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과 비박의 대립? 결국 개인 공천권 확보위해"

조성완 기자
입력 2015.01.11 11:11
수정 2015.01.11 11:20

친박계, 공천학살 트라우마에 '박근혜' 없는 상황 불안감

친박 내부도 "일부 의견일 뿐, 전체 뜻으로 호도말길" 불만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지난해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고 있다.(자료 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이 여의도연구원장 인선과 공석인 당협위원장 선정 방식을 두고 연일 당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갈등 요소인 두 가지가 모두 결국 ‘100% 여론조사’를 통한 오픈프라이머리와 연관이 돼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한 친박계의 속내가 궁금한 상황이다.

친박계의 반발이 시작된 원인은 여의도연구원장직 인선을 두고서다. 김무성 대표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원장으로 내정하자 ‘친박 좌장’으로 평가되는 서청원 최고위원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새누리당의 싱크탱크로 불리는 여의도연구원은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책연구 기구다. 당의 정책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각종 선거에서 당이나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담당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100% 상향식 공천’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여의도연구원의 여론조사는 사실상 공천의 탈락을 가를 중요한 요소다. 이 자리에 과거 박근혜 대통령과 갈등을 빚다가 국회의원을 사퇴한 박 명예이사장이 임명될 경우 친박계가 공천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을 친박과 비박의 대립으로 보는 건 초점이 어긋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본인들의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며 “여의도연구원장은 여론조사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차기 총선에서 이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질 곳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친박 입장에서는 굳이 김 대표를 흔들어서 전당대회를 다시 치르는 것까지는 원치 않을 것”이라며 “여론조사의 틀을 본인들에게 유리하거나 최소한 자기들에게 불리하지 않게 만들 안전장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친박계도 사실상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최근 ‘YTN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를 어떤 틀에서 했느냐가 여론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요인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론조사를 하는 배경, 틀, 준거를 이른바 당권파들이 정하는 것이고, 틀 자체가 특정집단에게 상당히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즉, 이를 종합할 때 친박계가 박 명예이사장의 원장직 인선을 반대하는 이유는 ‘박세일은 안 된다’라기 보다 ‘박세일이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안 된다’가 더 정확하다는 게 당 내부의 의견이다.

공천학살 트라우마에 ‘박근혜’도 없는 상황 “공천 탈락하면 끝”

그렇다면 친박계는 왜 이렇게 공천에 민감하게 반응할까? 답은 간단했다. 이미 한차례 공천학살을 주고받은 적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공천학살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했다는 게 일반적인 의견이다.

지난 2008년 총선 당시 친이계가 주도한 공천학살에 일부 친박계 인사들은 탈당해 ‘친박연대’를 일시적으로 만들었고, 주지지층은 영남권을 중심으로 대거 생환했다. 반대로 2012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가 당권을 잡은 상황에서는 친이계가 대거 탈락해 공천보복이라는 논란을 일으켰다. 당내 비주류에 대한 주류의 공천학살이 4년 주기로 반복된 것이다.

친박계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아니라고 하지만 주요 당직에서 친박계를 배제했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또다시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며 “더구나 올해는 선거 결과로 김 대표를 흔들 수도 없기 때문에 집단적인 목소리를 통해 당무에 자신들의 의중을 반영시키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과거 2008년 공천학살 당시와 달리 지금 친박계는 뚜렷한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은 입각한 상태이며, 서청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에서 패배한 이후 몸을 움츠리고 있다.

특히 ‘박근혜’라는 절대적인 존재가 사라졌다는 게 크게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박연대’를 형성해 총선에서 선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 친박계 인사 중에서 박 대통령의 빈자리를 대신할 인물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구·경북에 연고를 둔 한 친박계 인사는 “박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차기 총선에서 또 공천학살을 당한다면 과거 친박연대만큼의 선전을 장담할 수 없다”며 “친박을 표명할 명분도 약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천을 받지 못하면 끝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의 의견일 뿐, 친박 전체의 뜻으로 호도말길” 내부에서도 불만

다만 이번 논란에 대해 친박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친박계 전체의 의견이 아닌 일부 의원들의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친박과 비박 갈등’이라는 현재의 구도는 옳지 않다는 주장이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본인들의 이해 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친박을 팔고 있는 것으로 큰 그림을 갖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당협위원장 선정 과정에서 자기 사람을 챙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자기들의 이해관계로 계속 당 지도부를 흔들면 당에 분열을 일으키는 것으로 친박이라고 칭하면서 실제로 박근혜정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정권을 만든 주도세력의 당당함이나 프라이드가 없다”고 토로했다.

과거 친박연대의 핵심 관계자도 “지금 당내에서 친박계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10명 정도뿐”이라며 “일부의 의견이 친박계 전체의 뜻으로 호도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당 지도부에 소속된 친박계 의원들이 그간 지속적으로 김 대표와 소통을 갖고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평소에는 침묵을 지키다가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오히려 계파 갈등만 키웠다는 것이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김 대표의 당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으면) 본인이 공식 회의석상에 참석을 해 소통을 하면 되는데, 평소 회의에 참석을 하지 않고 있지 않은가”라며 “결국 일부 의원들이 자기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한 언론플레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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