칼자루는 바르셀로나와 이승우가 쥐고 있는 셈이다.

이승우는 지난 2017 U-20 월드컵에서 발군의 기량을 펼쳤다. 조별리그 2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했다. 대회가 끝나자 곧바로 유럽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승우에 영입 의사를 표명한 구단은 분데스리가 명문 도르트문트, 살케04(이상 독일), 몽펠리에, 보르도(이상 프랑스), 벤피카, 포르투(이상 포르투갈) 등이다.

바르셀로나가 이승우를 얼마나 아끼는지는 지난해 부회장 조르디 메스트레 인터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승우가 유럽 빅클럽의 구애에 시달리고 있다”며 “잃고 싶지 않다. 최종 결정은 그의 부모가 내리겠지만, 정당한 조건 내에서 최대한 지키겠다”고 말했다.

물론 FIFA의 유소년 징계 여파로 이승우가 구단이 원하는 만큼 성장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B 승격 불발이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다른 클럽에서 성공한 뒤 바르셀로나로 복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승우도 앞서 바르셀로나에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그는 “다른 구단에 가서 프로 경험을 쌓은 뒤 돌아올 수도 있다”며 “에이전트와 자주 연락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최적의 옵션과 비전을 제시하는 팀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승우의 에이전트는 ‘명장’ 펩 과르디올라의 동생인 페레 과르디올라다. 그는 우루과이 골잡이 수아레스 등을 보유한 거물급 에이전트로, 능력에서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승우는 한국축구 희망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번뜩이는 창의력, 골 결정력을 갖췄다. 전술적 움직임이 뛰어나며 수비가담에도 헌신적이다. 피지컬도 더 이상 약점이 아니다. 그동안 치른 국제대회에서 거구들과 밀리지 않고 싸웠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하며 슬기롭게 극복했다.

이승우에 대한 무분별한 비난보다는 지금은 격려와 응원이 더 필요한 때다.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하지만 천재성을 가진 유망주를 대하는 시선은 일본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은 ‘검증되지 않은 천재’ 쿠보 띄우기에 여념이 없다.

쿠보는 2011년 바르사 유소년팀 칸데라에 입단해 2015년까지 뛰었다. 이후 일본으로 복귀, FC도쿄 U-15팀에 몸담고 있다. 만 14세의 나이로 J3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U-20 대표팀에 선발됐다. 조별리그에 출전하며 일본대표팀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쿠보에 대한 일본 여론은 여전히 뜨겁다. 평범한 드리블에 포스트 메시, 부드러운 턴에 포스트 지단이라며 아들 자랑에 여념이 없다.

반면, 한국축구의 아들은 남과 비교 당하며 기죽기 일쑤다.

이승우가 아르헨티나전에서 ‘마라도나 빙의 골’을 터트려도 그때뿐이다. 한국 정서는 금방 식는다. 바르셀로나B 합류가 불투명해지자 간판을 중시해서인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승우에 대한 평가는 10년 후에 해도 늦지 않다. 그는 자라나는 새싹이다. 아직 보호받아야 한다.

‘축구 황제’ 마라도나는 이승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지난 4월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와의 인터뷰에서 “바르셀로나 구단으로부터 이승우에 대해 많이 들었다”며 “그가 내 조국을 상대로 활약하는 모습을 보는 건 괴롭다”라고 말했다.

마라도나의 말은 현실이 됐다. 이승우는 아르헨티나를 조별리그에서 탈락시켰다. 이승우에 대한 일각의 비평이 터무니없는 이유다. 바르셀로나B 승격 실패가 축구인생 실패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금은 이승우의 기를 살려줄 때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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