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터급? SK 힐만이 일으킬 새 바람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0.29 09:08
수정 2016.10.31 18:04

로이스터 이후 6년 만에 외국인 사령탑

일본-미국 등 풍부한 경험, 인지도 최상급

SK 지휘봉 잡게 될 힐만 감독(왼쪽). ⓒ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가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SK는 27일 일본프로야구 니혼햄과 미국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에서 감독직을 역임했던 트레이 힐만(53)을 새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SK는 올 시즌 5강 진출에 실패하며 계약이 만료된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SK는 제로베이스에서의 새 판짜기를 선언하고 국내외를 망라해 새로운 사령탑 후보를 물색했다. 염경엽 전 넥센 감독의 SK 부임설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본인이 이를 부정하며 없던 일이 됐다.

SK는 이달 중순 이미 구단 운영진이 미국으로 출국해 다양한 감독 후보군과 면접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기우는 모양새였다. 힐만 감독 역시 유력한 후보군으로 알려진 상태였다.

결국, SK는 지난 26일 구단 내부 회의를 거쳐 면접 최고 점수를 얻은 힐만을 차기 감독으로 낙점하고 이튿날 미국 현지에서 계약을 진행했다. 계약 조건은 2년 160만 달러다.

힐만은 SK 구단 역사상 6대 감독이자 외국인 감독으로서는 KBO리그 사상 두 번째다. 첫 외국인 감독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롯데 감독직을 역임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노 피어’로 대표되는 화끈한 공격야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힐만은 이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의 사령탑을 역임하며 아시아야구를 경험했다. 니혼햄은 힐만 감독 재임 시절 2006년 일본시리즈 우승-2년연속 퍼시픽리그 우승(2006~2007)을 차지했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감독을 역임했다. 힐만 감독은 이번에 KBO의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아 9년 만에 아시아야구로 귀환하게 됐다. 역사상 한·미·일 프로야구에서 1군 감독직을 수행한 최초로 인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SK는 외국인 감독 후보자 물색 당시부터 감독의 역량을 분석하면서 아시아 야구 및 문화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구단의 전반적인 시스템 구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찾는데 초점을 맞췄다.

힐만 감독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인물이다. 아시아 야구 경험은 물론 우승 경력까지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성공은 아니지만 감독직을 역임했다. 최근까지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코치로 현장에서 활동을 이어왔다. 감독 경력 외에도 스카우터와 구단 육성 디렉터, 마이너리그 코치까지 다양한 경험을 두루 갖춰 야구계 현장과 프런트의 업무에 대하여 모두 이해도가 높다.

SK는 당초 힐만 감독 외에도 여러 외국인 감독 후보군을 검토했지만, 경력과 인지도 면에서 힐만을 능가하는 인물은 없다고 판단했다. 1963년생으로 만 53세, 감독으로서의 경험과 열정이 조화를 이룰만한 시기다.

SK의 외국인 감독 실험은 벌써부터 야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SK는 최근 몇 년간 야구철학과 성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여러 국내 감독들이 팀을 거쳐 가면서 방향성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오랜만에 등장한 외국인 감독으로서 힐만 감독이 보여줄 야구가 SK와 KBO리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지 주목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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