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녀’ 손연재, 인천AG 금메달이 가져올 선물들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입력 2014.09.02 08:31
수정 2014.09.02 10:03

리듬체조 대중화-상업적 성공-국제스타 등극 기회

티켓 매진사례, 부담감 변수에도 우려보다 기대 높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모으는 선수가 바로 손연재다. ⓒ 데일리안 DB

오는 19일 개막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티켓 판매 상황만을 놓고 보면 단연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IB월드와이드)라 할 수 있다.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10월 1일과 2일 양일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리는 리듬체조 개인종합과 단체전 경기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황이다. 대회 전체 티켓 판매율이 현재 20% 정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손연재에게 쏠린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손연재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메달이었다.

이후 손연재는 출전하는 국제대회마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써갔고 ‘톱10’ 진입을 목표로 삼고 출전했던 2012 런던올림픽 개인종합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세계 리듬체조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동안 아시아 리듬체조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구 소비에트연방(소련)에 속했던 중앙아시아 국가 선수들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가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특기인 연속 백일루젼 동작을 앞세워 한국 리듬체조의 존재감과 가능성을 보여줬고, 손연재 등장으로 한국은 일약 세계 정상급 선수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손연재를 필두로 한 한국 리듬체조의 약진은 일본, 중국 등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손연재는 조국에서 열리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종합 금메달과 단체전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가 개인종합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반면, 단체전에서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이 단체전 메달획득에 실패하자 손연재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은 분명 4년 전과는 다르다.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손연재라는 확실한 리더가 있고, 대표팀 전체적인 기량 수준도 4년 전보다는 확연히 좋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최근의 성적만을 놓고 보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와 개인종합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만한 선수는 중국의 다크호스 덩센유에 정도다. 하지만 덩센유에는 손연재에 비한다면 아직은 ‘미완의 대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볼, 곤봉, 리본, 후프 등 4종목 가운데 단 한 종목에서의 단 한 차례의 실수만으로 운명이 갈릴 수 있는 리듬체조에서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변수는 홈 어드밴티지. 손연재에게 홈어드밴티지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나친 긴장감을 조성해 실수의 원인을 제공하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방 아시안게임은 한국 체조에게 이미 좋은 추억을 안긴 적이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인면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당시 한국 스포츠팬들에게 한국 체조는 그저 중국과 일본에게 확연히 뒤지는 아시아 2류 정도 수준인 것으로 인식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평행봉의 권순성, 평균대의 서선앵, 이단 평행봉의 서연희 등 남녀 기계체조에서 금메달을 쏟아내 체조 종목에 대한 국민적 관시믈 이끌어내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가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단체전에서도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면 리듬체조는 온 국민이 보편적으로 보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확실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2의 손연재’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이 더욱 더 많이 리듬체조에 입문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면서 이른바 ‘손연재 키즈’ 세대의 층을 더욱 두껍게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리듬체조 발전에 든든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대회 조직위 입장에서도 손연재의 금메달 획득은 전체적인 대회에 대한 평가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손연재 개인적으로 봐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은 리듬체조 선수로서의 가치는 물론 상업적인 부분에서 손연재의 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줄 수 있다.

국제적으로도 그렇지만 국내적으로도 손연재의 인지도는 이미 확고하다. 중요한 것은 인지도를 뒷받침 할 수 있는 성적이다. 성적이 뒷받침 된 인지도는 결국 호감도와 인기로 이어진다.

이미 손연재는 런던올림픽 이후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의 메달행진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져왔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가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면 그 동안 착실히 쌓아온 호감도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손연재의 마지막 올림픽이 될 가능성이 높은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 한 명으로 손연재의 입지는 굳건하게 유지될 수 있다.

이처럼 손연재에게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손연재 개인에게나 한국 리듬체조계에게나 참으로 많은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역으로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야박스럽지만 그게 스포츠고 그게 승부의 세계라는 사실을 손연재 스스로 이미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수많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던 손연재를 떠올려 본다면 걱정보다는 기대가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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