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붕괴 아파트 노동자만 거주...간부들은 없다
김소정 기자
입력 2014.05.19 15:31
수정 2014.05.19 15:48
입력 2014.05.19 15:31
수정 2014.05.19 15:48
사고 지역 공장 밀집 지역이라 고위 간부들 살 가능성 거의 없어
평양에서 23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평천구역은 ‘평양화력발전소’와 ‘10월5일 전기공장’, ‘326 전선공장’ 등이 밀집한 공장 지대로 붕괴된 아파트에는 대부분 노동자들이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는 평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1개 층에 4가구씩 배치한 일명 ‘탑식 아파트’로 추정되며, 따라서 23층까지 모두 92가구가 완전히 붕괴된 만큼 상당한 인원이 매몰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 정통한 소식통은 “사고가 난 지역은 공장이 밀집해 공장 굴뚝마다 뿜어져나오는 탄재가 날리는 지대이다. 한 시간만 바깥에 나가 있어도 얼굴이 새까맣게 될 정도”라면서 “이곳에는 인근 공장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으며, 사고가 난 아파트에도 공장 근로자들이 주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이어 “이 지역에 ‘만수대 창작사’라는 영화 제작소가 있지만 예술인들보다 제작에 관여하는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에 붕괴된 아파트는 미처 완공되지 못한 아파트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대개 건설하던 아파트 외부만 완공되면 곧바로 입주해 내장 마무리는 주민들이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당국은 모래만 공급해주고 시멘트 등은 턱없이 모자라서 완공된 집에서 못질을 하면 일반 못도 쑥쑥 잘 들어갈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북한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시작된 ‘평양 10만호 살림집’ 건설사업이 시작되면서 고층아파트 건설 붐이 불었지만, 고층아파트는 정전이 되면 엘리베이터가 멈추기 일쑤이고 수도 공급도 원활하지 못해 간부들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평양에서도 간부들은 20년 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나 10층 이하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다”며 “고층아파트에 전기와 수도 공급이 잘 안 되는 이유 외에도 아파트 공정이 얼마나 부실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평양 시내 아파트 붕괴사고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1991년 평양시 통일거리에서 건설 중이던 25층 아파트 두 동이 붕괴되면서 당시 공사에 투입됐던 군인 500여명이 모조리 매몰된 일이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아파트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설공사장에서 군인들이 철근을 몰래 빼내는 일은 부지기수이다. 게다가 모든 건축공사에서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어 붕괴사고는 항상 잠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평양시내 23층짜리 아파트 붕괴 사고는 발생한지 5일이 지나서 북한 매체에 보도됐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지난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군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면서 “사고가 발생한 즉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발동돼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며 사고현장을 정리하기 위한 긴장한 전투가 벌어졌다”고 밝혔다.
사고와 관련해 북한 당국은 감독 통제를 곧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라고 발표했지만 소식통의 전언대로라면 아파트의 철근 뼈대를 세울 때부터 내장 마무리까지 부실 투성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또 이번에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시로 사고 현장을 수습하기 위한 국가 비상대책기구를 꾸리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이 공개 사과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의 세월호 참사 이후 김정은 정권이 연일 박근혜정부를 비난해온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특히 북한에서 최근 휴대전화의 보급 등으로 사고 소식이 신속하게 펴졌을 가능성이 있고, 따라서 이번 사건의 책임이 김정은에 돌려질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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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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