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탄이든 아니든...한반도 상공에 버섯구름 뜰판인데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6.01.07 05:20
수정 2017.10.16 10:31

<칼럼>말로만 '혹독한 대가' 더이상 안돼

이젠 정부 군대 국민 삼위일체로 대비해야

6일 오전 10시 북한이 수소폭탄을 실험했다고 알려진 풍계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구글 어스 화면 캡처

북한은 2015년 1월 6일 10시 30분에 자칭 수소폭탄 실험을 실시하고 성공하였다고 발표하였다. 이로 인하여 하루 종일 한국 사회는 시끄러웠다. 핵전쟁 그것도 수소폭탄에 의한 공격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관련 해설을 연이어 보내고, 국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상황 인식을 공유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 답답해하고 있지만, 며칠 지나면 한국 사회는 금방 정상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하였을 때는 이것보다 더욱 위험하게 느껴졌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에서 사라졌다. 국민들은 위험하다는 점을 알지만 잊고 싶을 수도 있다. 살아가는 것도 힘든데 핵전쟁까지 걱정하고 싶겠는가?

그렇지만, 이제는 그러해서는 안된다. 이번 실험으로 북한 핵능력의 심각성과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지가 명백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3년 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였을 때부터 철저하게 대비해야헸지만, 그러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는 달라져야 한다. 수소폭탄 실험의 진위를 갖고 논쟁을 하거나 북한의 의도를 판단하고자 노력할 겨를이 없다. 북한은 이미 수십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이고, 그것으로 한국을 하시라도 공격할 수 있으며, 한국은 이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

북한의 핵위협은 군대만의 노력으로 대응할 수 없다. 모든 정부부처가 동참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하지 않다. 국민들이 반성하고 동참해야 한다. 핵무기는 군대나 정부를 먼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직접적으로 먼저 공격하기 때문이다. 프러시아의 유명한 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Carl von Clausewitz)는 정부 군대 국민이 삼위일체를 이룰 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하였다. 현재와 같은 핵위협으로부터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클라우제비츠가 생각하던 전쟁보다 더욱 위중한 상황이다. 정부·군대·국민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때 핵전쟁으로부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북한의 의도 분석은 그만하자. 우리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논의하자. 제발 미국, 중국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두자.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정부, 군대, 국민들이 해야할 몇가지를 이번 북한 수소폭탄 실험을 기회로 제시해보고자 한다.

정부

당연히 정부가 해야할 일이 가장 많고,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군대와 국민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핵무기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수발이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위력을 갖고 있다.

우선 정부는 북한을 “자칭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공개적으로 핵대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될까봐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화하지 않았고, 그래서 체계적인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 핵보유국으로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대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핵보유국 인정으로 오해될 수 있다면 “자칭”을 붙여서 언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이 명확한데도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는 다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정부의 직무를 망각한 셈이다.

이번 수소폭탄 실험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어떤 식으로든 실행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도발을 할 때마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거의 없다. “혹독”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확실한 손해는 가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사드(THAAD)의 한반도 전개를 요청하는 것도 북한에게는 손해되는 조치일 것이다. 2015년 8월 25일 합의에 의하여 중단된 휴전선 일대에서의 확성기 방송 재개도 북한에게는 손해되는 일일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일체의 논의를 중단하면서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도 북한에게는 손해되는 일일 것이다. 이 외에도 북한에게 손해되는 일을 찾아서 이 기회에 시행해야 한다. 그러해야 북한은 한국의 단호한 의지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북한의 핵위협 대응을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국민들의 대규모 살상은 물론이고, 국토가 불모지대로 될 수 있다. 이보다 더욱 중요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면 어떠한 조치도 마다하지 않아야하고, 예산의 지출에도 인색하지 않아야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유사시 국민들이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구축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것은 참을 수 있지만, 안보가 잘못되면 국가를 잃어버리게 된다.

외교의 경우 한국, 미국, 일본의 3각 협력을 이 기회에 적극적으로 강화해야할 것이다. 6자회담은 모두가 알듯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경험을 통하여 입증되었다.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직접적인 위협을 받는 3개 국가가 철저하게 공조하여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 북한을 핵사용을 자제하거나 최선의 상황에서는 핵무기를 폐기할 수도 있다.

6자회담이라는 명분만 유지하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형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한국, 미국, 일본의 3국은 “대북정책조정그룹(TCOG: 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을 만들어 북한에 대한 정책을 조율한 바가 있다. 그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긴밀하게 협의하여 구체화 및 시행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현 “국가안보실”을 “핵위협대응실”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핵위협대응실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북한핵문제에 관한 한 국가정보원, 국방부, 외교부는 물론이고, 관련된 모든 부처들을 조정 및 통제하고, 북한핵에 관한 모든 정보를 종합하며, 종합적 정책을 발전시키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거나 대통령에게 건의하여 시행해야 한다. 국가안보실은 과거에 없던 것을 현 정부가 만든 것이라서 핵위협대응실로 변경시켜도 국가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고, 사소한 안보에 관한 것은 국방부 등 관련부처에서 처리하면 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은 북핵 대응 노력은 여전히 조정되지 않은 채 산만하게 처리될 것이다.

군대

한국군 역시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적인 과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군대는 위협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위협 특히 최악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다. 핵위협이 이와 같이 심각하게 대두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대비에 노력을 집중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것이다. 한국군은 예산사용의 우선순위 등 모든 분야에서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모든 장병들의 노력을 결집해 나가야할 것이다.

북한이 수소폭탄까지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 현 상황에서 그에 대한 억제 및 방어를 위하여 한국군이 무엇을 할 것인지를 더욱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거론하고 있는 킬 체인(kill chain)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Korea Air and Missile Defense)의 구축을 더욱 강화해 나가면서 이스라엘이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발전소를 폭파한 사례나 2007년 시리아의 알 주르 발전소를 폭파한 사례와 같은 공격적인 작전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핵공격을 받았을 때라도 국민의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핵상황 하에서의 작전수행도 연구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할 것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북핵대응을 위한 한국군의 능력 자체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더욱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 공격작전과 관련하여 미군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한미연합 작전계획 수립이나 연습 시에 핵상황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사드의 배치는 물론이고, 미군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문제도 미군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 최소한 미 전략사령부에 한국군 요원을 파견하여 공동으로 관련 계획을 수립하거나 유사시 북한 응징보복을 위한 전력을 사전에 할당받는 것도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인은 국민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위험해진 것에는 국민들이 잘못도 포함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국민들의 여론이 북한의 핵위협에 대하여 다소 둔감한 성향을 보여왔고, 이것이 선거에 의한 대표들에 의하여 국정에 반영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부 무책임한 지식인들의 반성을 촉구하고 싶다. 이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초래하는 위기상황을 가급적이면 낮게 평가하고자 하면서 북한의 논리대로 미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경향을 보여왔고, 한국군이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려할 때도 그것이 미국 미사일 방어망의 일부가 된다면서 반대하였다.

미군이 주한미군과 한반도를 보호하고자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고 하는 것도 온갖 왜곡된 논리를 동원하여 반대하였고, 급기야 중국의 개입까지 초래하였다. 이들은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어떤 숨은 방안이 있다는 말인가? 국민 중의 한사람이라면 이들은 과거의 잘못된 주장을 반성하고 철회해야할 것이다. 대신에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국민 모두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것이다.

언론의 책임의시과 반성도 요구된다. 일부 지식인들이 왜곡된 지식을 전파할 때 비판의식없이 확대시킨 것이 언론이기 때문이다. 시청률에만 치중하여 가십성의 의제보다 국가안보를 위한 진정한 논의를 소홀히 한 점이 있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을 충분한 검증없이 보도함으로써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한 점도 있다. 이제 한국 언론들은 사회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을 준엄하게 받아들이고,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선도해 나가야한다.

학자들을 비롯한 지식인들의 반성도 필요하다. 한국의 사회과학도 중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연구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가? 당면한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한국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기보다는 주변국 정세를 임의로 해석하는 데 치중해온 것 아닌가? 충분한 연구를 통하여 국민들에게 정확한 지식을 제공하기는 커녕 오히려 몇몇 선동가들의 논리에 이끌려 간 점이 없는가?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가지도 못하면서 지식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일반 국민들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와 군대를 비판하기에 앞서서 주인으로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서 관련 사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건전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지를 반성해봐야할 것이다. 핵무기의 위력, 그로부터 생존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해야할 바를 알아야할 것이다.

한국은 2000미터 정도 아래에 폭포가 있는 강을 떠내려가는 뗏목 위 사람들의 상황과 유사하다. 현재는 물결이 잔잔하여 폭포와 같은 위험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어렵지만, 치명적인 위험이 200미터 아래에 있다.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지금 북한의 핵무기 위험을 실감할 수 없지만, 그 위험은 너무나 심각한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 지금부터 행동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빠져서 후회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서로를 비판할 상황이 아니다. 우리 모두 스스로부터 반성 및 점검하면서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우리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말, 일, 노력을 한가지씩이라도 실천하자. 그러한 정성들이 결집되어 오랫시간 동안 누적될 때 북한 핵문제를 해결의 실마리를 보일 것이고, 우리 민족도 공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글/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장 hrpark5502@hanmail.net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