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몸 사리지 않겠다'…대선출마 기정사실화
문현구 기자
입력 2016.12.22 09:11
수정 2016.12.22 13:21
입력 2016.12.22 09:11
수정 2016.12.22 13:21
뉴욕 주재 한국특파원 기자간담회에서 피력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와 맞물려 차기 대통령 선거가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공식 석상에서 대권도전 의지를 강한 어조로 피력해 주목받고 있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임기 종료 11일을 앞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고별 기자간담회에서 "미력한 힘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하고 국민 복리·민생 증진을 위해 제 경험이 필요하면 몸 사리지 않고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어 "내년에 73세가 되지만 건강이 받쳐주는 한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며 "현 단계에서는 나를 낳고 키운 나라의 국가 발전을 위하는 것이 더 시급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 대선이 유력해진 정국 상황에서 유력 대선후보군에 자리잡고 있는 반 총장이 '국가를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보인 만큼 그 의미도 더욱 중요해지는 분위기다.
명확하게 대선출마를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이전 기자회견과는 달리 '국민'을 강조한 점도 새겨볼 대목이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근무하면서 단 하루도 국가와 국민께서 베풀어준 사랑과 지지에 고마움을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며 "모든 것은 국민의 뜻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 여러분의 진솔한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와 관련해 즉각적인 답변은 없었지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반 총장은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정치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수단과 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 총장은 자신의 출마가 일부에서 제기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이라는 지적에 대해서 "정치적 공격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저는 평생 살면서 배신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발언은 국내 정치적 사안과 맞물려 과거보다는 한층 진일보한 의사 표명이라는 해석으로도 풀이된다.
반 총장은 그동안 자신의 입지 등을 감안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이처럼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도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여론 추세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최근 한달 새 여론조사기관 발표 등을 살펴보면, 반 총장은 이른바 대선후보군에서도 단연 '양강 구도'의 주인공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2월 셋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반 총장의 지지율은 23.4%로써 야권 선두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9.2%)의 뒤를 이었다. 4주 연속 상승세이기도 하다.
이는 뚜렷한 대선후보군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여당 새누리당을 비롯해 보수층에서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 반영된 결과로도 풀이된다.
물론, 대선출마 여부와 지지정당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는 반 총장이기에 어떤 결과를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다만 '국민'에 대해서 어떠한 일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겠다고 밝힌 반 총장인 만큼 대선정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말까지 10년간의 임기를 마친 뒤 새해 중순쯤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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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구 기자
(moonh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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