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오세훈에 말한 '신뢰 지켜라' 의미가...

문대현 기자
입력 2015.11.07 09:56 수정 2015.11.07 09:56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후보 사퇴

2010년 서울시장 선거땐 자문위원장 맡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좌측) 박진 전 새누리당 의원(오른쪽) ⓒ데일리안

서울 종로구를 잡기 위해 박진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의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박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지난 4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게 노원으로 가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맞붙을 것을 권유했지만 오 전 시장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종로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뜨거운 지역이다. 장면 전 총리, 김두한·정대철 전 의원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 정치인들이 이 곳에서 뱃지를 달았고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도 종로에서 의원을 지낸 경험이 있다. 그만큼 상징성이 있는 지역이다.

박 전 의원은 자신을 '종로의 아들'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의원은 2002년 서울 종로구 재·보궐선거를 통해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종로에서만 내리 3선을 한 인물이다.

그는 2011년 당이 위기에 처하자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돌연 야인의 길을 선택했고, 4년이 지난 지금 다시 여의도로 귀환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지속적으로 종로에 거주하며 민심을 살펴온 그는 최근 자전거를 이용해 골목을 누비며 지역민들을 만나고 있다.

그는 또 오는 1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박진의 종로 이야기'라는 책이 포함된 대규모 출판기념회를 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의원은 종로에 확실한 연고가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박 전 의원은 상당한 자신감에 차 있다.

반면 오 전 시장은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강남구에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소장파로서 정치 기반을 구축한 그는 '공천혁명에 밑거름이 되려고 한다'며 17대 총선을 스스로 포기했다.

변호사 복귀 후 법조인의 삶을 살아오던 그는 2006년 민선 4기 지방선거에 나섰다. 당시 오 전 시장은 맹형규·홍준표 등 쟁쟁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본선에 올라 열린우리당의 강금실 후보를 꺾고 시장에 올랐을 만큼 탄탄한 입지를 다진 인물이다.

서울시장 경선서 맺어진 인연, 박진의 눈물…이번엔?

각기 다른 화려한 스펙을 갖고 종로를 노리고 있는 이들이 한 번 부딪혔던 때가 있다. 오 전 시장이 당선됐던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다. 당시 박 전 의원과 오 전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맞닥뜨렸다.

박 전 의원은 6개월에 걸친 오랜 기간 동안 선거를 준비해왔다. 그는 맹형규·홍준표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빅3로 분류될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며 날개가 꺾였다. 그 변수는 바로 '오세훈'이었다.

오 전 시장은 선거 1년 전인 2005년 6월 여론조사 결과 서울 시장 선호후보 1위로 선정되며 급부상했다. 그렇지만 그는 출마의 뜻을 굳히지 못한 상태였고, 선거를 5개월 정도 앞둔 시점엔 "최근 출마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불출마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6년 4월 5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한나라당에서는 소장파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오세훈 영입'을 주장했다. 이를 무시 못한 당 중진과 지도부는 오 전 시장에게 '백의종군'식 경선 참여를 요구했고, 4월 9일 그가 이를 받아들이며 경선에 뛰어들었다.

오 전 시장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정수기 CF에 출연하며 1급수의 청정한 사람일 듯한 이미지를 갖게 됐고 그것이 한나라당에는 굉장히 큰 이점으로 다가왔다.

오 전 시장의 등판으로 오랜 기간 선거를 준비해 온 박 전 의원은 당장 입지가 위험해졌다. '오세훈 바람'을 끝내 넘지 못한 박 전 의원은 눈물을 흘리며 중도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4월 12일 서울시장 경선불출마 기자회견에서 "6개월 동안 구석구석 뛰고 나름대로 공약 제시했다. 그러나 정책 비전보다는 다른 차원에서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실상 대중적 인기로 스타가 된 오 시장을 겨냥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오세훈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설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면서도 "생각을 정리하고 머리도 맑게 한 뒤 행보를 생각하겠다"고 회피했다. 이후 그는 조직본부장을 맡았다. 자존심이 구겨질만한 일이었다.

박 전 의원이 저 때 당시의 일을 잊었을 리는 없다.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머릿 속에 깊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박 전 의원의 입장에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번 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박진과 오세훈이 펼치는 2라운드 대결의 승자가 더욱 궁금해지게 됐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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