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교육청 충돌 2라운드…교육부는 어디갔지?

하윤아 기자
입력 2015.07.02 08:51
수정 2015.07.02 08:56

교육부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평가 절차상에 문제점 없어"

시행규칙 개정으로 '동의' 카드 남아 한발 물러선 모양새

2014년 9월 4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 종로구 서울시 교육청에서 자율형 사립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14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시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들과 학부모들이 자사고 지정취소 중단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교육부가 지난해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지정취소 공방이 불거질 당시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반려’, ‘직권 취소’ 등으로 자사고의 ‘방패막’이 돼 줬지만 이번에는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2일 자사고 운영성과 종합평가 결과 발표에서 기준점수에 미달한 4곳(경문고, 미림여고, 세화여고, 장훈고)이 청문 대상학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측이 청문 거부 의사를 표하면서 지난해 벌어졌던 교육청-자사고 간 충돌이 재현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평가에서도 미달 점수를 받은 6곳의 자사고가 교육청의 지정취소 통보에 반발, 교육청-자사고 간 첨예한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당시 교육부는 사실상 자사고 측을 옹호하며 교육청 측을 탓했지만 이번에는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이유와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아직 청문회도 진행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교육청에서 지정취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교육부가 지난해처럼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자사고 지정취소 사태 당시 직접 선봉에 나서 교육청의 결정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등 사실상 자사고의 손을 들어줬다. 실제 교육부는 지난해 전임 교육감 시절 자사고 운영평가가 모두 완료됐음에도 조희연 교육감이 취임한 후 새로운 평가지표를 추가해 재평가를 실시, 교육감 재량을 일탈·남용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교육청의 자사고 재평가 과정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교육부는 앞서 교육청에 평가표준안을 제시했고, 지정취소 대상 기준점수도 지난해 70점에서 10점을 낮춘 60점으로 설정했다. 때문에 교육청은 교육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를 진행했고 사전 추인도 받았다면서 ‘절차적 합리성’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지난해에는 명백한 평가 과정에서 명백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으나, 이번에는 교육부 지침을 충분히 반영했다는 교육청의 주장이 나오면서 교육부는 작년과 같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교육부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지난해와는 조금 차이가 난다”며 “지난해의 경우는 일단 서울시교육청에서 조 교육감 취임 전에 평가 계획을 수립해서 1차 평가를 다 끝낸 상태였지만 조 교육감이 당선 이후에 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다시 평가를 했다. 이것 관련해서 재평가를 한 자체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반려를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는 절차적으로 입법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반려를 하겠다고 한 것이었지만 사실 올해는 그런 것이 없다”면서도 “서울시교육청이 절차대로 진행해 청문을 거쳐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해오면 그때가서 평가 기준이나 절차가 적절했는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교육청 측에서 교육부 지침을 반영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 “표준안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느 정도 기준으로 삼을만한 안으로써 제시한 것이지 지침적 성격까지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서울시교육청의 경우에는 일부 평가지표에서 척도값을 약간 변경해 추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정취소 동의요청이 오면 세부적으로 변경된 내용들이 적절했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육부의 추인을 받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교육청에서 말하는 ‘추인을 받았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밖에 교육부는 지난해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감이 자사고를 지정하거나 지정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사전동의’를 반드시 거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기존의 ‘사전협의’ 표현을 ‘사전동의’로 바꾸면서 교육부의 권한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지정취소의 경우 청문일로부터 20일 이내에 교육부 장관에게 동의를 신청해야 한다.

교육청이 청문회를 통해 지정취소 대상 학교를 확정해도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지 않으면 자사고 지정 취소가 불가능한 것이다. 교육부로서는 굳이 교육청에 대한 강한 압박 카드를 꺼내들 필요가 없는 셈이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시행규칙이 협의에서 동의로 바뀌었으니 교육부는 일단 교육청이 어떻게 하는지 경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도 지정취소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교육부가 마지막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자사고 지정취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교육부가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교육부와 교육청 사이에 괜한 갈등만 일어나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부로서는 최종적인 절차상의 하자 등 문제제기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다음에 판단하려고 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교육청은 이날 ‘2015년 청문 대상 자사고 4곳의 청문 불참과 관련한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라는 자료를 통해 “청문 대상 학교가 된 자사고는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청문에 임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앞서 청문 거부 의사를 밝힌 자사고에 대한 교육청의 최종적인 입장으로써 오는 6~7일 예정된 청문은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다시금 확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청은 “지금까지 평가 과정에서 어떤 문제 제기도 없이 평가에 참여했으면서 이제 와서 청문에 불참하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만약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에 문제점이 있다면 청문회에 출석해 정식 절차에 따라 합리적으로 소명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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