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욕심에 종북 정당 키워온 문재인의 침묵

김지영 기자
입력 2014.12.22 11:08
수정 2014.12.22 11:18

야권연대 매달리며 종북 숙주 자처 책임론 대두

여론조사 조작에 통진당 흔들리자 문, 구출 앞장서

지난 11월 7일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비상대책위원이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관련,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추진했던 새정치민주연합 구(舊)지도부에 대해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었던 친노(친노무현)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당대표였던 한명숙 의원은 물론, 관악을 부정경선 사태 때 유력 대권주자로서 야권연대 결렬 위기를 봉합했던 문재인 의원도 통합진보당을 원내 13석 정당으로 키운 원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한명숙 지도부는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3월 10일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에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은 155개, 통합진보당은 16개 선거구에서 각각 야권 단일후보를 공천하고, 75개 선거구에서 경선을 치른다는 내용이었다. 야권연대는 합의 초 일주일 동안 순조롭게 진행됐다.

하지만 관악을 경선 과정에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측이 여론조사 조작에 관여했던 일이 알려지면서 야권연대는 급속도로 틀어지기 시작했다. 이 후보는 재경선을 제의했으나, 김희철 민주당 후보는 이를 거부했다. 논란은 전국적으로 확대돼 다른 선거구에서도 재경선 요구 등이 빗발쳤다.

이때 야권의 영웅처럼 떠올랐던 인물이 바로 문재인 의원이었다. 3월 22일 본인의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급히 상경한 문 의원은 한 대표,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였던 이 후보와 긴급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은 관악을에 이 후보가 아닌 통합진보당의 다른 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또 이날 회동으로 다른 선거구에서 발생했던 문제들도 일사분란하게 처리됐다. 안산 단원갑에서는 민주당이 이 후보의 여론조사 조작에 반발해 경선에서 탈락했던 백혜련 후보를 다시 공천하려다가 물렀다.

이 일을 계기로 문 의원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차기 리더로서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잇달았고, 결국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압도적인 표차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문 의원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점들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국회에 발을 디디게 한 인물이 한 의원이라면, 문 의원은 깨질 위기의 야권연대를 봉합함으로써 통합진보당의 세를 불려줬다.

이와 관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정치권에서 진보세력이 이제 낡은 종북 프레임에서 벗어나 건전한 진보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집권만을 위해 연대했던 새정치연합은 이제 종북, 헌법파괴의 낡은 진보세력들과 절연 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도 전국대의원대회 국면을 앞두고 비노계 후보들을 중심으로 친노 책임론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한편, 문 의원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자신에게 제기되는 비판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그는 1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당은 국민으로부터 존재가치를 심판받는 것이 원칙이다. 헌재 결정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헌재 결정으로 통진당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도 상처 입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하는 이유는 다름을 포용하는 유일한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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