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 "삼성물산 주식 처분 규모, 공정위 자체 결정"

고수정 기자
입력 2017.06.03 05:20
수정 2017.06.03 07:34

정재찬 "청와대 지시나 압력 없어...시장 충격 우려 500만주로 결정"

'삼성 특혜' 특검 주장 힘 잃어...기소 혐의 입증 실패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23차 공판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정재찬 "청와대 지시나 압력 없어...시장 충격 우려 500만주로 결정"
'삼성 특혜' 특검 주장 힘 잃어...기소 혐의 입증 실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으로 발생한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 주식 처분 규모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스스로 결정했으며 청와대의 압력이 없었다는 증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압력에 의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에 과도한 특혜를 줬다는 특검의 주장이 점점 힘을 잃는 모양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23차 공판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공판은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삼성물산 보유 주식 처분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쟁점이었다.

공정위는 지난 2015년 10월 14일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보유한 각 500만주, 총 1000만주를 처분하도록 결정했고, 최종 검토보고서는 위원장 결재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 해 12월 23일 최종 검토보고서에는 삼성 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만 처분(삼성전기가 보유한 주식은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됐다.

이 날 재판에서 특검은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와 공정위가 삼성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1차 검토보고서 이후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보고서에 ‘중대한 오류’가 있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해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다.

"경제 상황 고려해 500만주 결정…청와대 영향력 행사 안 해"

정 위원장은 당시 공정위 내부에서 삼성SDI가 처분해야 할 주식 규모를 두고 900만주(1안)와 500만주(2안)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며 이에 자신이 전원회의에서 결정하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5년 12월 개최된 전원회의에서는 삼성이라는 특정 기업보다는 여러 기업과 경제를 전반적으로 고려해 추후 있을 또 다른 순환출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하겠느냐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당시 실무자들이 2가지 안을 갖고 오면서 ‘1안은 시장 충격이 크고 소액주주의 피해 등이 우려된다’고 설명했고, ‘2안은 삼성 특혜 측면에서 국회와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해 2안 모두 장단점이 있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전자의 상황(시장과 경제 충격)이 전개된다면 분명히 금융위원회나 수장인 경제부총리의 비난 소지가 있는 만큼 이런(2안) 판단을 하는 게 맞다고 결정했다”고 증언했다.

정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삼성과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주식 처분 규모 발표 여부를 청와대와 협의하라고 지시한 것은 통상적으로 ‘알려준다’는 의미가 강하다”라며 “청와대와 공정위 사이에 구체적으로 어떤 방침이나 지침을 받기 위해 보고하는 것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김 전 부위원장이 당시 처분 주식수 재검토 요청과 관련 김종중 전 삼성 사장을 만난 사실도 몰랐으며 보고도 받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공직자의 자세 측면에서 그 만남이 부적절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오류가 있는 사안의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과 결부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기가 어쨌든 간에 문제가 있다는 게 분명하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재검토를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바로잡는 것은 별개의 문제로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정 위원장이 500만주로 빨리 결정을 하지 못하자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역정을 냈다’는 취지의 김 전 위원장 증언에 대해서는 "그런 기억은 없다"며 “장관급인 내게 밑에 사람을 시켜 그런 의견을 전했다면 크게 화를 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김 전 부위원장과 안 전 수석이 해당 안건에 대해 통화를 했다는 것도 몰랐다”고 부연했다.

특검 핵심 증거 '석동수 일지' 신뢰성에 의문 제기돼

더불어 이날 공판에서는 특검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석동수 공정위 서기관 업무 일지’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정 위원장에게 “일지 내용을 보면, 석동수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사실도 포함돼 있고 증인이 경험하지 않은 사실도 일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느냐”고 질의했고 정 위원장은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위원장이 ‘오류’라고 지적한 일지 내용은 처분 주식수 결정 과정에서 ‘BH(청와대)와 껄끄러워질 수 있다’라는 부분과 ‘김정기 과장을 오전-오후 각각 1시간 반씩 불러 보고를 받았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한편 특검은 이날 오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환경부로부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대상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과 지시가 있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환경부 사무관을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쟁점과 크게 관계없는 신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특검의 무리한 증인 조사와 채택이었다는 비판이 불거질 전망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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