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교동계, 안철수에 안가고 제3지대행…속내는...

전형민 기자
입력 2016.01.07 05:38
수정 2016.01.07 05:41

"친노에 대한 맹목적 반감" "여전히 호남맹주 원하나" "안철수 측의 고민에 사면초가"

'탈당'이 예고된 동교동계의 좌장 격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해 말 호남향우회 임원들의 더불어민주당 대규모 탈당으로 촉발된 '더민주 엑소더스'가 '동교동계'로 번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교동계의 탈당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교동계는 과거 제3공화국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집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그를 보좌했던 측근들을 일컫는 말로 현재는 DJ의 비서실장이었던 권노갑 더민주 상임고문이 좌장 격으로 있다.

일단 동교동계의 탈당은 기정사실화 됐다. 동교동계의 '마이크' 역할을 하고 있는 이훈평 전 의원은 지난 4일 정대철 더민주 상임고문의 생일잔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탈당에 대한 원칙은 합의가 다 끝났다"며 동교동계의 탈당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그는 "시기만 여러 여건을 보면서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전 의원은 "저희들(동교동계)도 과거 호남 민심을 정치권에 대변하는 사람들이었지, 끌고 다닌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이런 결심(탈당)을 하게 된 것은 우리 지지자들이 이미 더민주를 떠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탈당이 호남민심의 뜻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호남 민심은 벌써 쓰나미가 시작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결국 자신들은 호남의 '민심'에 따라 더민주를 탈당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호남의 '변심'은 진작에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 달 30일 호남의 민심을 대변한다는 호남향우회 임원 27명은 더민주를 탈당하고 같은 날 안철수신당은 아니지만 천정배신당인 '국민회의'에 입당한 바있다. 따라서 호남 민심이 무기인 동교동계 역시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보였어야했고 그 결과가 바로 탈당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이는 이 전 의원의 발언과도 일치한다.

우선 동교동계의 탈당 이후 행보는 제3지대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이 전 의원은 '탈당 후 안철수신당으로 가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아니다"고 안철수신당행에 선을 긋고 "신당을 만들어서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통합신당을) 만들기 위해 뒷받침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상과는 다르게 안철수신당이나 천정배 의원의 국민회의가 아닌 제3지대에 머물겠다는 동교동계의 발언을 두고 정가는 이미 현실정치를 거의 떠난 그들이 굳이 탈당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까지 해가며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해 4·29재보궐선거에서 전남 광주 서구을 지역에 출마한 조영택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지원하고 있는 권노갑 상임고문. 이 선거에서 조영택 후보는 탈당한 천정배 무소속 후보에게 패해 고배를 마셨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친노에 대한 맹목적 반감"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실 동교동계는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임이 지난 4·29 재보선을 통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현실 정치의 전면에 나서는 것은 문 대표와 친노세력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동교동계는 사실 어느 당을 가도 이미 큰 영향력은 없지만, 굳이 더불어민주당에 남아서 문재인 대표와 친노세력에게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당이라는 명분을 줄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교동계는 이미 진작부터 더민주를 떠나고 싶었으나 떠나서 안착할 다른 정당이 없어서 떠나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한 보좌진도 "그냥 싫은 것"이라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을 더했다. 그는 "가까이로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한명숙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가 공천을 주도하며 계파간 다툼이 이어져오고 있지 않냐"며 친노와 동교동계의 뿌리깊은 악연이 '일단 탈당하고 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미 현실 정치를 거의 등진 동교동계가 이렇게 나서는 것은 사실상 '친노',와 그 친노를 계승한 '문 대표에 대한 뿌리깊은 반감'이라는 설명이다.

동교동계와 친노 사이의 갈등은 지난 2003년 대북송금특검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노무현 정권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북한에 5억 달러를 줬다는 의혹을 조사하면서 동교동계인 박지원, 임동원. 이기호 등을 줄줄이 구속했었다.

또한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 등 젊은 동력을 주축으로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것 역시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이때의 주역인 천 의원은 최근 뉴DJ론을 기반으로하는 호남 신당 창당 행보의 일환으로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은 저의 잘못"이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여전히 호남맹주 원하나"

'동교동계가 여전히 호남에서 맹주노릇을 하고 싶어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치권에서 20년 이상 몸담아온 한 관계자는 "동교동계는 바로 안철수 신당으로 가기 뭣해서 잠깐 머무는 척 하는 것일뿐"이라며 결국 동교동계는 안철수 신당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동교동계가 호남 출신인 천정배 의원을 놓고 굳이 안철수 의원의 신당으로 가닥을 잡은 것에 대해서도 "동교동계는 호남에서 DJ를 대체할 큰 인물이 나오면 DJ의 유지를 이용하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되레 호남 출신 큰 정치인이 나오는 걸 견제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천정배가 신당 만들 때는 심드렁하다가 부산 사람인 안철수가 신당을 만든다니 '이 사람하고 같이 하면 우리가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겠구나라'는 복안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 김근태 전 상임고문의 4주기 추모미사에서 만나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안철수 측의 고민에 사면초가"

동교동계가 안철수 신당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안철수 측의 고민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데일리안'과 통화한 한 정치전문가는 "동교동계는 사실 '안철수신당'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안철수 신당에 고문급 정치인의 부재를 꼽았다.

동교동계가 안철수 신당으로 합류할 경우 신당의 입장에서는 호남의 지지기반을 일정 부분 흡수는 물론이고 형식적으로라도 정치적 조언자들이 생긴다는 시각이다. 그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철수신당이 주장하는 '새정치'라는 명분에는 일정부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안 의원 측은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그 때문에 동교동계가 처음에는 안철수신당으로 간다고 했다가 말을 번복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호남의 민심을 대변한다는' 동교동계의 탈당 예고와는 다르게 6일 정치권에서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씨가 더민주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는 그동안 해외에서 지내며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 씨가 이날 갑자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예방에 얽힌 이야기를 해명하고 나서며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미 김 전 대통령의 장남인 홍일씨와 홍업씨는 각각 전남 목포와 무안·신안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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