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부 처형만 70여명 '포악' 김정은, 이견제시만 해도...

목용재 기자
입력 2015.05.13 15:26
수정 2015.05.13 15:46

국정원 "중대 잘못 없거나 이견 제시도 숙청, '책임지는 고위직' 기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연합뉴스

현영철 전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이후 북한 간부들에 대한 ‘공포 정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집권이후 간부들에 대한 처형이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이 숫자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1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초기 4년간 간부에 대한 처형은 10여명에 그친 반면 김정은은 2012년 집권이후 지금까지 70여명을 총살했다. 김정은은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31명, 2015년 현재 8명을 총살시켰다. 이는 리영호 전 총참모장,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 등 고위간부를 포함시킨 숫자다.

처형 죄목은 주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 △간첩죄 △김정은 지시·정책 관련된 이견 제시 △불만토로 △비리 △여자문제 등이다. 이번에 처형 당했을 가능성이 큰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경우 김정은에 대한 불만토로, 김정은 지시불이행, ‘불충’스러운 모습 포착 등의 이유로 숙청됐다.

특히 처형할 때 총신이 4개인 14.5mm 고사총(대공화기)이나 화염방사기를 사용하는 등 처형 방식이 잔혹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4년 북한 내부 문건에서도 “종파놈들은 불줄기로 태우고 탱크로 짓뭉개 흔적을 없애버리는 것이 군대와 인민의 외침”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반역자는 이 땅에 묻힐 곳이 없다면서 처형 후 화염방사기를 동원하여 시신의 흔적을 없애는 방식을 사용하며 관련 분야 인원뿐 아니라 대상자 가족까지 참관시킨 가운데 소총대신 고사총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형 전 참관인들에게는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집행 후에는 처형된 자를 비난하면서 각오를 다지는 소감문을 작성토록 강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잔혹한 처형 방법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다음 처형 때는 미사일이 나오지 않겠느냐”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는 전언이다.

이같이 김정은이 잔혹한 방식을 이용해 ‘처형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이유는 △후계기간이 짧았던 점 △어린 나이로 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점 △용인술 부족 등이 꼽히고 있다. 때문에 김정은이 권력 유지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물리력’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김정은이 구사한 ‘공포정치’로 최근 숙청당한 주요 간부는 마원춘 국방위원회 설계국장,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성명 미상의 임업성 부상, 노경준 최고사령부 1여단장, 한광상 당재정경리부장 등이다.

국정원에 따르면 마원춘은 아동병원·평양 애육원 등 김정은 관심사업 건설성과를 인정받아 중장계급을 받았으나 지난해 11월 “(평양)순안 공항을 주체성과 민족성이 살아남게 건설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경질된 후 일가족과 함께 양강도 지역 농장원으로 배치됐다.

변인선은 김정은의 핵심 군사참모였지만 대외 군사협력 문제와 관련, 김정은의 지시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가 지난 1월 숙청됐다.

조영남은 미래과학자거리 건설과 관련, “전기부족으로 공사하기 힘들다”고 불평을 하다가 지난 2월에 처형됐으며 성명미상의 임업성 부상은 김정은이 산임복구 사업 관련 과업을 하달하자 이에 불만을 토로하다가 지난 1월 처형됐다.

이와 관련 국정원 관계자는 “김정은이 중대한 잘못이 없거나 불가피하게 이견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간부들을 숙청함에 따라 간부사회에 ‘책임을 지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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