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추측에 의한 진술 강요...바로 잡으러 나왔다" 작심 증언

고수정·엄주연 기자
입력 2017.05.26 19:02
수정 2017.05.26 23:12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해석기준 문제 있어 재검토 지시...삼성과 무관"

“최상목 전 비서관, 오히려 소신껏 해라...기업편의 봐줄 필요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해석기준 문제있어 재검토 지시...삼성과 무관”
“최상목 전 비서관, 오히려 소신껏 해라...기업편의 봐줄 필요 없다"

특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삼성이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전방위적인 로비를 했다는 기소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특히 증인이 "사전 조사시 '추측에 의한 진술'을 강요받았다. 이를 바로잡으러 나왔다"고 작심발언, 특검의 진술조서 내용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다시 한 번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제 1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삼성물산 합병 관련 주식처분 규모 축소는 내부 결정에 의한 것으로 삼성이나 청와대의 부정한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검이 지적한 공정위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 김종중 전 삼성 사장을 만난 것에 대해 “공정위에서 삼성에 통보한 합병(에 따른 주식처분규모)에 문제 있어 다시 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며 문제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는 공식통보가 공문으로 나간 바 없었고 기업집단과에 출입하는 삼성 직원들에게 비공식적으로 알려졌던 상황”이라며 “아직 내부 결제 단계였기 때문에 법 해석 등 심각한 문제 있으면 얼마든지 재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이 김 전 사장을 만난 후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 불러 재검토 지시한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법 조항 문구를 꼼꼼히 보니 기존 순환출자 관계에 있는 회사간 합병에 대한 적용에 의구심이 있어 실무자들에게 문제를 검토해 보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기존 순환출자에서 회사간 합병, 인접하든 인접하지 않든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는 다 적용제외였다”며 “왜 인접이라는 말이 없음에도 인접이라는 말처럼 해석하는 것을 지적해서 재검토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특검이 김 전 사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시하면서 법 해석 기준 마련 전에 대상 기업 임원(김종중 전 삼성 사장)에게 해석 기준을 알려주지 않았느냐며 추궁하자 “실무자들의 해석 기준을 보니 문제 소지가 있는 것 같아 재검토가 가능한 부분도 있겠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당시 청와대로부터 청탁이나 압박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상목 당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부터 이전 검토결과를 다시 살펴보라는 요구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를 추궁하는 특검의 질문에 “없다”고 부인했다.

이어 특검이 최 전 비서관이 증인에게 전화해 이전 검토 결과에 불만이 있으니 제대로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냐고 추궁하자 “(최 전 비서관은) 저에게 법대로 소신대로 하라며 기업 편의 봐줄 필요 없다고 수 십 차례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날 재판에서는 특검이 증인 사전 조사시 가정(전제)에 의한 유도 신문을 통해 진술을 강요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전 부위원장은 특검이 제시한 진술조서가 잘못됐다며 특검이 ‘전제하에’ 진술을 요구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검은 김 전 부위원장에게 최 전 비서관과 주고받은 메시지 및 통화내역과 함께 ‘삼성이 청와대에도 증인에게 말한 것도 같은 민원을 전달한 것으로 추측한다’라고 작성된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이에대해 김 전 부위원장은 “최 전 비서관으로부터 전화 받은 적 없어 저런 이야기 할 리가 없다”며 “조사받을 당시 바로잡지 못해 법정에서 바로 잡으려고 마음먹고 나왔다”고 작심발언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조사 당시 장시간에 걸쳐 반복적 질문으로 피곤해서 그러자고 했지만 잘못됐다고 판단해 오류를 바로 잡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안 맞아 그럴 수 없었다"면서 법정에서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부위원장은 자신의 진술 조서에 대해 “기억이 안 나는데 검사가 저렇게 말했을 것이 틀림없다고 계속 이야기하면서 그래야 앞뒤가 맞는다고 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나중에 진술조서에서 추측으로 용어를 바꾼 것도 “저도 지치기도 해서 추측이라고 써서 넘어간 기억이 있다”며 “추측을 전제로 해서 합의해서 넘어갔는데 나중에 잘못된 것 같아서 바로잡으려고 돌아갔는데 결국 못 고쳤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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