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후보' 야권에서 반기문 사라지다
이슬기 기자
입력 2016.06.08 11:18
수정 2016.06.08 17:15
입력 2016.06.08 11:18
수정 2016.06.08 17:15
<데일리안-알앤써치 '국민들은 지금' 정기 여론조사>
새누리 지지층 반기문 47.4%, 더민주는 문재인 57.5%
20대 총선 이후 정치권의 시선이 대선 잠룡군의 행보에 집중되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야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혔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6월 둘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 반 총장이 29.7%를 얻어 타 후보군을 제치고 선두에 올랐다. 이어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15.6%, 오세훈 전 서울시장 9.9%,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9.1%, 남경필 경기도지사 4.3%, 황교안 국무총리 3.3%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에선 반 총장이 47.4%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다만 타 후보군에선 순위 변동이 뚜렷했는데, 오세훈 15.8%, 김무성 10.7%를 기록했고 황교안 6.0%, 유승민 4.0%, 남경필 3.6%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조사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20.9%를 얻어 반 총장(19.7%)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치고 여권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 전 대표는 10.2%로 조사됐다. 또한 국민의당 지지층에선 반 총장(23.6%)과 유 전 원내대표가(22.4%)가 오차범위 내 1·2위를 다퉜으며, 정의당 지지층은 38%가 유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조사의 경우, 반 총장은 여권세가 강한 PK(부산·울산·경남)와 TK(대구·경북)에서 각각 33.6%와 32.8%를 얻었으며 서울(28.6%)과 경기·인천(29.3%)에서도 여권 주자군 내 선두를 기록했다. 다만 대전·충청·세종에선 반 총장(30.8%)과 유 전 원내대표(30.5%)가 박빙의 지지세를 보였으며, 유 전 원내대표는 TK에서 15.8%, 서울에서 15.5%를 얻어 반 총장을 뒤따랐다.
범야권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는 문 전 대표가 25.2%를 기록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5.4%)를 약 10%p 차이로 앞섰다.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은 7.3%, 김부겸 더민주 의원은 6.3%를 기록했다. 더민주 지지층 조사에서도 문 대표(57.5%)는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어 야권 차기 주자로서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반면 국민의당 지지층에선 안 대표가 51.7%를 기록했으나, 문 대표는 9.6%에 머물렀다.
주목할 만한 것은 그간 타 후보군에 비해 눈에 띄지 않던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6.1%의 지지를 얻어 박원순 서울시장(5.7%)을 오차범위 내 근소한 차이로 앞섰으며, 안희정 충남지사(4.0%)도 제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시장은 더민주 지지층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9.5%를 기록했으며, 이어 박원순 6.9%, 김부겸 5.5%, 안희정 5.2% 순으로 나타났다. 안 대표는 4.7%에 그쳤다.
아울러 문 전 대표는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강한 호남에서 31.4%의 지지를 얻어 안 대표(21.7%)보다 약 10%p만큼 앞섰다. 또한 서울(25.1%)과 경기·인천(22.0%), 대구·경북(22.7%) 등 전 지역에 걸쳐 안 대표를 압도했다. 특히 전통적인 ‘캐스팅보트’ 지역이자 20대 국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대전·충청·세종에선 이 시장(14.7%)이 문 전 대표(27.7%)를 이어 지지율 2위를 기록했다. 안 대표는 12.6%를 받았다.
이처럼 반 총장과 문 전 대표가 각각 여야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것과 관련, 후보가 난립하는 야권에 비해 반 총장 외에는 이렇다 할 주자가 없는 여권의 인물난이 향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가 독주하고는 있지만 일단 활발하게 거론되는 인물만 9명인데, 여당에선 반기문 외에는 다른 선택지로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태”라며 “여당 유권자의 경우엔 정말 마음에 들어서 꼽을만한 사람이 보이질 않으니 표심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수층으로선 반기문이 그다지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 외에는 다른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야권에선 ‘문재인’이라는 후보가 대체 불가능한 카드로 인식돼 고정 지지층이 굳건하지만, 여권에서는 ‘반기문’ 카드 외에는 아직 내놓을 주자가 없는 만큼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하며 가변성 역시 크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권에서 ‘정치적 선명성’과 함께 ‘확장성’을 지닌 인물이 부상할 경우, 반 총장을 향했던 표심은 충분히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김 소장은 특히 “여권에선 지금 당장은 반 총장 외에는 표를 줄만한 사람이 없지만, 얼마든지 다른 누군가가 치고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 오세훈 시장의 지지율 역시 만만치 않은 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 여권에서는 지지세가 낮은 반면, 야권 3당에선 눈에 띄는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 주자는 확장성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며 “이번 설문내용은 ‘경쟁력’있는 후보다. 지지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이고,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교안 총리가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6%를 얻은 것에 대해서도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황 총리에게 지지를 보낸 것으로서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라며 “반면 반 총장은 확실한 보수색채가 나지 않는다. 실제 반 총장의 북한 관련 발언은 사실상 보수층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황 총리의 보수적 색채와 유 전 원내대표의 확장성이 여권의 '필승카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이 시장의 약진에도 방점을 찍었다. 최근 구의역에서 발생한 ‘스크린도어 점검원 사망 사건’으로 박 시장이 적잖은 타격을 입은 반면, 이 시장은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이 시장이 야당 주자 중 다크호스로 부상하면서 김부겸·손학규·박원순과 함께 야권 주자 중간그룹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 사이에 얼마든지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힘을 실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6월 5일부터 6일 이틀 간 전국 성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체 응답률은 2.9%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0%p다.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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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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