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도 녹인 촛불집회 '온정'…'하야커피', 핫팩 등 주고받아
장수연 기자
입력 2016.11.26 21:14
수정 2016.11.26 21:32
입력 2016.11.26 21:14
수정 2016.11.26 21:32
첫눈 맞으며 130만 인파 모인 5차 촛불집회 현장 이모저모
'하야하그라·하야해듀오' 풍자·패러디로 축제 분위기 물씬
첫눈 맞으며 130만 인파 모인 5차 촛불집회 현장 이모저모
'하야하그라·하야해듀오' 풍자·패러디로 축제 분위기 물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5차 촛불집회가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이날은 서울에 올해 첫눈이 내린 날이기도 하다. 오전부터 굵은 눈발이 날리다 그쳐 기온이 뚝 떨어진 광화문 광장에는 약 130만명(주최측 추산)의 많은 인파가 몰렸고,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두꺼운 패딩 등 방한복을 입은 인파들은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26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5차 촛불집회는 본 집회 수 시간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시청, 종로 일대에서 진행된 각종 사전행사로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집회 참가자들은 보다 다양해진 참여단체들과 행사로 집회현장은 다채로움 속에서 박 대통령의 퇴진을 엄중히 요구했다.
특히 이날 집회에는 법원이 청와대로부터 200m 떨어진 신교동 교차로 앞까지의 거리 행진을 허용함에 따라 오후 4시부터 많은 사람들이 청운동 일대와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사직동 주민센터, 세움아트스페이스 앞 등 4개의 코스로 나눠 행진을 시작했다. 청와대에서 신교동 교차로는 약 200m, 세움아트스페이스는 약 400m 거리에 불과해 시민들의 목소리가 청와대를 에워쌌다.
첫눈이 내린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따뜻한 차와 핫팩을 나누며 집회를 이어갔다. 통인시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는 지나가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커피를 나눠 주었다. 커피를 마신 한 한모 씨(58)는 "날도 추운데 이 커피 한 잔으로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자신의 방한복 속에 애완견을 품고 나온 애견인도 있었다. 마침 거리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은 해쳬하라"라는 구호가 울려펴졌고 이에 맞춰 애완견도 짖기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아들을 데리고 집회에 나온 박모 씨(32)는 차벽에 붙어있는 꽃 스티커를 떼 아들의 우의에 붙였다. 그는 "작은 일이라도 의경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5차 촛불집회는 풍자와 패러디가 넘치며 시민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진행됐다. 청와대를 둘러싸는 행진에는 드럼 등의 악기도 등장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발한 문구가 담긴 손 피켓이나 깃발 등을 들고 박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를 풍자해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집회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광화문광장 중앙광장에는 박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을 붙인 펀치 게임기와, 박 대통령의 2012년 대선 당시 로고인 'ㅂㄱㅎ'와 '새누리당', '미르재단', '검찰', '대한민국 정부', '삼성' 로고가 적힌 종이를 붙인 두더지 게임기가 등장했다. 또 세월호 관련 단체들은 대형 고래 모양의 풍선을 제작해 비행선처럼 하늘에 띄웠다. 이 고래 등 위에는 노란색 종이배 한 척과 아이들처럼 보이는 조형물들이 붙어 있었다.
기발한 문구의 깃발도 보였다. 청와대가 예산으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를 대량으로 산 것을 비꼬아 푸른색 마름모꼴 알약 모양을 그려 넣고 '나만 비아그라 없어' '하야하그라' 등이라고 쓴 깃발이 여럿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이름을 빗대 만든 '퇴근혜' 깃발과 결혼정보업체 이름을 패러디한 듯한 '하야해듀오'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광장에는 '황소'도 등장했다. 소 두 마리의 등에는 "박근혜 씨 집에 가소", "근혜 씨 하야하소"라고 쓰인 흰색 천이 둘러쳐져 있었다. 소의 등장에 환호한 일부 시민들은 소 등에 올라타 집회 행진에 동참하려 했다. 하지만 경찰 30여 명이 안전사고를 우려해 소의 율곡로 진입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광장으로 총출동했다. 각당은 촛불집회에 앞서 각각 당 차원의 행사를 열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당 주최의 박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도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스스로 내려오든 탄핵으로 끌려 내려오든 박 대통령 퇴진은 시간 문제"라며 "진상을 끝까지 규명해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게 하고 벌 받을 사람은 벌 받게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든 최순실 일가든 부정하게 모은 돈을 전부 몰수하자"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국민의당도 서울 종로구 무교동사거리 인근에서 당 주최 박근혜 대통령 퇴진 당원보고대회와 퇴진 서명운동을 벌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수습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임기를 마치면 안된다"며 "세상이 바뀌는 것을 막고 개인 욕심을 취하는 기득권 정치를 깨부술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