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안츠생명, 짙어지는 中 안방보험 그림자
부광우 기자
입력 2017.06.12 06:00
수정 2017.06.12 06:39
입력 2017.06.12 06:00
수정 2017.06.12 06:39
결국 사장까지 '중국통' 인사로 물갈이…이사회 완전 장악
올해 들어 방카슈랑스 판매 급증…초회보험료 92.5% 차지
'저축성보험 집중' 동양생명과 판박이…자본여력 우려 계속
한국 알리안츠생명에 대한 중국 안방보험의 장악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회사 경영의 최고 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중국인으로 채우더니, 마침내 최고경영자까지 중국통 인사로 물갈이하며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는 모습이다.
특히 영업 방식에서도 1년 앞서 안방보험 식구가 된 동양생명의 전철을 그대로 밟으면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는 안방보험식 경영 전략과 그에 따른 재무건전성 우려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2일 알리안츠생명에 따르면 신임 사장에 내정된 순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오는 22일 열릴 예정인 이사회 승인 후 공식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요스 라우어리어 현 사장은 순레이 내정자의 공식 선임 전까지만 사장직을 맡은 뒤 퇴임한다.
순레이 내정자는 싱가포르 국적이지만, 2013년 말 한국으로 건너오기 전까지 주요 경력을 중국에서 채운 대표적인 중국통 인사로 분류된다. 순레이 내정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알리안츠생명 중국법인에서 CFO를 맡았다. 그 전인 2008년부터 2009년 역시 중화권에 속하는 대만 알리안츠생명에서 근무했다.
알리안츠생명의 이사회 구성원은 이미 올해 초 대부분 중국인이나 중국계 인사들로 채워 놓은 상태다. 알리안츠생명이 지난해 12월 안방보험으로 완전 인수된 지 불과 몇 개월 만의 일이다.
이사회 의장은 지난 2월 영입된 짜오홍 비상임이사가 맡고 있다. 왕루이 투자부분 부사장도 같은 달 알리안츠생명의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또 사외이사도 4명에서 5명으로 확대하면서 전원 교체됐는데, 이 중 량페이·지앙팅루·톈링 등 3명이 안방보험 측 인사로 분류된다.
보험 영업에서도 안방보험의 색채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평이다. 방카슈랑스를 통해 저축성보험 상품 판매에 집중하면서 단기간에 몸집을 불리는 방식이다. 특히 이는 알리안츠생명에 앞선 2015년 안방보험에 인수된 동양생명이 지난해에 취했던 전략과 판박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알리안츠생명이 올해 1분기 방카슈랑스에서 거둔 초회보험료는 5021억원으로 전체(5426억원)의 92.5%를 차지한다. 초회보험료는 새롭게 보험 상품에 가입한 계약자가 보험사에 최초로 납입한 보험료다. 그만큼 올해 들어 방카슈랑스를 통해 알리안츠생명으로 유입된 고객이 많다는 의미다.
알리안츠생명이 1년 전 같은 기간 방카슈랑스에서 거둔 초회보험료가 전혀 없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확연한 변화다. 이는 동양생명의 지난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가 2조2737억원으로 전년(1258억원) 대비 1707.4%(2조1479억원) 급증했던 모습과 닮아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동양생명은 초회보험료 5500억원 중 92.9%(5109억원)를 방카슈랑스에서 기록했다.
알리안츠생명의 방카슈랑스 규모가 갑자기 커진 배경에는 지난 1월 출시된 '(무)보너스주는저축보험'이 있다. 이 상품의 최저보증이율은 2.0%로 국내 생명보험업계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최저보증이율은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보증하는 최소한의 이율이다. 이 같은 최저보증이율은 안방보험 아래 한 식구인 동양생명 '(무)Angel저축보험'의 2.1%에 이어 높다. 동양생명도 해당 상품을 앞세워 지난해 초회보험료를 크게 늘렸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의 저축성보험 판매를 강화한 이유는 단기간에 외형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저축성보험은 보장성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시납 비중이 높은데, 안방보험은 중국에서도 은행을 이용한 판매를 통해 수입보험료를 끌어올려 덩치를 키우는 전략을 취했다.
문제는 이처럼 높은 이율을 보장하는 저축성보험이 향후 재무전건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생보업계는 2021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앞두고 저축성보험 줄이기에 여념이 없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는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운 저축성보험은 회사의 부채 평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IFRS17에 대비해 저축성보험을 줄이고 자본을 확충하는 상황에서도 알리안츠생명과 동양생명은 반대 행보를 보이면서, 중국 안방보험의 전략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며 "결국 앞으로 안방보험이 두 보험사에 얼마나 자본을 수혈해 줄 수 있는지가 재무건전성 관리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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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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