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5년간 상당수준 정치기술·장악력으로 '안정성' 확보"

하윤아 기자
입력 2016.12.08 18:14
수정 2016.12.08 18:15

김정은, 고도의 국가관리기술로 정책·권력투쟁 등 난제 극복

전문가 "대북제재에도 김정은 리더십 강화…정부 정책 변화 불가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집권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구축해 권력 공고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자료사진)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고도의 국가관리기술로 정책·권력투쟁 등 난제 극복
전문가 "대북제재에도 김정은 리더십 강화…정부 정책 변화 불가피"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5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집권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리더십을 구축해 권력 공고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좌우할 엘리트층의 균열 가능성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장악력을 강화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8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는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빌딩에서 '김정은 체제 5년의 북한 진단 그리고 남북관계'라는 제하의 제3차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김정은 집권 이후의 북한의 변화를 정치·군사안보·대외정책, 경제정책, 사회문화정책 등 주요 분야별로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의 대북정책 수립 방향을 제시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포럼에서 '북한정치' 분야의 발표를 맡은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빨리 자신의 리더십을 구축하고 있고, 안정성도 확보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5년이라는 기간 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체제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와 재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전체주의 △수령제 △극장국가 등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북한 체제 3대 특징이 김정은 시대에도 변함없이 계승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에 비해 권력을 상징적으로 과시하는 극장국가적 기제를 더욱 강하게 활용해 후계구축과 수령제를 공고히 해왔다는 평가다.

김정은은 김일성 흉내내기로 향수를 자극하는 행보를 보이거나 과감한 엘리트 길들이기로 대중적 지지를 끌어올리고, 군중대회나 공로자에 대한 보상 대회를 대규모로 개최해 의도적으로 과시하는 등 극장국가적 방식을 통해 권력을 강화해왔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김정은이 체제 변화의 동력이 될 수 있는 엘리트층의 균열을 '유훈통치' 전략으로 봉쇄하는데 성공해, 권력 기반을 안정적으로 다져왔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와의 단절보다는 선대의 유훈을 받들어 혁명 1세대, 원로 관료들과 연대하는 방식을 취해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개혁적 노선보다는 보수적 노선을 통해 구 관료들과 타협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라며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마찬가지로 혁명 1세대와 아버지 세대의 정책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고 그들의 업적을 인정함으로써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은 지난 5년간 조직지도부라는 확고한 지지 기반을 활용해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커진 군부의 영향력을 축소해왔다. 이를 통해 당과 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당이 군을 완전히 장악하는 '당-국가 체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또한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공식화하고 지난 2013년 중국식 개혁론을 강조했던 장성택과 그 세력을 숙청했다. 이후 보수 엘리트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정책 갈등에 따른 엘리트층의 균열을 방지하는데 성공했다.

이 교수는 "김정은 체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국가관리기술을 가지고 위기를 돌파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정치기술을 동원해 이데올로기, 정책, 권력투쟁 등의 어려운 난제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성과에 기반한 지위를 확보해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의 리더십 강화에 따른 남북 간 대결국면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교수는 "대북 제재가 강화되는 데 반해 김정은은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대북 제재의 심화는 김정은의 후퇴보다는 대남 격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젊은 김정은과 노회한 조직지도부의 연합이 훨씬 다기한 국가관리기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대북정책도 변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홍규 아주대학교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김정은은 상당한 수준의 정세판단 능력과 유연한 정책 운용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대담성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핵무장 능력 개선으로 자신감도 상승한 국면에 있다고 판단된다"며 "결국 한국의 대북전략은 북한의 극단적 군사 대응에 대비하면서 제재국면을 유지하는 동시에 협상을 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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