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강진에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혼돈의 정국'
이충재 기자
입력 2016.12.08 22:20
수정 2016.12.09 06:50
입력 2016.12.08 22:20
수정 2016.12.09 06:50
조기 대선정국 열려…여야 이합집산 지각변동
'황교안 대행' 적절성 논란…헌재 판결 때까지 '촛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은 정국을 뒤흔들 강진이 될 전망이다. 당장 정치권엔 조기 대선의 쓰나미가 밀어닥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해 탄핵이 이뤄지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코앞에 닥친 대선이 여야 사생결단의 싸움터로 변질될 것은 불문가지다. '책임총리 국회 추천' 불발에 따른 '황교안 대행체제'의 적절성 논란에다 여야 정계개편과 이합집산 등으로 혼돈의 끝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탄핵 결과 관계없이 '상반기 대선'…여야 사생결단 전쟁터
정치권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일단 탄핵안 표결이 어떤 결과로 나오든 내년 조기 대선은 불가피하다.
대선 시계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빨라질 수 있다. 헌재가 내년 3월 초순까지 탄핵안 최종 결정을 내릴 경우 대선은 5월 초순에 치러진다. 정국 혼란 최소화 등을 이유로 헌재의 결정이 한 달만에 이뤄지면 대선 무대는 3월에 열릴 수 있다.
탄핵 직후 여야 대권 잠룡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정치권은 급격히 대선정국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외전' 끝낸 여야 '집안싸움'부터 시작될 듯
이미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대선 무대에 오를 채비다. 당내 경선룰을 두고 '집안싸움'부터 벌어질 수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의 이른바 '진보연대'를 둘러싼 진통도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올해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보수진영 후보'로 영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계가 어떻게 화학적 결합을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탄핵안 표결로 나뉜 두 계파를 아우를 대선주자를 뽑는 게 급선무다. '촛불 민심'에 몰린 상황에서 여당이 분열될 경우, "정권을 야권에 넘겨주는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탄핵안 부결은 여야 모두에게 '대재앙'일 수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탄핵안이 부결되면 국회에서 의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광장의 촛불이 '국회해산'을 요구하는 횃불이 돼 국회로 쇄도할 것이란 의미다. 실제 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 전원은 이날 탄핵안 부결을 조건으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 역시 '금배지'를 보존하긴 어렵다.
탄핵 후 야당 총구는 '황교안 대행체제'로 향한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문제는 권한대행의 국정운영 방식과 권한 행사 범위다. 법령엔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권한대행이 정치적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행을 맡은 고건 전 총리처럼 제한된 범위에서 권한을 행사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다만 2004년 당시에는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 고 전 총리가 '소극적'이었던 반면, 이번엔 박 대통령의 국정 복귀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황 총리의 권한행사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황교안 대행체제'는 정치권의 또 다른 논쟁거리다. 황 총리가 임기 내내 야권과 대립해온 만큼, 탄핵 이후 야당의 총구는 황 총리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탄핵소추안의 뜻에는 '내각 총불신임'이 포함돼 있다"며 "박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면 황 총리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야당에선 공정한 대선 관리 등을 내세워 황 총리에 대한 퇴진 요구를 비롯한 정치적 압박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황 총리가 사퇴할 경우, 경제부총리인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직무정지' 박 대통령 탄핵심판-특검 대비할 듯
아울러 박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탄핵소추 의결서가 청와대에 송달돼 청와대가 접수하는 순간 정지된다.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돼도 경호와 의전은 이전 대로 제공되는 등 대통령으로서의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탄핵 이후 관저에서 생활하면서 공식적인 일정을 잡지 않았다. 기자단과의 산행 등 비공식적 일정만 갖고 정치적 발언도 자제했다.
박 대통령도 관저에서 비공식 업무 등을 보며 헌재의 탄핵 심판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특검 수사도 기다리고 있어 법리적 방어에도 나서야 한다. 박 대통령은 "탄핵이 가결되면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박 대통령 탄핵이 확정될 경우 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른 혜택을 대부분 받지 못하게 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