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판 튕기는 카드사…'1000억' 쪼개기 눈치싸움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6.10 13:51
수정 2014.10.02 18:04

대형카드사-중소카드사 전환기금 분담 비율 놓고 줄다리기

금감원 카드사 압박, 밴사 어부지리로 기금 분담 압박 덜어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신용카드사들이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가운데, 대형 카드사와 중소형 카드사가 분담 비율을 두고 이견을 보여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영세가맹점의 IC단말기 교체를 위한 기금 조성을 놓고 이해당사자들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대형 카드사와 중소형 카드사들은 10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을 위한 분담 비율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반면, 밴(VAN)사는 단말기 교체 비용 분담 압박에서 해방된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 정보유출로 눈치 보기 바쁜 카드사를 압박해 숙원 사업 중 하나인 IC단말기 전환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10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금융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오는 2015까지 모든 카드가맹점에서 IC카드 결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매출규모가 작고 단말기 교체비용 부담이 큰 영세가맹점의 경우 'IC단말기 전환기금(가칭)'을 조성해 IC결제를 위한 단말기 교체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환기금은 65만 영세가맹점 기준 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진통을 겪은 카드업계는 금융감독당국이 꺼낸 전환기금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참여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대형카드사와 중소카드사 간 전환기금 분담 비율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카드사끼리 영세가맹점 IC단말기 교체를 위한 기금조성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카드사가 얼마만큼 부담할지를 두고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카드사는 시장점유율을 절대적으로 반영해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형 카드사는 시장점유율을 반영하더라도 기본금을 둬서 일정액 이상은 중소형 카드사도 부담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환기금 마련에 밴(VAN)사가 참여하지 않아 카드사 부담이 커졌다"며 "큰 이견은 아니지만, 분담비율을 놓고 카드사 간 이견을 조율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카드사는 전환기금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밴사도 기금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카드단말기 설치 업무가 밴사의 역할이자 영업수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사는 영세가맹점에서 수익창출이 어렵다며 단말기 교체 비용 분담에 난색을 보였다.

또 일반·대형가맹점의 경우 밴사가 단말기 교체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정부의 IC단말기 전환계획에 이미 동참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밴사마다 영세가맹점이 차지하는 비율이 다르다"며 "특히 중소형 밴사는 일반·대형가맹점보다 영세가맹점을 많이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무국장은 이어 "결국 영세가맹점 단말기 비용까지 밴사가 부담하게 되면 돈 못 버는 밴사가 돈 안 되는 가맹점 단말기 교체비용을 끌어안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밴사가 전환기금을 분담하지 않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IC단말기 전환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기금마련에 밴사들이 참여하지 않았지만, 단말기 설치는 결국 밴사들의 몫"이라며 "영세가맹점에 단말기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밴사들이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1000억원이란 기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게 카드사들의 하소연이다. 금액을 맞춰야 기본전이다. 목표 금액에 미치지 않는다면 비난의 화살은 카드사에게 정조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다른관계자는 "대형과 중소형 카드사간 분담 비율을 맞춘다 하더라도 1000억원이라는 목표 금액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갈수록 실적이 악화되면서 먹거리 창출에도 빠듯한데 사회공헌 명목인 IC단말기 교체 기금까지 부족하게 된다면 카드사의 신뢰는 더 위태롭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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