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중에 위증죄? 특검의 삼성 집착 반증
이강미 기자
입력 2017.06.08 06:00
수정 2017.06.08 06:22
입력 2017.06.08 06:00
수정 2017.06.08 06:22
[이강미의 재계산책] 재판중 이례적 증인 수사의뢰 배경에 촉각...불리해진 재판 반전 노림수?
"비난할 순 없지만, 비상식적 행위" 법조계 눈살....'증인 압박' 향후 재판 영향 미칠 수도
[이강미의 재계산책]재판중 이례적 증인 수사의뢰 배경에 촉각...불리해진 재판 반전 노림수?
"비난할 순 없지만, 비상식적 행위" 법조계 눈살....'증인 압박' 향후 재판 영향 미칠 수도
특검이 지난 5일 김학현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을 위증죄로 검찰에 수사의뢰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서 특검측 핵심증인이었으나,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수사의뢰한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와 재계에서는 특검의 이같은 조치가 법상 가능하다손 치더라도, 김 전 부위원장은 물론 앞으로 나올 증인들에게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이같은 ‘특단의 조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위증죄 수사의뢰 이유가 진술강요 증언 때문?
물론 위증을 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재판이 끝난 다음에 물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굳이 재판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특검이 특검측 증인을 위증죄로 수사의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뇌물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특검이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핵심증인으로 내세웠던 3명 중 1명이었던 김 전 부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제19차 공판에서 특검 조사 당시 ‘진술강요와 진술조작’내용을 밝힌 데 따른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으로 신규형성된 순환출자연결고리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당초 결정된 처분주식규모를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김 전 부위원장이 이날 특검 조사과정에서 검사의 집요한 ‘추측’에 의한 진술을 강요받았고, 그 내용으로 조서가 작성됐다는 것을 폭로하면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법정에 나왔다고 밝힌 것이다.
김 전 부위원장에 따른 특검측 진술강요 내용은 이렇다. 그가 2015년 11월 17일경 저녁자리서 만난 김종중 전 삼성 사장으로부터 종전 처분해야 할 주식규모 검토결과를 다시 살펴봐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무렵, 최상목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삼성측에서 종전 검토결과에 대해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느냐며 추측에 의한 진술강요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계속된 조사에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빨리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동의했으나,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바로잡기 위해 20~30차례 정정해 줄 것을 이야기했으나 결국 소용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상목 전 청와대 비서관은 대학 같은과 4년 선후배 사이로, 평소에도 수시로 전화하는 사이”라며 “삼성물산 주식처분 결정에 어떠한 청와대 압력이나 지시가 없었다”고 밝혔다. 오히려 최 전 비서관이 “기업편의 봐주지 말고, 소신껏 결정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최상목 전 비서관 역시 지난 1일 제 22차 공판에서 동일한 취지의 증언을 했음은 물론이다.
◆합병 삼성물산 처분주식규모 결정, 법리적 판단 따른 내부결정 사항
합병 삼성물산의 처분주식수 결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가 시행된 후 첫 적용사례로, 유권해석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오류가 많았다”면서 “재검토 결과 이중고리가 형성되는 등 중대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2015년 12월 16일 공정위 전원회의 토의 당시, 김 전 부위원장은 ‘서로 다른 고리가 합병으로 동일해지는 경우, 기업에 유리한 측면보다는 개별 고리별로 봐야한다며 삼성측에 불리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털어놨다. 이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그가 삼성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순수한 법리적 해석을 기준으로 판단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공정위 실무자였던 석동수 서기관(2017년 5월 24일 제17차 공판)의 증언을 통해서도 입증된 된 바다. 그는 “여러가지 안이 있었지만, 모두가 일리있는 안이었다”면서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선택의 문제였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특검측이 세운 핵심증인들에 의해 삼성의 전방위적인 ‘로비와 청탁’, 그리고 청와대의 ‘지시, 혹은 압력’이 있었다는 특검측 주장이 점점 무뎌져가던 차에 김 전 부위원장의 진술조작 폭로까지 더해지면서 특검측도 나름의 출구전략이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그러던 차에 지난달 31일 제 21차 공판에서 정유라의 후견인이자 삼성의 승마지원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까지 최순실씨가 혼잣말로 중얼걸렸다는 삼성합병 관련 진술을 180도 뒤엎으면서, 결국 ‘증인수사’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진술조작 증언 '뒷탈' 우려 현실로...특검 비난 목소리 커져
사실 김 전 부위원장이 법정에서 특검의 진술강요로 인한 진술조작을 폭로했을 당시, 재계 일각에서는 ‘뒷 탈’이 나지 않을까 염려했다. 이러한 우려가 ‘증인수사’로 현실화되자 특검에 대한 날선 비난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대해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일지라도 위증죄 수사의뢰는 할 수 있다"면서도 "법적으로 문제되지는 않기 때문에 비난할 수는 없지만, 이는 비상식적이고 의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비난할 수는 없지만, 의도를 드러낸 비상식적 행위’. 이것이 검찰 개혁을 부르짖는 새정부하에서 특검의 현주소인지 되묻고 싶다. 재판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수사 당시부터 ‘정치특검’ ‘삼성특검’이란 비난을 받아왔던 특검이다. 불리해진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검찰의 힘을 남용한다면 이 또한 직권남용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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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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