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당 후보 재보선 당선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

김지영 기자
입력 2014.07.17 09:35 수정 2014.07.17 09:38

20대 총선 준비하던 원외 지역위원장들 지역구 빼앗길 처지

차라리 중진급 정치인 전략공천돼 다음 총선에서 떠나길 바라기도

7.30 재보궐선거가 13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 탈락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랄까. 7.30 재보궐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공천 탈락자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한 현직 국회의원에 따르면 원외 지역위원장 A씨는 20대 총선을 준비하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돌연 자신과 같은 지역구의 타당 소속 B 국회의원이 6.4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 B 의원이 당내 경선을 통과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이 지역에 보궐선거가 열리게 된다.

통상 국회의원 당선자는 자신이 출마했던 지역구의 지역위원회(당원협의회) 위원장을 맡는다. 총선의 경우 지역구 의원 후보만 246명을 내야 하는 특성상 당은 대부분의 후보를 경선을 통해 선출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단연 4년 내내 지역구를 관리해온 지역위원장이다.

반면 재보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전략공천 비율이 높다. 선거가 치러지는 지역구 자체가 적기 때문에, 상대 정당의 후보에 맞춰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되는 후보를 내세울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A 위원장의 지역구에 보궐선거가 열리게 되면 이 지역에는 전략공천 후보가 공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에 A 위원장은 B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해 의원직을 유지하길 바랐다. 앞으로 2년 동안 지역위원장 자리를 유지해 20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B 의원은 경선에서 승리해 의원직을 사퇴했고, 이 지역에 보궐선거가 열리게 됐다. A 위원장의 예상대로 이 지역에 C 후보가 전략공천 후보로 결정됐다. C 후보가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위원장 자리도 넘어간다. 또 C 후보가 지역구를 바꾸지 않으면 A 위원장의 20대 총선 출마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A 위원장은 현재까지도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을 위해서라면 당연히 C 후보를 도와야 하지만, 자칫 국회의원이라는 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비슷한 상황은 다른 지역구에서도 발생했다.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던졌던 D씨는 자신의 지역구 보궐선거에 E씨가 전략공천되길 바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E씨는 다음 선거에 불출마하거나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될 가능성이 높은 중진이자 거물급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신인 정치인 F씨가 전략공천됐다. 혹여 F씨가 당선돼 이 지역을 자신의 정치적 기반으로 닦으려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D씨의 처지는 난감해진다. 본래 이 지역구 의원을 지냈기 때문에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은 높지만, 까마득한 후배에게 지역구를 줬다 빼앗는 모양새로 비춰질 수 있다.

반대로 E씨가 공천된 지역구의 G 위원장은 한숨 돌렸다. E씨가 전략공천 후보로 결정된 직후 G 위원장은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E씨를 적극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인에게 지역구는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한 번 얻기도 어려울뿐더러 빼앗긴 지역구를 되찾는 것은 더욱 어렵다.

지난 19대 총선을 앞두고 명예훼손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김용민 씨를 내세우고, ‘삼성 X-파일’ 무단 공개로 지난해 의원직을 잃은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가 보궐선거에 자신의 부인인 김지선 씨를 내보낸 것도 지역구를 지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한 현직 의원은 “내가 총선에서 낙선했을 때 당선된 상대 당 후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수사를 받아 내가 적극적으로 도와준 일이 있다”며 “수도권에서 재보선이 열리면 거의 전략공천이라고 봐야 한다. 다음 총선만 바라보고 지역구를 관리했는데, 한 순간에 지역구를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때 상대 당 후보가 의원직 무효를 선고받아 재선거가 열렸다면 그 당이나 우리 당이나 전략공천 후보를 냈을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됐다면 난 19대 총선에 출마도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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