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원선 붕괴됐던 환율…겨우 '턱걸이'

목용재 기자
입력 2014.05.30 15:54
수정 2014.05.30 17:47

"당국, 단기 투기 자본에 대한 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해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2층 딜링룸에서 코스피지수와 원·달러 환율 전광판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30일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020원 선에서 붕괴하면서 5년 9개월 만에 장중 1010원 대를 기록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5원 떨어진 102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간신히 1020원 선을 사수한 상황이다.

이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당국과 시장의 예상보다 크고 우리나라로 향하는 달러자금의 유입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상품수지는 106억4800만 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98억168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 4월 수출규모도 역대 최대로 567억2140만 달러를 기록, 지난해 10월 역대 최대 규모였던 567억280만 달러를 넘어섰다.

3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018원으로 시작해 오전 한때 1010원 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당국의 개입으로 보이는 매수물량이 들어오면서 1020원 대로 재진입,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20.20원에서 1021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장중 원·달러 환율이 한 때 101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지난 2008년 8월 8일 이후 5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관련 당국의 외환 투기자본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당국에서는 단기 투기 자본에 대한 모니터링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하지만 당국에서도 미세조정하는 수준이지 마땅히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세에 대해 한국은행도 시장의 쏠림현상을 주시 중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여건이 개선되면서 우리나라 등 신흥국으로 자금이 재유입되고 있어 원고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달러화 약세 현상까지 가세하면서 원·달러 환율의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금융통화위원도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통해 "원·달러 환율이 지난 한 달여 동안 5% 가까이 절상된 것을 고려하면 환율 절상속도가 상당히 빠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환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환율 절상 압력이 시장에 점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시장의 기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은 관계자도 의사록을 통해 "관련부서에서 시장에 쏠림 현상이 생겨서 환율이 예상보다 더 크게 하락하거나 투기적 거래의 수요가 가세하는 경우에는 시장안정화 조치 또는 시그널링 등을 통해서 이것을 관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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