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가 방치...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 문재인 글 파문

고수정 기자
입력 2016.06.12 18:43
수정 2016.06.13 09:13

여당 "그릇된 행보 점입가경"…누리꾼 "양심 정치인?"

강남역 살인사건 '남녀 차별' 글 이어 SNS 글 '역풍'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의역 사고의 책임이 현 정권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라고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문재인 페이스북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빗대며 사고 원인이 현 정권에 있음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꾼들은 “현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문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남녀 차별’ 논란을 일으킨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관련 SNS 글과 함께 해당 글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면서 대권 후보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4·16 단원고 약전‘을 소개하며 “오로지 이윤 때문에, 탐욕과 무능 때문에 그렇게 참혹한 일을 만들어 놓고도 정부는 반성할 줄 모르고 오히려 진상규명을 가로 막고 있다”며 “공공기관마저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도록 몰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성과 조화돼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을 듣지 않았고, 최소한 안전과 관련한 업무만큼은 직접 고용 정규직이 맡아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도 외면했다”면서 “유사한 스크린 도어 사고가 되풀이 됐고, 국회에서 여러 번 추궁했는데도 조금도 개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정권이 추구하고 방치한 이윤 중심의 사회, 탐욕의 나라가 만든 사고인 점에서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라며 “세월호 참사를 반성하며 안전한 대한민국,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드는 일은 정권교체 후 우리가 해내야 할 과제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장 새누리당은 “협치의 정치를 시작도 하기 전에 또다시 지역분열을 조장한다”고 힐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1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 전 대표가 구의역 사고에 대해 새누리당 정권이 만든 사고라고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을 새누리당 소속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냐. 모든 걸 새누리당 탓으로 끼워 맞추는 논리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아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에서 “문 전 대표의 그릇된 행보가 점입가경”이라며 “구의역 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빗대며 또다시 새누리당 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편향적 공세까지 남발했다. 세상이 다 아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문제를 문 전 대표만 모르는 모양”이라고 비꽜다.

김 대변인은 또 “문 전 대표의 주장들은 하나같이 이번 사고로 인해 확인되고 있는 더민주 소속 박 시장이 외면해온 일들”이라며 “과연 자당 소속 서울시장을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박 시장의 허점을 더 드러내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할 정도”라며 날을 세웠다.

누리꾼들은 야권의 차기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의 언행을 강한 말투로 지적하고 있다. 누리꾼 A씨는 문 전 대표의 글에 “박원순(시장)이가 책임질 일을 집권당에 책임을 씌우느냐”며 “경제가 어려워지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것도 당신 같은 야당 지도자들 책임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누리꾼 B씨도 “양심이 있으면 (대권 후보) 자진 사퇴를 하라”며 “끝까지 챙길 건 챙기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이런 분이 대권 노리고 있다는 것부터 지금 시대가 바라는 양심 있는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비난했다.

누리꾼 C씨는 “어째서 구의역 사고가 새누리당만의 문제인가”라고 반문하며 “서울시장은 더민주 소속”이라고 강조했고, 누리꾼 D씨도 “정권교체만이 해결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오류와 현 시대적인 책임론이 현 정권만의 문제인가를 생각해보길 바란다”며 “중도적 입장에서 무조건적인 ‘네 탓이오’의 정권교체론은 참으로 1차원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문 전 대표의 ‘구의역은 지상의 세월호’ 발언을 동감하는 이들도 있었다. 누리꾼 E씨는 “문 전 대표의 지적은 타당하다”며 “서울메트로를 관리하고 감독하는 서울시와 박 시장의 책임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 정책에 기인 한다”고 했다. 누리꾼 F씨도 “잘못된 부분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된다. 대한민국이 바뀌려면 모든걸 뒤집어 엎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이런 아픈 것들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전 대표는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에 대해서도 올린 SNS 글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자신의 트위터에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고 올렸다.

해당 글이 ‘남녀 차별 논란’으로 불거지자 문 전 대표는 다음 날 트위터에 “제 트윗에 오해소지가 있었나요?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어느 여성분이 쓰셨을. 이런 글을 읽게 되는 현실이) 슬프고 미안합니다‘ 이런 뜻으로 읽어 달라”고 해명한 바 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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