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파' 속 불공정 채용 횡행…청년이 원하는 '공정채용'은?
박진여 기자
입력 2017.04.11 11:28
수정 2017.04.11 11:53
입력 2017.04.11 11:28
수정 2017.04.11 11:53
고위공직자 특혜채용·노조 주도 불공정 채용 여전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공정한 일자리 배분이 중요
고위공직자 특혜채용·노조 주도 불공정 채용 여전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공정한 일자리 배분이 중요
겨울이 가고 봄이 왔지만 청년고용시장은 여전히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8%로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청년실업자까지 포함한다면 청년층이 느끼는 취업의 어려움이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이런 상황 속 대학가에서는 낭만 가득했던 4월의 캠퍼스에 취업한파가 몰아쳐 봄이 사라졌다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는 것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이중 노동시장의 영향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실제 공급되는 일자리 간 '미스매치'가 존재하고, 기업 구조조정과 저성장의 여파로 일자리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이다.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일자리 늘리기' 정책이 하루걸러 쏟아지지만, 일자리를 늘리는 것 못지않게 공정한 취업기회가 취업준비생들에게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청년들 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20대 회원 5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구직 과정에서 부적절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학력, 나이 등의 차별뿐 아니라 '낙하산'을 통한 채용 등으로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 횡행하고 있다고 청년들은 지적한다. 청년 시민단체인 '청년이여는미래'(청미래)는 이 같은 불공정한 채용 관행을 지적하고, 청년의 입장에서 공정채용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위공직자 특혜채용·노조 주도 불공정 채용 여전
청미래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청년 국회의원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와 함께 '청년과 만드는 공정채용'을 주제로 청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불공정 채용 현실을 지적했다. 백경훈 청미래 대표는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지난해 진행한 불공정 채용 관련 설문조사 결과가 2011년 결과와 대동소이하다"며 "불공정 채용 사례는 여전히 흔하고, 그 분야와 형식도 다양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해당 조사에 참여한 구직자 534명 중 75.9%는 '채용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주로 △내정자가 있는 듯한 채용공고 △근무조건 기재 불분명 △면접에서 특정 지원자에게만 질문이 몰림 △나보다 스펙이 낮은 사람이 합격한 경우 등을 통해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지난 2011년 동일한 조사에서도 구직자 352명 중 75.9%가 채용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평가했고, △명확한 평가기준 부재 △합격 내정자 소문 등이 이 같은 평가의 주를 이뤘다.
특히 백 대표는 고위공직자의 친인척 특혜 채용과 대형 노조 주도의 불공정 채용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현재 유력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들 특혜 채용 논란이 10년 째 이어지고 있고, 박근혜 정부 최고 실세로 불린 최경환 의원도 지인 특혜 채용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또한 지난 2011년 현대자동차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에 '신규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고용세습'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백 대표는 "이 같은 관행을 제한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나서고 있지만, 많은 사업장의 단체협약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며 "또 최근 발생한 한국GM 노조의 채용비리는 청년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력, 나이 차별뿐 아니라 낙하산 채용이 우리 사회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공정한 채용절차를 통해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층의 목소리에 기성세대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년 고용문제,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공정한 일자리 배분이 중요
이날 청년 고용문제와 관련 일자리 창출도 중요하지만 공정한 일자리 배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정책방향이 제시됐다. 현장에 참석한 오호영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이 인식하는 불공정 채용 문제를 청취한 뒤 "한정된 양질의 일자리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누구에게 배분되고 있는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일자리 배분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양적인 일자리 창출보다 실직적인 일자리 공급과 질적인 일자리 유지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청년층의 공정취업을 위한 정책과제로 △대학교육과 노동시장 연계강화 △공정한 취업기회 확립 △고비용 채용관행 극복 △다양한 경력개발경로 개발과 진로지원 △진로교육강화 △범정부컨트롤타워설치를 통한 종합적인 청년고용대책 수립 및 추진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 선임연구위원은 "청년층은 '취업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요구가 강하게 작용해 질 낮은 임시적 일자리만으로는 취업난 해소에 한계가 있다"며 공정한 일자리 배분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청미래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두고 각 정당별 대선후보들의 청년관련 정책에 대한 블라인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청년공감성', '미래지향성' 측면에서 유승민 후보의 '칼퇴근법'이 가장 큰 호응을 받았다. 이와 관련 청미래는 "일자리와 임금의 양보다 일과 삶의 질적 변화에 대한 요구를 읽을 수 있는 결과"라며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시작한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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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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