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동서 안보인듯 그러나 돋보인 김무성
조성완 기자
입력 2015.03.18 13:42
수정 2015.03.18 14:02
입력 2015.03.18 13:42
수정 2015.03.18 14:02
야당과 소통 중시 박 대통령에 회동 제안 성사시키고
회동에서도 경색될때마다 분위기 바꿔 '배려의 정치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청와대에서 이뤄진 3자회동에서 중재자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특히 이번 회동의 물꼬를 튼 인물이 김 대표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
김 대표는 그간 야당을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규정하고 야당과의 소통을 중요시해왔다. 지난 2월 3일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제목은 ‘국가적 위기 극복을 위해 국정 운영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합니다’였고, 본문에도 “나라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힘을 모으는 역동적인 파트너십을 창조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같은 달 9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취임 인사차 방문했을 때도 “정치는 협상과 타협이고 여야가 상생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협상과 타협과정에서 여당이 항상 양보할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김 대표가 역할을 맡는 것을 기대한다. 김 대표의 아주 큰 정치를 기대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기대감에 부응하듯 김 대표는 얼마 지나지 않아 3자 회동의 신호탄을 쐈다.
김 대표는 3·1절 기념사 행사 직전 박근혜 대통령과 문 대표와 만나 잠시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중동 순방 이후 여야 대표들을 불러서 순방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며 3자 회동을 박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전에도 야당을 여러번 초청했는데, 이뤄지지 못했다. 앞으로 그런 기회를 자주 가졌으면 좋겠다. 갔다와서 뵙겠다”고 화답하면서 3자 회동이 확정됐다. 지난해 10월 29일 국회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가진 뒤 이후 약 5개월여 만이며, 3자 회동은 지난 2013년 9월 16일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회동을 성사시키는데 주도적으로 나섰던 김 대표는 회동 과정에서는 철저하게 중재자 역할에 힘을 실었다. 그는 회동 당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여야의 만남은 결국 야당이 대통령과 여당에 주문하는 게 많은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어느 한 쪽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보다 조율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비쳤다.
실제 회동 과정에서도 회동의 의제를 ‘중동 순방 성과 보고’로 제한하려는 박 대통령과 ‘국내 현안’을 손에 쥐고 만전의 태세를 갖춘 문 대표 사이에서 실효성 있는 회동이 될 수 있게 정치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문 대표가 정부 정책에 날선 비판을 쏟아내자 초반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냉랭해졌고, 장내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문 대표가 전·월세 폭등을 거론하며 “공약을 파기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자 김 대표가 나섰다.
그는 “오늘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면서 “문 대표는 이전에 민정수석을 하면서 4년이나 청와대에 계셨는데 국정의 넓고 깊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동안 다 못한 개혁이 있으면 같이 완성할 수 있도록 서로 협조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표가 5·18 기념곡 논란이라는 돌발 화제를 꺼내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꼭 부르기를 요청한다”고 말하자 이번에도 김 대표는 “내가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 밖에도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 경제법안 처리 등 주요 의제에서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간 이견이 표출될 때마다 자연스러운 화제 전환 등으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원만한 회동이 되는데 앞장 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만남은 결국 야당을 위한 것”이라고 웃음을 보인 뒤 “문 대표가 말을 많이 하도록 배려했고, 나도 중간중간 할 이야기는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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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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