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지지율 붕괴는 '침묵의 나선이론'
이슬기 기자
입력 2016.11.09 09:50
수정 2016.11.09 10:39
입력 2016.11.09 09:50
수정 2016.11.09 10:39
<데일리안-알앤써치 '국민들은 지금' 정기 여론조사>
부정평가 87.7%까지...대통령 고정 지지층도 '답변 회피'
박근혜 대통령의 추락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과 두 번에 걸친 대국민 담화가 분노한 민심을 잠재우지 못하면서, 60세 이상·TK 지역(대구·경북)으로 대표되던 전통적 지지층마저 무너져 내렸다. 특히 부정평가가 주류 여론으로 자리를 잡음에 따라, 고정 지지자들조차 대통령에 대한 지지 답변을 회피하는 현상이 견고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한 11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1.5%p 상승한 87.7%로 알앤써치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0.9%p 하락해 10.4%에 머물렀다. 이 역시 동일 조사상 가장 낮은 수치로, 부정평가와의 차이는 무려 77.3%p 벌어졌다.
특히 박 대통령의 고정 지지층인 60세 이상과 TK에서 부정평가에 대한 ‘동조 현상’이 팽배함에 따라 이러한 결과가 더욱 또렷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중 국정운영에 대해 긍정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전주 대비 1.9%p 떨어진 18.5%에 불과했다. 반대로 76.7%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50대에서도 이러한 불신 현상이 두드러져, 긍정평가는 13.5%인 반면 부정평가는 84.8%를 기록했다. 20대~40대의 민심은 더욱 심각했다. 20대의 95.4%, 30대의 91.7%, 40대의 92.8%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정평가를 내리면서, 젊은 층으로부터 국가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사실상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 조사의 경우, 여권의 심장부인 TK에선 전주보다 1.4%p 오른 14.8%의 응답자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다만 이는 오차범위 내 소폭 변화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이어 강원·제주(14.3%)와 부산·울산·경남(13.4%) 대전·충청·세종(11.4%)순으로 긍정평가가 10%대를 가까스로 넘었다. 그 외 지역은 서울 8.9%, 경기·인천 9.1%, 전남·광주·전북 5.5%로 한 자릿수를 맴돌았다.
지지정당별 조사에선 야당 지지층은 물론, 새누리당 지지층조차 부정평가에 무게가 쏠렸다. 조사 결과 긍정평가는 전주 대비 1.2%p 하락한 41.1%였으며, 응답자의 과반인 56.3%는 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7%는 응답을 유보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97.8%, 국민의당 99.7%, 정의당 99.2%의 응답자가 부정평가를 내렸다.
주목할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가 주류 여론으로 확고히 자리 잡은 상황에서, 전통적 지지층에서조차 긍정적 답변을 ‘회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주류의 답변과 자신의 의견이 다를 경우, 주류 여론에 동조하거나 응답 자체를 피해버리는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특정 정치인의 지지율 추락이 가속화돼도 일정 수치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전통적 지지층이 결집, 해당 인물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처럼 지지층의 답변 회피 또는 동조 현상이 두드러면, 추락하는 지지율의 마지노선을 지켜줄 ‘보호막’이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 상태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전망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사회분위기상 박 대통령에게는 최소한의 ‘방패막’이 없다”면서 “침묵의 나선이론으로 실제 지지율은 지금보다 더 높게 나올 거란 뜻이 아니라, 보호막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통적 지지층조차 응답을 회피한다는 건, 더 이상의 추락을 막아줄 보호선마저 사라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또 “박 대통령을 무조건 지지하는 층이 7% 내지 8% 정도 되는데, 이대로 갈 경우 8%선도 무너질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자들이 빨리 침묵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개인 박근혜’에서 벗어나 ‘대통령 박근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고했다. 즉, 박 대통령이 첫 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내보인 동정론이나 ‘피해자’를 자처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않는 한, 지지자들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특히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지층이라도 대통령을 다시 지지하려면 뭔가 명분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부정 여론이 워낙 높고 주류 의견이 됐기 때문에, 지지층으로서는 자신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 생각을 갖고 있어도 솔직하게 목소리를 내기가 두려워서 침묵을 지킨다. 대통령이 고집하는 동정론은 지지층의 침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1월 6일부터 11월 7일 이틀 간 전국 성인 남녀 151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8.3%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2.5%p다. 통계보정은 2016년 7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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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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