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에 고발당한 "남침 땅굴" 주장, SNS에서는...

최용민 기자
입력 2014.11.07 17:32
수정 2014.11.07 17:39

"청와대까지 땅굴" 주장 예비역 장성 국방부 '고발'

확인되지 않은 내용 SNS로 퍼지면서 불안 심리 자극

남침 땅굴을 찾는 사람들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30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에서 남침용 땅굴을 발굴했다고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파놓은 땅굴이 존재한다는 한성주 예비역 소장의 발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급기야 국방부가 한 장군을 고소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지만 땅굴 발언으로 인한 불안감이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불안감이 또 다시 불안감을 양산하는 모습이다.

지난 6일 국방부는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 북한이 만든 장거리 남침용 땅굴이 존재하며 군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서도 숨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책까지 저술한 한 장군을 '형법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국방정보본부장 명의의 고소장에 따르면 한 장군은 저서에서 '서울에는 북한의 대량 남침 땅꿀망이 존재하고 북한은 땅굴망을 숨기기 위해 역대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고의로 사실을 숨진 1.6%의 장군 중 1명이 국방정보본부장 조모 중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방부 지난달 27일 땅굴 존재 여부에 대해 "어떠한 징후도 식별된 바 없다"고 일축하고 군이 땅굴을 알고도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근거없는 허위주장"이라며 이 장성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경고한 바 있다.

한 장군은 1976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전투기 조종사로 임관했다. 34년 동안 정보, 작전, 군수 및 전략분야에서 근무했고 제105대 전투비행대대장, 제18대전투비행전대장, 제8전투비행단장을 역임했다.

또 공군본부의 전쟁연구과장, 전략기획처장, 합참의 전쟁모의과장, 군사정보차장 및 비서실장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경험했고 2010년 1월31일 소장으로 예편했다.

그동안 한 장군을 비롯한 일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북한의 장거리 남침용 땅굴이 존재한다며 줄곧 '수도권 북한 땅굴설'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또 북한이 땅굴 굴착을 위해 대형자동굴착기계(TBM) 300여 대를 도입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한 장군은 또 지난달 초 미국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1990년 제 4땅굴이 발견된 이후 공식적으로 추가 발견된 적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3개를 더 찾아냈으며 20개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퇴역 후 땅굴 조사에 나서고 있는 그는 최근 '여적의 장군들'라는 책을 펴내 땅굴 조사에 무관심한 한국 국방부가 나라의 적이라는 주장하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7일 이같은 주장과 발언이 계속 논란이 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과 관련해 "국방부에서는 땅굴과 관련해 (그것이 있다고 주장하는) 현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검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조사 결과 땅굴이 없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관련자들을 고소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국방부가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국방부의 대응은 이 장성의 주장 내용이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 장성이 한 교회에서 강연한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장군은 지난달 중순 경기도 성남의 A교회에서 열린 강연에서 "청와대에 48개 (땅굴망이) 들어가 있다"며 서울 송파구 석촌동 일대에 최근 발생한 싱크홀 현상에 대해서도 "북한의 남침 땅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국 남침 땅굴망’ 모형도까지 제시하며 “군에서 땅굴의 실체를 은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동영상은 현재 유투브에서 조회수 32만건을 넘어서고 있다. 조회수가 크게 높아지지는 않고 있지만 이 동영상을 시청한 블로거들이 관련 내용을 자신의 블로그에 담으면서 이를 확인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 블로거는 남침용 북한 땅굴 조사가 시급하다고, 한 블로거는 미국 잠수함 탐지 기술을 통해 북한 땅굴을 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국방부의 발표와는 달리 북한이 땅굴을 팔 수 있는 기술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자료를 제시하는 블로거도 등장했다.

이같이 국방부의 적극적인 설명과 대처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이 블로그나 SNS릉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용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국민들이 이를 기정 사실화하고 믿게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동영상과 블로거를 확인한 일반 시민들은 댓글 등을 통해 "땅굴탐사하시는 분들 할일이 없어서 이일에 나선 것 아니다. 국가안보가 위태롭다", "국가가 해야할 일을 대신해서 해주셔서 감사하다. 70, 80년대에도 있던 땅굴이 현재는 없다고 생각 안한다" 등 동조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사적 네트워크나 뉴미디어가 일상화되면서 개개인들이 상호간에 직접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가 많이 확보된 상태"라며 "여기에 국가나 정부기관의 권위 하락이나 불신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맞물리게 되면서 새로운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더 많이 확산되는 그런 효과를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혹과 부정확한 정보가 확산되고 사회 문제화될 소지가 될 수 있을 경우에는 정부 기관이 보다 신속하고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문제가 더 확산되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체계가 필요하고 민간전문가들을 포함해 그 근거들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위해 국가가 나서서 SNS를 강압적으로 제재 하는 것보다는 사용자들이 직접 잘못된 내용은 문제제기를 하면서 자정작용을 위한 시스템을 확보해 나가야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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