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먹이면서 변명한 나향욱, 정신 못차린 교육부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7.11 22:44
수정 2016.07.11 22:47

<현장>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전체회의 '민중은 개·돼지' 나향욱 출석

이준식 '유구무언'했지만…나향욱 "본의가 아니다"

동석한 이승복 대변인 "전화 받고 화장실 가느라 기억안나"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가운데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답변을 위해 발언석으로 나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공무원으로서 정말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말을 해서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다만..."

'민중은 개, 돼지'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관광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사과했다. 그는 "여러가지 기사에 딸린 댓글들을 보면서 '정말 잘못했구나, 죽을 죄를 지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나 기획관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그 기사대로 그대로 직접 한 말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11일 국회 교문위 전체회의는 당초 2015년 회계 결산 심사의 장이었다. 하지만 오전 시작부터 야당 교문위원들이 나 기획관이 출석을 하기 전에는 회의를 진행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오전 내내 파행을 빚었다. 오후에는 나 기획관이 출석한다는 전제조건 하에 회의가 속개됐고 나 기획관은 오후 4시33분께 교문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 기획관에 앞서 발언대에 선 이준식 교육부총리는 "국가의 교육 담당하는 수장으로서 국민 여러분의 마음에 큰 상처를 드리게 되어 참담한 심정"이라며 90도로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 부총리는 "어떤 상황과 이유에서든 부적절했고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어진 여야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나 기획관은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던 이 부총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자리로 돌아와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앞줄 왼쪽은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준식 '유구무언', 나향욱 "죄송하지만 본의가 아니다"

첫 질의자로 나선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돼지 국민을 대표하는 신동근 의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나 기획관은 '민중은 개·돼지다'라는 발언을 했냐"고 물었다. 그러나 나 기획관은 "그 말은 제 본심이 아니고 그렇게 생각해서 한 말도 아니고 영화에서 나온 말을 인용한 것이다"고 변명했다. 이어 "1%와 99%라는 신분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고 신 의원이 다그치자 "그날 과음을 한 상태여서..."라며 말을 흐렸다.

나 기획관은 답변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이은재 새누리당 의원이 "이 자리를 빌어서 국민께 사과해보라"고 말하자 "제 불찰이고, 여러분께 누를 끼치게 되고 국민께 정말 죽고싶을 정도로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며 울먹였다.

나 기획관은 계속되는 의원들의 질문에 종종 울먹이거나 감정이 북받친듯 말을 잇지 못하면서도 보도된 내용에 대해 '본의가 아니었다', '그런 말은 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지금까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경향신문이 오보를 하거나 나 기획관이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 진실이냐"는 안민석 더민주 의원의 질문에 "기사 내용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한 말이 본뜻이 아닌 실수라는 것"이라는 모순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나 기획관의 태도에 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은 "왜 자꾸 죄송하다면서 변명성 이야기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나 기획관은 교육부 감사관이 '감사중이므로 대기하라'고 한 명령도 어긴 것으로 알려져 교육부의 해이한 기강도 도마위에 올랐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이 부총리를 향해 "교육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나 기획관의 발언도 문제고 상임위에 출석해서 하는 대답도 문제지만 왜 교육부에서 이 문제를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려고 하느냐"고 다그쳤다.

‘민중은 개돼지’ 막말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한 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동석했던 이승복 대변인 "전화 받고 화장실 가느라 기억안나"

나 기획관과 자리에 동석했던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오영훈 더민주 의원이 이 대변인에게 "언론의 보도와 사실과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이 대변인은 "논쟁이 시작된 부분부터 전화통화와 화장실 등으로 그 자리를 자주 떴다"고 답했다. 이 대변인이 이 같은 대답을 할 때 교문위 회의실에서는 어이 없어하는 관계자들의 실소와 헛웃음이 들렸다.

계속된 오 의원의 질문에 이 대변인은 "분위기는 알고 있었으나 정확한 워딩은 파악하지 못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위기가 격앙돼있어서..." 등등의 변명을 늘어놨고 좌중은 이 같은 성의없는 대답에 실소하거나 장탄식의 소리도 들렸다. 질문 당사자인 오 의원도 황당하다는 듯 "기억력에 이상이 있냐"고까지 묻기도 했다.

이준식 교육부총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재수 더민주 의원은 "나 기획관의 발언은 교육부 차원에서 수습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총리도 도의적 책임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이 부총리는 "저도 책임을 통감하고 책임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나 기획관은 현재 보도와 관련해 진상조사가 진행중이고 '대기발령' 상태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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