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와의 동행 끝...씁쓸한 ‘갓틸리케’의 몰락

김평호 기자
입력 2017.06.15 15:40
수정 2017.06.15 16:45

취임 초 칭송 받았으나 끝내 불명예 퇴진

천거한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동행이 끝이 났다. ⓒ 데일리안DB

한 때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받았단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장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의 인연이 끝내 마침표를 찍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5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기술위원회를 열고 성적과 경기력 부진의 책임을 물어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을 천거한 이용수 기술위원장 역시 함께 사퇴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재임 기간 총 27승5무7패(63득점·25실점)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슈틸리케 감독은 이후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과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으로 승승장구했다.

이 과정에서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라는 기록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또한 소속팀에서 부진했던 선수도 대표팀을 거쳤다 돌아가면 ‘승승장구’한다는 이른바 '슈틸리케 효과' 등으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발굴해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맹활약한 이정협은 ‘군대렐라’라는 칭송을 받으며 황태자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부진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대표팀은 현재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4승1무3패(승점 13)로 이란(승점 20)에 이어 조 2위를 달리고 있다. 2경기를 남겨 놓고 월드컵 본선에 자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승점12)에 승점 1차로 쫓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을 치르면서 원정에서 1무3패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카타르전에서 골이 나오기 전까지는 득점조차 올리지 못했다. 그렇다고 홈경기에서 치른 경기들의 내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4승을 챙겼지만 대부분 진땀승이다. 어느 경기 하나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하지 못했다.

결국 대표팀이 ‘피파랭킹 88위’ 카타르와의 원정경기에서 2-3으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자 대한축구협회도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다. ‘도하 참사’로 기억되는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한국이 패한 것은 무려 33년 만이다.

‘갓틸리케’의 몰락은 한순간이었다. ⓒ 데일리안DB

현재와 같은 경기력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나가더라도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협회가 뒤늦게 인지한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성적이 나오지 않자 칭송은 한 순간에 비난으로 바뀌었다. A매치 16경기 연속 무패 행진은 아시아의 약체들을 상대로 거둔 승리로 그 의미가 퇴색했고, 리그에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의 발탁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여기에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실망스러운 발언 등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팬심이 급격히 돌아서고 말았다. 뒤늦게나마 현실을 직시한 협회가 나섰고, 한국 축구와 슈틸리케 감독의 동행은 다소 불명예스럽게 마침표가 찍히고 말았다. ‘갓틸리케’의 씁쓸한 몰락이다.

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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