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었지만"…'히말라야'로 이끈 힘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1.10 08:58 수정 2015.11.10 08:58

윤제균 JK 필름 제작· '해적' 이석훈 감독 연출

황정민 정우 조성하 김인권 라미란 김원해 등 출연

황정민 정우 주연의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산악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이러다 죽겠다 싶었다."

천하의 황정민도 거대한 히말라야 앞에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계의 지붕 앞에서 인간은 초라한 존재였다.

거칠고 힘든 여정에도 포기하지 않고 산을 오르는 이유는 산을 정복하겠다는 계획 때문만은 아니다. '사람'이다. 나와 함께 산을 오른 사람들. '산'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영화 '히말라야'에 출연한 배우들은 입을 모았다.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산악 영화다.

천만 영화 '7번 방의 선물'(2013), '국제시장'(2014) 등을 제작한 JK 필름이 제작하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댄싱퀸'(2012)의 이석훈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천만 영화를 두 번이나 내놓은 제작사와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천만 배우로 등극한 황정민이 만났다. 올겨울 또 하나의 천만 영화라는 전망이 나온다.

'히말라야'는 실화를 배경으로 했다. 실제 원정대의 고뇌를 표현하기 위해 산악 전문가와 함께한 사전 훈련은 물론 네팔 히말라야, 프랑스 몽블랑 현지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경기도 양주와 강원도 영월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이 감독은 "네팔 히말라야의 3800m 정도까지 스태프 전원이 등반하며 촬영했고 몽블랑에도 올라 매서운 추위에 맞서 촬영했다"며 "눈보라 폭풍이 몰려와서 철수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가 하면 고산병 때문에 고생했지만 생생한 현장감을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현지 가이드들도 위험하다며 만류한 순간에도 촬영을 고수했다. "너무 편한 상황에서 촬영한 영화를 보여주는 건 위선이라고 생각했어요. 만년설이 있는 땅에서 위험을 겪은 모습을 떳떳하게 보여주고 싶었죠. 후회 없이 촬영한 작품이라 자신 있습니다."

김태성 촬영 감독은 "빙벽, 절벽촬영까지 감행했다. 광활하고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히말라야' 같은 영화를 찍는다는 건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였다"고 만족해했다.

제작자 윤제균 감독은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 펑펑 울었다. 영화를 기획한 이유"라고 했고, 이 감독은 "원정대의 도전을 통해 각박한 현실에서 잊고 살았던 가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순수한 우정과 의리를 진정성 있게 그리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황정민이 히말라야에서 생을 마감한 동료를 찾기 위해 원정에 나선 엄홍길 대장 역을 맡았다. 산악 영화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너무 힘든 촬영에 "죽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황정민 정우 주연의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도전을 담은 산악 영화다. ⓒCJ엔터테인먼트

마지막 촬영을 끝낸 직후 그는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했다. 그간 고생한 배우, 스태프들이 떠올랐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엄홍길 대장을 만나 얘기를 듣고 촬영하면서 그는 깨달았다. 무엇보다 '산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걸.

"리더이자 형으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명을 느꼈어요. 리더가 지녀야 할 마음, 동료를 대할 때 따뜻한 모습까지 모두 그려내고 싶었죠. 산이 주는 큰 에너지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입니다."

정우가 산을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서라면 목숨까지 내놓은 박무택 역을 맡아 황정민과 호흡을 맞췄다.

촬영장에서 막내인 그는 "막내로서 씩씩하게 잘해야 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면서 "히말라야 앞에서 나 자신이 작아졌다"고 털어놨다.

"내 몸 하나도 챙기지 못해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선배들을 따라가기도 힘들어 괜히 죄송스러웠죠. 이런 마음이 뒤엉키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힘든 척 안 하던 정민 선배가 촬영 종료 1~2주 전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는데 마음이 정말 안 좋았죠."

자책하는 정우의 얘기를 들은 황정민은 "워낙 힘든 촬영이었기 때문에 다들 힘들어했다"고 정우를 위로했다. 정우에 대해 황정민은 "날 믿고 따라와서 고마웠다"고 했고, 정우는 "황정민 선배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고 화답했다.

조성하는 엄홍길 대장에게 따끔한 조언도 하고, 대원들을 위해 노력하는 원정대 살림꾼 이동규 역을 맡았다. 그는 "'히말라야'는 천만 영화"라고 자신한 뒤 "함께 산을 타는 과정을 통해 나 혼자가 아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 겠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히말라야 원정대의 홍일점 조명애 역을, 김인권은 박무택의 둘도 없는 대학 동기 박정복 역을 맡았다.

라미란은 "시나리오를 읽고 펑펑 울었다"며 "산이 아닌 사람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김인권은 "1분 1초가 힘들었다"며 "산을 향해 올라간 게 아니라 사람을 향해 올라갔다"고 '사람 이야기'를 강조했다.

김원해는 엄홍길 대장과 박무택의 인연을 맺게 해준 김무영으로, 이해영은 현실파 원정대원 장철구로, 전배수는 원정대의 든든한 버팀목 전배수로 각각 분했다.

12월 개봉.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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