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세월호 아이들 찬 바닷속에 그대로 둘 건가

조진래 편집인
입력 2014.09.06 10:05
수정 2014.09.06 10:07

<칼럼>이제 선체 인양 본격적인 고민 해야 할 때

유족들이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해주었으면...

해양수산부가 최근 세월호 선체 인양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언제까지 저 찬 바다 속에 아이들을 그대로 놔둘 것인가” 하는 안쓰러운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마지막 한 사람까지 찾을 때까지 인양은 절대 안된다”는 유가족들의 한맺힌 절규가 여전히 우리를 먹먹하게 만든다.

아직은 실종자 부모들이 인양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모두들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유가족들이 인양에 반대하는 이유는 시신 훼손 우려, 그리고 특별법도 지지부진한데 세월호가 너무 빨리 잊혀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아직 선실에 남아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10명의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모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조심스럽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선체 인양을 검토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언제까지 저 차가운 바다에 아이들을 놔 둘 것인가

김영석 해수부 차관은 최근 “수색구조의 다른 대안으로서 인양을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차원에서 기술적인 검토를 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두 달이 가깝도록 수색작업의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로서도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는 판단인 듯 하다.

정부는 세월호 내부 붕괴 가능성, 그리고 팽목항 인근의 변덕스런 날씨 등을 고려해 선체 인양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실종자 가족들의 입장을 감안해 수색 시한이나 선체 인양 시점에 관해선 구체적으로 못박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선체 인양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인양’이란 단어 자체가 그들에게는 입에 올려선 안되는 말이다. “마지막 1명을 찾을 때까지 수색에 전념해 달라”는 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가족들은 아직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4층 선미 28인실에 대한 수색 결과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가족들의 아픔은 이해하지만...인양 시기 놓쳐선 안돼

현재 팽목항 인근은 태풍은 거의 지나갔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풍랑이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세월호 격실 붕괴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한다. 수중 수색의 여건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잠수사들의 희생이 계속되어 온 상황에서 이제 어느 시점에선가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2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485만 국민서명용지를 청와대에 전달하기위한 삼보일배를 진행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데일리안

침몰 선박을 인양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2010년 천안함 인양 때 활용했던 크레인 방식이다.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선박을 들어 올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미 물과 부유물로 가득찬 세월호는 천안함 보다 10배나 무거운 1만 톤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이 방식으론 물 밖으로 선체를 끌어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플로팅 도크’ 방식이다. 플로팅 도크를 바다 밑으로 가라앉힌 뒤 크레인으로 선박을 이 도크에 실은 다음 통째로 부양시키는 방식이다. 이 방식대로 하면 선체를 20m만 들어 올려도 인양 후속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지 팽목항 수심은 35m이다. 국내에도 최대 8만 톤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설비가 준비되어 있어, 결정만 내려지면 서둘러 작업 시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선체를 그대로 들어 올리는 것인 만큼 선체 훼손이나 유실을 최대한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인양이 시작된다면 주변에 촘촘하게 그물망을 설치하고 헤경이나 잠수사 들을 대기시켜 신체 유실을 억제하는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면 실종자 가족이나 유가족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암울한 도시로 변해버린 진도와 안산, 그리고 대한민국

얼마 전 안산시에서 세월호 애도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생업을 꾸려갈 수 없다며 몇몇 상인이 밤에 세월호 현수막을 몰래 거둬들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안타까움이 크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벌써 자식과 가족들이 잊혀지는 게 아닌가 하며 섭섭해 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나라 전체가 세월호 트라우마에 갇힌 이 상황을 언제까지 가져갈 것인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4월~6월) 우리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다. 이 기간은 세월호 참사의 기간과 꼭 겹친다. 나라 전체가 이 정도라면 진도와 안산은 말할 필요 조차 없을 것이다. 유가족들의 타들어 가는 속 만큼이나 현지 주민들의 애끓는 마음도 우린 헤아려 줘야 한다.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초기에 와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디플레이션 판단의 찬반 논란은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 11월 1.6% 이후 계속 1%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적정 물가관리 목표인 2.5~3.5%에 한참 못 미치는 저물가 상태인 것이다.

물가는 국민 전체의 수급의 결과다. 지금처럼 계속 나라 전체가 가라앉아 활기가 떨어지고 소비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도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국민 여러분 고마웠습니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주세요”

대한민국 국민들은 지금 ‘세월호 트라우마’에 갇혀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이 사실은 유가족들도 잘 알고 있다. 유가족 입장에서야 마지막 한 순간까지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겠지만, 많은 국민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제 유가족들이 국민을 보담고 스스로 마음을 여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이 오히려 더욱 세월호 가족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세월호의 기억을 새롭게 할 것이다.

세월호는 지금 '애도'의 차원을 넘어 '정쟁'의 차원으로 확산됐다. 특별법을 둘러싼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가 세월호 사태를 더욱 해결 난망의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제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정쟁과 세월호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문제는 별개의 것으로 보아야 할 때다. 특별법 논의는 그대로 진행하되 세월호 가족의 치유 문제는 따로 떼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투쟁과 항의 밖에 없는 게 아니다. 더 이상 3자가 이래라 저래라 하며 세월호 국면을 정쟁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해선 안된다. 그러려면 가족들이 적절한 시점에서 스스로 용단을 내려 많은 이들을 그 아픔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해 주는 게 중요하다.

세월호, 특히 단원고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것이 그런 도량이다. 그것이 어른들의 철없는 태만으로 인해 희생양이 된 아이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아닐까 한번 쯤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나이의 고 2 딸을 둔 학부모로, 기자도 늘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세월호의 상처는 치유해야 하겠지만, 세월호 사태가 '정치적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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