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대학의 정원감축, 누구 위한 대학 구조개혁 정책?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6.11 18:23
수정 2014.06.11 18:28
입력 2014.06.11 18:23
수정 2014.06.11 18:28
바른사회시민회의·자유경제원·프리덤팩토리·사학포럼 ‘대학 구조조정 검토’ 토론
모든 대학의 학생 비율을 줄이도록 한 대학의 구조조정 정책은 지나치게 획일적이어서 정작 부실대학을 가리지 못하는 폐해를 낳고, 선진 대학교육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자유경제원, 프리덤팩토리, 사학포럼이 11일 공동 주최한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 검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성호 중앙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부가 올해 1월 발표한 대학의 구조개혁을 위한 대학 평가에서 ‘연구’ 영역이 제외된 반면 ‘취업률’을 지표로 삼은 것은 정치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가 전체의 교육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과 타 지역간의 균형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정치논리로 비약될 수 있다”며 “지금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별 정원감축보다는 부실대학을 정리하는 것이 학생들이 고대하는 구조조정과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구조개혁을 위해 교육부가 실시하겠다는 평가의 지표에 논란의 여지가 많다”면서 “대학 평가에서 ‘연구’ 영역이 빠진 것은 경쟁력 있는 대학들까지도 정원감축 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교육부가 내세운 지표인 취업률은 선진국 어디에서도 대학평가에 포함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학교육의 과잉공급은 오래 전부터 논의되어온 중요 교육 현안임에도 진전이 없는 것은 부실사학에 대한 마땅한 퇴로가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없는 대학의 구조조정은 공염불로 끝날 가능성이 큰데도 정치권이 당리당략이나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만 내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교 학령인구는 2000년 327만5000명에서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해 2013년 280만5000명으로 증가했다고 다시 급격하게 감소해 향후 2025년 이후 178만명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2013년 현재의 대입정원을 유지할 경우 2020년 이후 고등학교 졸업자보다 지금의 대입정원이 더 많아서 2040년에는 대입정원이 고교 졸업자보다 16만2000명이나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재학생 충원율이 70% 미만인 대학은 전체 255개 대학 가운데 24개 대학이었다.
이에 따라 정권 초기 부실대학 퇴출 정책이 추진되다가 올해 들어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사실상 모든 대학의 정원감축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에 구조개혁 계획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원감축을 병행한다’이지만 정부의 재정지원사업과 정원감축을 연계시켜 서울대, 연·고대를 비롯한 모든 대학에 정원감축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공동 발제자인 최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에서 보여지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구제’로 인해 대학들에게 교육부에 대한 의존성만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실제로 지방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들의 경우 교육부에서 퇴직한 고위공직자에게 대학총장 등 대학의 주요 보직을 맡기는 대학이 늘고 있다”며 “최근 4년간 교육부 4급 이상 고위공무원 37명이 퇴직 후 대학 등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하고, 이 중 17명이 퇴직한 다음날 대학에 출근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정부가 부실한 사립대학을 지원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기수 바른교육실천행동 대표(변호사)도 “대학 정원감축을 시장질서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하게 된다면 한마디로 ‘교피아’ 탄생을 예고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며 “대학들 입장에서는 정부 요직에 있던 사람들을 대학에 채용해서라도 로비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한계대학 구조조정+부실대학 정원감축’을 내세운 대학 구조조정 방식이 박근혜정부 들어 ‘모든 대학 정원감축+소수의 한계대학 구조조정’으로 바뀐 점도 지적됐다.
이영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시장친화적인 반면 지역불균형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 현 정부의 정책은 지역대학을 살리는 대신 학생의 피해와 국가경쟁력 훼손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대학구조개혁 관련 정책은 지나치게 균형적인 구조개혁 추구를 지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대학 구조개혁은 일률적인 정원감축보다는 대학의 특성에 맞춘 구조개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최상위 대학들의 경우 대학원 강화나 유학생 유치 확대 등의 탈출구를 열어주고, 전문대학의 경우 평생교육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지원하는 등 스스로 구조개혁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시장의 신호를 존중한 형태로 대학을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고, 평가 방식에서도 정성평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객관성을 잃게 된다”며 “또한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간의 역할 분담을 강화해 순수 학문 분야에서의 국공립대학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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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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