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시민사회의 '컷오프 기준', 선명한 '차이'

박진여 기자
입력 2016.03.29 10:06 수정 2016.03.29 10:09

보수 시민단체 "노동개혁, 사이버테방법 통과시켜야"

진보 시민단체 "노동개혁 저지, 세월호 특검실시"

2016총선시민네트워크(전국 33개 연대기구와 1천개 시민단체 참여)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1차 공천부적격자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이날 2016총선시민네트워크는 전국 시민단체들의 논의와 시민제보를 종합해 황우여, 최경환, 김현종, 김석기, 김진태, 이노근, 한상률, 박기준, 김용판 등 9명의 부적격후보자들을 선정해 낙천을 촉구했으며 각 정당에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좋은후보 선정 시민유권자운동본부 발족식'이 열렸다. ⓒ데일리안

보수·진보 시민사회 단체들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 진입을 앞두고 부적격 후보 낙선운동 및 정책공약 제시 등 총선과 관련된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 진영은 안보·경제·노동·민생을 최대 쟁점으로 각기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며 각 진영의 총선승리 결의를 다지고 있다.

양 단체들은 19대 국회를 국민과 민생을 외면한 ‘식물국회’로 규정, 20대 총선을 통해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핵심공약 등 총선 정책에 대해서는 각각 다른 정책 제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로 국가 안보가 흔들리고, 역대 최대 청년실업률로 민생이 어려워지는 등 국가·사회적 위기가 가중되면서 이를 타개할 정책들을 놓고 양 진영 간 정책적 노선의 차이는 선명하다.

이와 관련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주로 안보강화 및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일자리 문제 해결을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반면, 진보 성향 시민단체는 대화를 통한 평화 구현 및 노동개혁 저지를 통한 일자리 확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대한민국미래연합, 21세기미래교육연합 등 51개 보수 시민단체가 결성한 ‘테러방지법제정 방해자 낙선운동본부’는 28일,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했던 야당의원 28명을 20대 총선 낙선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안보 위협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를 등한시한 의원은 후보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해당 단체는 “테러위협이 계속되는 국가비상상황에 국민 안전은 뒷전으로 한 채 당리당략에 빠져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테러방지법 제정을 방해하면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제도를 악용했다”며 그 이유를 밝혔다.

앞서 보수 성향 시민단체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 ‘4·13총선 좋은후보 선정을 위한 시민유권자운동본부’(시민유권자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유권자 운동에 나섰다. 단체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안보·윤리를 핵심가치로 이에 반하는 활동을 한 후보를 ‘나쁜후보’로 규정해 오는 29일 이를 발표키로 했다.

이와 관련 보수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역시 지난 15일 이 같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이에 반하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 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2명, 국민의당 소속 2명, 정의당 소속 1명의 국회의원 후보자를 선거 부적격자로 선정했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역시 낙선운동을 전개함과 동시에 5차 민중총궐기 차원의 ‘2016 총선투쟁 승리 범국민대회’를 개최해 진보 진영의 총선 승리를 도모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이 참여한 ‘2016 총선공동투쟁본부’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은 총선 후보 등록이 마감된 바로 다음 날인 26일, ‘2016 총선투쟁 승리 범국민대회’를 개최해 노동계와 진보진영의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단체는 이날 △노동개악·재벌체제 타파 △사드반대·한반도평화 실현 △민생·민주주의 쟁취 △4.16 특검 실시 및 특별법 제정 등을 주제로 투쟁연설 및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해당 진영의 총선 승리 운동을 전개했다.

앞서 한국진보연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4·16연대 등 진보 성향 시민단체로 결집된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총선넷)은 지난 3일과 15일 각각 1, 2차 공천 부적격자 명단을 발표한 바 있다.

총선넷은 △노동개악 추진 △세월호참사 책임·망언 △국가기관 선거개입 △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 자체적인 선정 기준에 따라 새누리당 소속 현역 의원 및 국회의원 후보자 17명, 더불어민주당 소속 2명 등 총 19명을 소위 ‘시민 컷오프’ 대상자로 규정, 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진영 간 대립은 청년단체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청년단체들은 20대 총선을 ‘정책 공약 없는 깜깜이 선거’라고 한 목소리로 비판하면서도 핵심 정책들에 대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청년이여는미래’는 지난 23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주요정당의 10대 청년공약 블라인드 설문조사’를 공개하며 ‘최선의 정책공약’ 및 ‘최악의 정책공약’ 각각 1~3위를 발표했다.

이 결과 새누리당의 △청년 희망 아카데미 정책이 최고의 정책공약으로 선정, 더불어민주당의 △취업활동비 지급은 최악의 정책공약으로 조사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청년일자리 70만개, 정의당의 △공공기간 행정인턴 모두 계약직 전환 △실업급여 확대 등이 하위공약에 머무른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청년주거 개선, 국민의당의 △컴백홈법 등이 상위공약에 잇달아 랭크됐다.

단체는 “실제 역대 최악의 청년실업 현장에 있는 청년들에게 단순히 직접 현금을 얼마 주거나 일자리 몇 십만 개 창출 등의 제안은 공허한 구호로밖에 다가오지 않는다”며 “현금과 숫자를 내세운 공약보다 직업훈련의 기회를 확대하는 공약 등이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으로 다가온다”고 전했다.

반면,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 단체들이 참여한 ‘2016총선청년네트워크’는 28일 ‘청년실종·정책실종 선거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실업급여 확대 정책 등을 주장하며 실제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의 자체 평가 결과, 정의당의 △실업급여 확대 정책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윤성진 매니페스토청년협동조합 기획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주요 정당의 청년 관련 정책을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해 분석한 결과 정의당의 실업급여 확대 정책이 65점으로 그나마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서 “새누리당의 벤처장학제도는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다.

단체는 이날 △최저임금 1만원까지 대폭 인상 △고용보험 실업급여 자발적 이직자까지 확대 △청년기본법 제정 △청년신용회복기금 조성 등을 주장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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